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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새해 결심

by 글쓰는 백곰 2019. 1. 7.

어린 시절의 나는

시간이 주는 공간감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연말이니 사람들을 만나야해,

연초니 여러가지 계획들을 세워야해,

그렇게 부산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저게 무슨 의미람, 결국 똑같은 결말일텐데

혀를 차고 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한해 한해 나이가 들고 보니

나도 모르게 ‘결심’ 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나란 사람이 많이 바뀐건가 싶어

골똘히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나 자체까지는 아니어도

내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내가 내삶을 온전히 컨트롤 할수 있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그게 가능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의 시간이란

아주 빠르고 숨가쁘게 흘러가는 공간이었기에

책상 앞에 앉아 느긋하게 미래를 계획하는

그런 여유조차 허용되지 않았었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았다고 해야 하나.

그 시기마다 주어지는 현실에서

온전히 먹고 살기 위해서 허덕이다보니

장대한 인생계획이라는 것을 세울

시간도, 돈도 없었다.

선택의 폭이 그렇게 좁은 현실에서

무슨 결심을 하고, 무슨 희망을 품을 수 있었을까.

뭐가 뭔지도 모르게 스쳐지나간 시간들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 시간들은 계속되었다.

겨우 우리의 보금자리를 만들었을 때에야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만의 가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아이가 태어났다.


일반적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다 각자의 고충이 있겠지만,

누구나 육아에서 느끼는 감정.

‘나만 유난히 힘든 것 같아'

그 속에 나도 있었다.

아이가 6살이 된 현재도 그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

그 무게감은 너무나 육중하고,

또한 그 책임감은 너무나 치밀하다.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는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이다.

물론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선 일을 거의 쉬었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 뿐이지,

나도 나로써의 기능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나도 시간의 배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쏟는 공력이란

그것도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애정이란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아이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기운이 다 소진되곤 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부모에게 바라는 자질은

뭐 그렇게나 많고, 까다로운 것들 투성인지

그 때문에 겪는 마음 고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용인할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들에 대해 기운을 쏟다보면

나 자신 개인에 대한 시간이란 없어진다.

때때로 그것에서 오는 자괴감, 무기력증은

일상을 무의미하게 잠식해 버리곤 한다.

정작 아이가 없는 시간이 생길때에도

아무일도 하지 않은 채 빈둥거리게 된다.

피곤하다는 핑계, 그냥 쉬고 싶다는 변명.

그렇게 작년에 허비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후회가 되고, 한숨이 난다.

그래서 새해 결심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좋지 않았던 것들을 떠올려보며

새로운 결심들을 했다.


1.하루에 7시간 이상 자도록 노력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꼭 병이 났다.

2.겨울에는 컨디션 조절에 힘쓴다.

-12월마다 걸리는 감기로 연휴마다 맨날 방콕만 했다.

3.집안일을 수련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

-은근히 어수선한 우리집,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치운다.

4. 알뜰하게, 절약한다.

-집을 사느라 비상금이 별로 없다.

5. 영어공부를 1시간 이상 한다.

-수단방법 안가리고.

6. 성경읽기와 기도를 거르지 않는다.

-특히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7. 겸손해지도록 노력한다.

-쓸데없는 말로 나를 드러내지 않도록 한다.

8. 소식한다.

-배고플 때만 먹고, 양을 조금 줄인다.

9. 몸을 돌본다.

자극적인 식품을 피하고, 운동을 한다.


음… 적어 보니 이렇다.

1월 1일부터는 간단하게나마 ‘하루일지'도 쓰고 있다.

오늘 하루 동안 해야할 일들을 적어놓고,

하나둘씩 해치울 때마다 빨간 줄을 그어 체크한다.

솔직히 가정주부가 일지까지 쓸게 뭐 있나 싶겠지만

이렇게라도 몇줄 내 일과를 써놓는 것이

단순히 ‘오늘은 이걸 해볼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단

좀더 체계적이고 업무적인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클리어 했을 때

오늘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군 하고

작게나마 안도감이 드는게 중요하다.

기록이 주는 힘이란게 있다.

특히 나에게는.




새해에는,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다.

특별한 결과는 없어도 되니,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어

몸을 놀리고, 머리를 쓰고 싶다.


나 자신에게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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