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알뜰한 주부가 되자

by 글쓰는 백곰 2019. 3. 23.

지난 주, 드디어 남편의 보너스가 입금되었다.

미국은 한국과 급여 체계가 달라서

상여를 주는 날이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다.

현금과 주식으로 나눠서 주는데,

주식은 뭐, 당장 팔수도 없으니

현금으로 받은 것만 진짜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고대하던 상여였건만,

대충 계산을 하고 보니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다.

누군가는 아이들 봄방학에(3,4월) 하와이를 간다는 둥

휴가를 으리으리하게 계획하던데,

우리는 한국은 커녕 아무데도 못가게 생겼다.

그래서 가계부를 한번 뒤적여 보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하고.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급여 수준은

한국 대기업의 2배에 달한다. (남편의 경우)

그러나 생활물가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공산품은 조금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식품이나 농산물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싼 편이다.

아마도 땅이 넓다보니 어지간한 것들이 다 자급자족되고

최대 무역국답게 여러종류의 물건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저축을 많이 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제는 집세.

즉 부동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임대료 같은 경우

한국과 같이 전세의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무조건 월세를 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텍사스 오스틴과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산 경험으로는

비교적 같은 면적 (방2개, 화장실2개)의 아파트 월세가

텍사스는 1500불 정도,

산호세는 2900불 정도 한다.

산호세가 텍사스보다 2배 정도의 가격인데,

이건 지역에 따른 땅값 차이라고 할수 있다.

수도권과 교외지역의 땅값이 다르듯이 말이다.


집을 사기 전에 월세로 상당한 금액이 빠져나갔다 치면,

집을 사고 나서는 모기지와 재산세로 거금이 빠져나간다.

물론 돈이 많아 모기지 없이 살면 좋겠지만,

부유한 부모님의 후한 혜택이 없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월세부터 시작해서

모기지의 최대한도를 이용해 집을 산다.

그걸 30년 정도로 분할하면서 생활하는 것이다.

우리집 같은 경우, 집 값의 75%를 모기지로 충당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산세와 대출이자, 대출상환비를 따지면

우리가 월세 살았던 것과 비슷한 금액이 소요된다고 볼수 있다.

(모기지는 세금혜택을 받기도 한다)

그럼 뭣하러 집을 샀느냐?

아이가 성장하기에 좋은 동네의 학군에 위치하기 위해,

좀더 개인적인 공간을 가지기 위해,

집이 주는 안정감을 만끽하기 위해.

사실은, 그냥 “사고 싶어서" 인지도.


여튼… 집에 들어가는 돈이 급여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급여에서 많이 저축할수 있다는 것은

아주 부유한 집 자제들이나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상여만 바라보고 살아왔건만,

그동안 썼던 돈들을 빚잔치 하듯 정리하고 보니

기대보다 적은 돈이 남게 되자 다소 실망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왜 이렇게 쪼들리나…

지난 가계부를 훑어보았다.

그동안 늘 예산을 넘었던 지출…

그 요인들을 살펴보니

집을 사면서 부수적으로 들었던 살림살이 관련 경비,

(이민올 때 달랑 옷만 5박스 가져온 건  비밀)

부모님 생활비 등이 있었다.

게다가 이젠 아이의 사교육비까지 추가되어

여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었다.


보너스를 타면 뭘 할까,

어디를 가면 좋을까,

설레발 치던 이들은 어디가고

침울한 얼굴로 한숨쉬는 이들만 남은 현실.

여유가 된다면 하와이도 가고 싶었고

(여기 사람들은 한국인들 제주도 가듯 가던데)

오랜만에 한국도 방문하고 싶었는데.

(탁한 공기일지라도 그리운 사람들을 보고 싶었는데)

허허, 뭐래, 가당키나 해…? ㅋㅋㅋ


결국 줄일수 있는 데에서 최대한으로 줄여봐야지

뭐 어쩌겠는가.

식비라도 좀 줄여서 애 교육비 만든다는 마음으로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알뜰히 파먹어야겠다.

나머지는 뭐, 줄일 요소가… 없다, 없어…



(건조기는 가급적 쓰지 않는다.

옷 줄어, 돈 줄어, 이래저래 슬프기만 한 건조기사용...)


그래도 이 낯선 땅에서 몸 누일 이런 큰 집도 있고,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던 이들에게서도 벗어났고…

냉장고를 파먹든, 땅을 파먹든, 아무렴 어때,

맘 편한게 장땡이지… ^^

몸을 좀더 부지런히, 물건을 더욱 알뜰히 하는

좋은 주부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뭐… 이미 마음은 수천번 먹어 배가 터질 지경이지만.ㅋ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군전투식량 - MRE  (6) 2019.03.29
미국 오락실 Dave & Buster’s  (2) 2019.03.26
누가 우리집을 엿보는가  (4) 2019.03.20
해외에서 자식노릇하기  (8) 2019.03.01
학교에서 날아온 경고장  (4) 201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