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전쟁날 위험은 한국이 더 컸었는데
그땐 아무 생각도 없더니
왜 미국에 와서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는건지.
참 모를 일이다.
우리집 팬트리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물과 쌀, 한국식 식품들이 가득차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남편이 구축해놓은 군보급식사(?)인
MRE가 2박스나 있다.
(MRE- Meal, Ready-to-Eat)
왜 두 박스나 샀냐고 물었더니
24개 종류의 맛이 있는데,
1박스에 12개씩 있기 때문에
모든 맛을 보고자 그랬단다.
난 그런게 있는지 존재여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체험하게 되었다.
사실상 MRE는 남편의 추억의 물품이라 할수 있다.
어린 시절, 의정부에 살았던 남편은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던 시아버님이 가져오셨던
MRE를 가끔 맛보곤 했던 것이다.
8,90년대 한국의 식문화는
지금처럼 서구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아버님이 들고 오시는 그 식품들은
어린아이였던 남편에게 그야말로 별천지의 맛이었을 것이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
그보다 더 좋은 미식생활을 누리지만
추억의 맛이랄까,
가끔 그 맛이 그리웠었나 보다.
언젠가는 종류대로 다 먹어보겠다며 벼르고 있었나 보다.
보너스가 나오자마자 MRE를 지른것을 보니.
(여러종류의 MRE, 각자 고유번호가 있어 맛이 다르다)
(한팩에 들어있는 내용물)
(메인식사는 주로 저렇게 히터를 사용해서 데워먹는다)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크래커와 발라먹는 소스 등)
(후식으로 음료와 초코렛등)
(기타 물수건, 냅킨, 소금, 고춧가루, 설탕, 스푼 등)
내용물을 보니, 정말 다채로웠다.
메인 메뉴라 할수 있는 헤비한 식사 하나에
빵 (주로 크랙커와 스프레드)
디저트(푸딩, 쿠키, 견과류 등)
음료대체 분말가루 (커피, 레모네이드, 포도,오렌지가루)
껌, 냅킨, 포크, 성냥 등… 별의별게 다 들어있다.
특이하다고 할만한 것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서 그런가
메인메뉴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다.
멕시칸, 아시안, 이탈리아식... 등등
각국의 대표적이고도 무난한 맛의 메뉴가 종류별로 있다.
미국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나라라는 게 새삼 와닿았다.
단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보관기간이 긴 것들이라 그런가,
수분기가 많이 없고, 뻑뻑한 것이 특징이다.
맛은 뭐… 기나긴 유통기한(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는)을 감안하면
그냥 저냥 먹을만 하다 치자.
그러나 매일 일반식으로 대체하기엔
그다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그런 신선치 않은 음식은 별로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으면서 남은 갯수를 확인해보니
벌써 7개나 먹어버린 남편…
지금이 전시인거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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