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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불청객들

by 글쓰는 백곰 2020. 5. 25.

요즘 들어 우리집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불청객이 둘이나 생겼다.

그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집은 타운하우스의 끝자락인데,

바로 옆엔 아직 건물이 없는 공터가 남아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타운하우스를 지을거라고 했다.

그러나 공사하는 시늉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나날이 잡초만 정글처럼 우거지고 있다랄까.

그 공터에 때때로 노숙자들이 찾아온다.

우리가 사는 타운하우스를 경계 지어주는 벽면 뒤에

노숙자가 지내는 모양이다.

자신의 쓰레기를 담장 너머로 던진 흔적이 쌓여간다.

사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존재는 비호감인데,

밤이 되면 그의 꼴통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집 옆으로 기찻길이 있는데

갈 때마다 큰 경적을 울리고 간다.

그때마다 노숙자가 고래고래 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밤마다 술에 취한 것인지 뭔지

그렇게 소리치며 욕을 해댄다.

가끔은 일행이 있는지 여자와 싸우기도 한다.

여름 밤엔 가끔 안방 창문을 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생생한 욕의 현장이 펼쳐지곤 한다.

애도 듣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신고를 하기도 뭣하고

(왠지 보복이 두려워) 

누군가가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질뿐이다.



두번째 불청객은 우리집에 기생하는 존재다.

언젠가 현관문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울려 댔었는데,

막상 확인해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카메라가 고장난 건가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붕 밑에 둥지가 하나 생긴 것을 발견했다.

우리집 식구들은 거의 차고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현관문쪽을 살필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타운하우스의 공동주차장이 꽉 차버리는 바람에

우리집 차고 앞에 남편 차를 가끔 세워 두곤 했는데

그 정체모를 새가, 

참으로 푸짐하게 남편차에 볼일을 보곤 했다.

차 안테나에 앉아 안정적인 자세로 볼일을 보셨는지

그 부분이 특히나 많이 더러워지곤 했다.

그대로 방치해두면 차가 삭는다니 닦아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게다가 현관문 앞 둥지에서 얼마나 먹고 싸는지,

집앞에 새똥파티가 벌어졌다.

그래도 치우기 싫어서 모른척 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청소할 일이 있어서 한번 손을 댔는데

어찌나 두껍고, 견고한지, 무슨 퇴적층을 파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 불청객은 한 가구가 살기 때문에

부모 새가 먹을 것을 가져와 새끼들에게 주는 식사시간은

아주 정신사나울 정도로 시끄럽게 지저귄다.

근데 여기서 우스운건…

한국 새는 짹짹하는 소리를 내는데

여기 새는 말 그대로 ‘트윗트윗' 한다는 거.

예전에는 새 소리마저 저렇게 다르게 표현한다는 게

문화적인 차이인가 싶었는데,

막상 다른 나라 새 소리를 들어보니

진짜로 새가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는 새의 종류가 다르니 새 소리도 다르다.

뭐야, 새도 영어를 하는 셈인가? 

나는 새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현관 앞 새똥 청소를 하던 날,

먼지가 심하게 날리는 통에 알레르기가 왔었다.

그 뿐인가… 우리가 우리집을 잠시 둘러볼 뿐인데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바로 눈 앞까지 날라와 

우리를 위협하고 감시한다.

왜 자기 집 앞을 얼쩡거리냐 이거다.

내참.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것아!


원치 않는 두 불청객은

하나는 낮에 그렇게 시끄럽게 지저귀고,

또 하나는 밤에 그렇게 시끄럽게 욕해대고

아주 교대로다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저들에게 매몰차게 굴기도 영 내키지 않고…

다만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이기만을 바래야지

뭐 어쩌겠는가.

두 불청객 모두 

속성은 모두 같은 철새이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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