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어머니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편이다.
보통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 카드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듯 하다.
아이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럴싸한 카드를 받았을지도 모르나
지금처럼 하루종일 24시간 붙어 있는 입장에서
깜짝 선물을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한 설정이긴 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니
아이들이 엄마에게 써준 편지와 선물들이 보였다.
비록 단어의 철자가 틀리고, 맥락도 엉망이지만
그 삐뚤한 맛이 진짜 참맛이 아닌가 싶었다.
있는 그대로, 날것의 효도랄까.
누가 옆에서 멘트를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노력의 흔적.
(2년 전, 어머니날 즈음에 만들어줬던 카드)
어머니 날,
밤 10시가 되도록 아무 기미 없는 아들을 보며
나는 아무것도 없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자 7살 아들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얼굴을 잡고 입술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나는 세차게 거부했다,
이렇게 때우려고? 싫단 말이다!
그러자 아들은 내 얼굴을 더욱 세게 붙들고는
“아, 쫌…! 가만히 있어봐!”
라며 닭똥집 같은 입술로 나를 덮쳤다.
그리고선 ‘이제 됐지?’ 하는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방금… 뭐가 지나간건가?
내가 이 이야기를 아는 언니에게 들려줬더니
- 와~ 아들이 상남자네. 상남자야!
하면서 깔깔 웃어댔다.
어이구, 그게 무슨 소리여요,
요즘 같은 시대에 연애를 저렇게 했다간 당장 고소당한다고요!
나도 참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하필 그런 것을 닮아서…
어쩜 쟤는 부모의 가장 취약한 점을 고루 갖췄는지.
문득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본다.
흠… 문득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건 기분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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