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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Mother's day (그 남자의 사랑법)

by 글쓰는 백곰 2020. 5. 15.

지난 주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어머니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편이다.


보통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 카드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듯 하다.

아이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럴싸한 카드를 받았을지도 모르나

지금처럼 하루종일 24시간 붙어 있는 입장에서

깜짝 선물을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한 설정이긴 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니

아이들이 엄마에게 써준 편지와 선물들이 보였다.

비록 단어의 철자가 틀리고, 맥락도 엉망이지만

그 삐뚤한 맛이 진짜 참맛이 아닌가 싶었다.

있는 그대로, 날것의 효도랄까.

누가 옆에서 멘트를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노력의 흔적.




(2년 전, 어머니날 즈음에 만들어줬던 카드)


어머니 날,

밤 10시가 되도록 아무 기미 없는 아들을 보며

나는 아무것도 없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자 7살 아들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얼굴을 잡고 입술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나는 세차게 거부했다,

이렇게 때우려고? 싫단 말이다!

그러자 아들은 내 얼굴을 더욱 세게 붙들고는 

“아, 쫌…! 가만히 있어봐!”

라며 닭똥집 같은 입술로 나를 덮쳤다.

그리고선 ‘이제 됐지?’ 하는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방금… 뭐가 지나간건가?

내가 이 이야기를 아는 언니에게 들려줬더니 

- 와~ 아들이 상남자네. 상남자야!

하면서 깔깔 웃어댔다.

어이구, 그게 무슨 소리여요,

요즘 같은 시대에 연애를 저렇게 했다간 당장 고소당한다고요!


나도 참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하필 그런 것을 닮아서…

어쩜 쟤는 부모의 가장 취약한 점을 고루 갖췄는지.

문득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본다.

흠… 문득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건 기분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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