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선생님 감사 주간이었다.
한국엔 일년에 하루, 스승의 날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일주일 내내 기념한다.
학교마다 지침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감사표현 방식이 정해져 있는 듯 하다.
지난 주에 학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선생님 감사 주간을 맞이하여
매일매일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쓰여 있었다.
월요일엔 카드나 포스터,
화요일엔 꽃,
수요일엔 선생님의 초상화,
목요일엔 그림이나 시,
금요일엔 선물을 선생님께 보내라고 한다.
지금처럼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저렇게 이메일까지 보내오는데 말이다.
결국 나는 아마존에서 E-gift card와
선생님께 쓴 카드를 들고 있는 아이 사진을 동봉해서
이메일로 보내드렸다.
참으로 좋은 세상 아닌가.
몰라서 못했다는 것은 핑계인 세상이다.
지금 2학년 선생님은 무척이나 꼼꼼하신 성격이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철학 역시 확고하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만큼 좋은 학습법은 없으며
계속 읽고, 계속 시도하라고 격려해 주신다.
킨더와 1학년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학교적응 그 자체를 위해
학생들을 귀여워하고 너그럽게 대해주는 반면
2학년부터는 좀 엄격해진다고 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학습방식에 대해 알려주는 듯 하다.
글씨도 최선을 다해 반듯하게 써야 하고,
타이핑을 할 때도 독수리 타법은 허용할 수 없으며,
저널을 쓸 때는 몇번이고 문장을 검토하도록 한다.
물론 그 지시대로 100% 따르는 애는 없겠지만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장기간 닫게 되자
학생과 학부모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시국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선생님 아니었을까.
우리 담임선생님 같은 경우는 컴퓨터 자체를 잘 못 다루시고
겨우 수업자료만 재생하는 수준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매일매일 Zoom Meeting 으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려니
수업자체가 원활하지 못해 미안하
다고매일매일 아이들에게 사과하신다.
아이들 각자의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그런것도 있을텐데.
여튼, 우리는 평일 12시 30분마다 선생님과 미팅을 하고
Google Classroom으로 학습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수업을 하시던 분이
이 모든 순간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계실런지.
생각만 해도 왠지 마음이 짠했다.
집에서 수업을 이어간지 벌써 8주차이다.
오늘도 12시 30분에 미팅이 있었다.
금요일엔 도서관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 날인데
그 선생님 댁 강아지가 어찌나 우렁차게 짖어대던지
선생님 목소리가 묻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렇듯 인터넷 미팅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다.
요일을 정해서 아이들에게 저널을 발표하게 하는데
아이들 역시 100% 출석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로는 인터넷 환경이 불량해서
서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각자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할 때가 많다.
게다가 아이들 수업에 부모가 갑자기 등장하여
선생님께 자신의 신세한탄을 길게 늘어놓기도 한다.
(굳이 수업시간에…)
그러나 선생님은 그 푸념을 웃으며 들어주었다.
어느 날엔가,
어떤 아이가 자기 가족은 여행을 갈거라고 했다.
멀리 차타고 필드트립을 몇주간 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되는 거냐고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참… 난처한 상황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인데,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원칙대로 말하면
그 부모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이며…
선생님은 잠시 곤란해하시더니, 이내 못 들은 척(?) 넘어가셨다.
그 밖에도 아이들의 아무말 대잔치는 계속 된다.
오늘 누군가는 아주 심각한 말로 이야기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세요? 우리 엄마 생일이예요!”
아… 어쩌라고……!!! 네 생일도 아니고!!!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대환장 파티다.
그러나 선생님은 선생님이시다.
아이들의 그 황당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매번 흐뭇하게 웃어주시고, 칭찬꺼리를 찾아내신다.
정말이지… 교육자는 타고 나는 게 아닐까.
나는 억대 연봉을 받아도 교사는 못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에
학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까지 더하면...
내 자식 하나 건사하기도 하루하루가 벅찬데
몇십명이라니. 아이고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대학전공이 ‘평생교육'이라고 한다)
미국은 공교육에 그다지 많은 예산을 주지 않아
선생님들이 박봉을 받는다고 한다.
평소에도 아이가 등교할 때마다
선생님들이 피켓을 든 채 (돌아가면서)
임금인상에 대해 시위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었다.
교육자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미래 투자에 그만큼 확실한 비용지출이 어디 있다고.
교육자는 학생을 가르친다는 긍지만으로
보상이 충분할거라 믿는 걸까?
미국이 선생님들에게 좀더 투자를 했음 좋겠다.
시설까지는 아니어도, 사람에겐 말이다.
다음에는 선생님 감사주간에 해야할 리스트를
웬만하면 다 수행할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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