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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173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나의 일상 그동안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마음이 늘 조급했다.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약속한 일들이 많아서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자연스럽게 시간적 여유가 생겨버렸다.그래서 그동안 미뤄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치우고 있는 중이다. 외식이나 야외산책 등활동이 자유롭지 않으니 집안일을 주로 하고 있다.월요일엔 아침 일찍 한국마트에 가서 한국 채소들을 사왔다.보통 쌀, 물, 휴지, 세정제 등을 사재기하듯 쓸어 담던데다행히도 우리집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쌀은 큰 포대를 산지 며칠 되지 않았고, 한국에서 배송시킨 현미쌀도 넉넉했으며,집에 정수기가 있는 탓에 물을 살 필요도 없었고,손세정제보다는 그냥 손을 열심히 닦는게 낫다 생각하므로사람들이 술렁거리며 서두르는.. 2020. 3. 8.
짧은 귀국 - 넷째 날 잠을 잔 건지 어쩐건지 모르게 날이 밝았다.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는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고남은 친구와 나는 호텔 체크 아웃을 하기 전에이곳 저곳을 돌면서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했다.오래간만에 걷는 서울길이었다.지독한 겨울공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걸어 다닐만 했다.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고,교보 문고에 가서 문구류를 사고 보니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졌다.허겁지겁 짐을 챙겨 친정으로 향하려는데친구가 보내주기 아쉬웠는지 데려다 줄테니 천천히 가라 했다.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길래두꺼운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용산쪽에 있는 아는 가게로 나를 데려갔다.그렇게 점심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고,가까운 커피숍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의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는 계속되었다.그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있자니문득 ‘.. 2020. 2. 14.
짧은 귀국 - 셋째 날 셋째 날의 일정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그걸 여기에 쓰는 게 과연 잘하는 것인지 며칠을 고민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겪었던 것들이 전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 없듯,이마저도 나의 삶 하나이기에 써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친구는 며칠 전, 아들을 잃었다.나는 한국에 와야만 했다.그러나 친구는 나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카톡 메세지에도 대답이 없었다.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나는 그 얼굴을 봐야만 안심이 될 것만 같았다.그래서 결심한 한국행이었다.비록 내가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친구와 연락이 되었.. 2020. 2. 4.
짧은 귀국 - 둘째 날 새벽에도 몇 번씩 깨어 시계를 보았다.해야 할 일들이 많은 날이어서 그런지긴장감에 몸이 수시로 깨어나려고 했다.결국 7시쯤 일어나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남편이 그렇게나 신신당부 했던,미국에는 없는 한국의 핫한 신상 간식을 탐색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내가 머물렀던 곳이 수원의 최고 환락가인 탓에숙취음료들과 일회용 세면용품들만 눈에 띄었다.결국 미처 챙겨오지 못한 빗 하나만 사들고 돌아왔다. 수원에 오면 하고 싶은 일이 꽤 있었다.예전에 살았던 동네이다 보니내가 익숙하게 아는 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꽤 있었다.머리도 하고 싶었고,언제나 눈엣가시 같았던 얼굴의 사마귀도 없애고 싶었으며,팬시점에서 신상 펜들을 쓸어담고 싶었다.그러나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고,오전 10시가 넘어야 가게들이 오픈했기에 이.. 2020. 1. 22.
짧은 귀국 - 첫째 날 지난 11월 말, 짧게 한국에 다녀 왔었다.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시점에즉흥적이다 싶게 출발한 여정이었다.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슬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이미 슬픈 일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내가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단지 그 옆에 잠시라도 있어 주고 싶었다.그래서 급하게 알아 본 한국행이었다.때마침 추수감사절 시즌이어서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갈 수 있었다.월요일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도착한 5박6일 일정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던 터라(국내, 해외 모두 통틀어)어안이 벙벙한 나를 위해 남편이 모든 일정을 짜주었다.여행 준비 기간에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비행기를 타려고 터널을 들어서는 순간‘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하는 한국승무원들을 보니아, 내가 내 고국으.. 2020. 1. 16.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집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다.기찻길이라고 해서 무슨 펜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냥 그대로 철도가 길에 노출되어 있다.물론 정지 신호를 알리는 신호등은 있지만,조금만 정신을 놔도 사고가 나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해 뵌다.걸어 다닐 일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다가아이가 새학기부터 학교를 옮긴 바람에 요즘은 가끔 함께 걸어다니며 그 길을 지난다.남편은 어지간하면 차로 다니라고 하지만,혈기 넘치는 아이는 때때로 킥보드를 타며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그래서 가끔씩 그렇게 등교를 하기도 한다. 집을 구입하기 전,옆에 기찻길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뭐 그게 대수인가 싶었다.오픈 하우스에 당시에는 기차 존재 여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막상 살다보니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워짜증이 나곤 했.. 2019. 11. 12.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40대가 되고 보니 몸의 노화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일상의 리듬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우선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았던 것은노안이라 불리는 시력의 문제였다.요즘 들어 영상과 문서를 보는데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일반적인 책을 보거나 할 때는 그럭저럭 어려움을 못느끼지만 (여유롭게 보기 때문)영어 인터넷 강의를 1시간 이상 본다거나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거나 할 때처럼 (영어만 아니었어도!)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처음에는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지금은 그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자꾸만 시야가 흐려진다.그럴땐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한다.이렇듯 일의 연속성이 끊기는 것,그것도 몸의 노화 때문에. 노안이라는.. 2019. 9. 28.
행복했던 날들 도무지 끝이 안보일 것 같았던 여름 방학이 끝났고새학기가 시작된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매일매일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 뒹굴거리다 보니 개학날이 다가오자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드디어 홈스쿨에 자리가 나서아이는 또 다시 전학을 해야했고,좋은 선생님을 만날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들었다.처음엔 조금 삐걱거리는 모습에 불안했는데,지금은 그럭저럭 학교에 잘 적응해가는 듯 하다. 아이는 서서히, 하지만 정확하게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무엇보다도 내가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버리고사소한 것 하나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가장 큰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싶다.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대단히 근사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긴 여름 방학,우리는 쓰레기를 같이 버리러 가고,우체통에 누가 먼저 .. 2019. 9. 22.
미국 독립기념일에 지금 미국은 연휴기간이다.Independence day가 목요일이라금요일에 휴가를 내서 4일동안 노는 분위기다.그래서 태권도장도, 아트스쿨도 이번 주는 휴무였다.집에만 있으니 아이는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고,그 특유의 에너지를 애먼 나에게 발산하기 시작했다.어찌나 내게 치대는지, 심신이 고달팠다.이제 슬슬 나들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7살...그런 아이를 위해 남편은 독립기념일에 불꽃 놀이를 가자고 했다.문제는… 두 남자들끼리 합의봤다는 사실.나는 사람 많은 곳은 아주 질색인데. 여튼… 그래서 가게 된 동네 근처의 놀이공원.California’s Great America .Santa Clara에 위치했는데, 9시 45분에 불꽃놀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이 지역 근방에 2년째 살고 있지만동네에 놀이동산이 .. 2019. 7. 7.
입덧하는 남자 한국에 있을 때는 그다지 조리를 많이 하지 않았다.애가 너무 어려 하루하루가 고단했으므로뭘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랄까.그런데 요즘은 알게 모르게 열심히 요리하는 듯 하다.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입덧하는 남자,남편이라 적고 웬수라 부르는 그 남자가 있다. 우리는 한국 방송을 그다지 즐겨보지는 않지만한국음식방송은 나름대로 챙겨보는 편이다.미국에 오니 뭐랄까…각국의 음식의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은 넓어졌는데맛이 뭔가 하향평준화 된 느낌…?미국 이민 2년 차가 되니한국인들이 얼마나 미식이 발달한 민족이었는가를 새삼 깨닫는다.한국같은 맛을 추구하는 민족이 없다.단짠느매,달고, 짜고, 느끼하고, 매운 것,이 모든 것이 있기에 쉬지 않고 먹을수 있다.심지어 요즘 미국에서는 한국음식 붐이 일었다.건강하고,.. 2019. 6. 29.
우리 동네에 불난 날 우리집은 Mission Blvd에 자리 잡고 있다.Fremont에서 나름 유명한 출퇴근 도로이다.잠을 자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그 도로가 훤히 보이는데많은 이들이 지나가서인가,하루에 한번 이상은 경찰차나 앰뷸런스, 소방차가 지나간다.그 소리에 이골이 나서 웬만해선 신경쓰지 않는데어제는 이상하리 만큼 소방차 소리가 많이 나는게 아닌가.뭐지 싶어 커튼을 열어보았더니, 동네 야산에 불이 나 있었다. 우리집에서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다행히도 길 하나가 있어서 우리집까지 번질 위험은 없었지만남편은 혹시 모르니 어서 대피할 준비를 하라 했다.나는 간단한 옷가지, 귀중품등을 캐리어에 넣고불이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동네 야산이긴 해도 큰 나무가 많다거나 한건 아니어서바짝 말라.. 2019. 6. 26.
산책 우리 동네엔 큰 호수공원이 하나 있다.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50분 정도 소요되는데,제법 운동도 되고 기분도 상쾌해져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집에서는 거리가 있지만아이 학교에서는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산책을 하곤 했다. 여러가지 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가장 몸에 맞는 것이 산책인듯 싶다.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아침마다 꾸준히 걸었다.그래봤자 아이 방학이 시작되면 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말이다. 운동을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나는 원체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져서인가그냥 내 스케쥴 대로 혼자 하는 게 편하다.어디서 몇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내 산책 여부에 큰 변수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그냥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혼자 걷는 것이 좋다. 내가 즐겨.. 2019.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