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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181

짧은 귀국 - 첫째 날 지난 11월 말, 짧게 한국에 다녀 왔었다.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시점에즉흥적이다 싶게 출발한 여정이었다.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슬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이미 슬픈 일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내가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단지 그 옆에 잠시라도 있어 주고 싶었다.그래서 급하게 알아 본 한국행이었다.때마침 추수감사절 시즌이어서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갈 수 있었다.월요일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도착한 5박6일 일정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던 터라(국내, 해외 모두 통틀어)어안이 벙벙한 나를 위해 남편이 모든 일정을 짜주었다.여행 준비 기간에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비행기를 타려고 터널을 들어서는 순간‘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하는 한국승무원들을 보니아, 내가 내 고국으.. 2020. 1. 16.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집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다.기찻길이라고 해서 무슨 펜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냥 그대로 철도가 길에 노출되어 있다.물론 정지 신호를 알리는 신호등은 있지만,조금만 정신을 놔도 사고가 나겠다 싶을 정도로 허술해 뵌다.걸어 다닐 일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다가아이가 새학기부터 학교를 옮긴 바람에 요즘은 가끔 함께 걸어다니며 그 길을 지난다.남편은 어지간하면 차로 다니라고 하지만,혈기 넘치는 아이는 때때로 킥보드를 타며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그래서 가끔씩 그렇게 등교를 하기도 한다. 집을 구입하기 전,옆에 기찻길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뭐 그게 대수인가 싶었다.오픈 하우스에 당시에는 기차 존재 여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막상 살다보니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워짜증이 나곤 했.. 2019. 11. 12.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40대가 되고 보니 몸의 노화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일상의 리듬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우선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았던 것은노안이라 불리는 시력의 문제였다.요즘 들어 영상과 문서를 보는데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일반적인 책을 보거나 할 때는 그럭저럭 어려움을 못느끼지만 (여유롭게 보기 때문)영어 인터넷 강의를 1시간 이상 본다거나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거나 할 때처럼 (영어만 아니었어도!)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처음에는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지금은 그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자꾸만 시야가 흐려진다.그럴땐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한다.이렇듯 일의 연속성이 끊기는 것,그것도 몸의 노화 때문에. 노안이라는.. 2019. 9. 28.
행복했던 날들 도무지 끝이 안보일 것 같았던 여름 방학이 끝났고새학기가 시작된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매일매일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 뒹굴거리다 보니 개학날이 다가오자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드디어 홈스쿨에 자리가 나서아이는 또 다시 전학을 해야했고,좋은 선생님을 만날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들었다.처음엔 조금 삐걱거리는 모습에 불안했는데,지금은 그럭저럭 학교에 잘 적응해가는 듯 하다. 아이는 서서히, 하지만 정확하게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무엇보다도 내가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버리고사소한 것 하나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가장 큰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싶다.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대단히 근사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긴 여름 방학,우리는 쓰레기를 같이 버리러 가고,우체통에 누가 먼저 .. 2019. 9. 22.
미국 독립기념일에 지금 미국은 연휴기간이다.Independence day가 목요일이라금요일에 휴가를 내서 4일동안 노는 분위기다.그래서 태권도장도, 아트스쿨도 이번 주는 휴무였다.집에만 있으니 아이는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고,그 특유의 에너지를 애먼 나에게 발산하기 시작했다.어찌나 내게 치대는지, 심신이 고달팠다.이제 슬슬 나들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7살...그런 아이를 위해 남편은 독립기념일에 불꽃 놀이를 가자고 했다.문제는… 두 남자들끼리 합의봤다는 사실.나는 사람 많은 곳은 아주 질색인데. 여튼… 그래서 가게 된 동네 근처의 놀이공원.California’s Great America .Santa Clara에 위치했는데, 9시 45분에 불꽃놀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이 지역 근방에 2년째 살고 있지만동네에 놀이동산이 .. 2019. 7. 7.
입덧하는 남자 한국에 있을 때는 그다지 조리를 많이 하지 않았다.애가 너무 어려 하루하루가 고단했으므로뭘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랄까.그런데 요즘은 알게 모르게 열심히 요리하는 듯 하다.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입덧하는 남자,남편이라 적고 웬수라 부르는 그 남자가 있다. 우리는 한국 방송을 그다지 즐겨보지는 않지만한국음식방송은 나름대로 챙겨보는 편이다.미국에 오니 뭐랄까…각국의 음식의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은 넓어졌는데맛이 뭔가 하향평준화 된 느낌…?미국 이민 2년 차가 되니한국인들이 얼마나 미식이 발달한 민족이었는가를 새삼 깨닫는다.한국같은 맛을 추구하는 민족이 없다.단짠느매,달고, 짜고, 느끼하고, 매운 것,이 모든 것이 있기에 쉬지 않고 먹을수 있다.심지어 요즘 미국에서는 한국음식 붐이 일었다.건강하고,.. 2019. 6. 29.
우리 동네에 불난 날 우리집은 Mission Blvd에 자리 잡고 있다.Fremont에서 나름 유명한 출퇴근 도로이다.잠을 자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그 도로가 훤히 보이는데많은 이들이 지나가서인가,하루에 한번 이상은 경찰차나 앰뷸런스, 소방차가 지나간다.그 소리에 이골이 나서 웬만해선 신경쓰지 않는데어제는 이상하리 만큼 소방차 소리가 많이 나는게 아닌가.뭐지 싶어 커튼을 열어보았더니, 동네 야산에 불이 나 있었다. 우리집에서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다행히도 길 하나가 있어서 우리집까지 번질 위험은 없었지만남편은 혹시 모르니 어서 대피할 준비를 하라 했다.나는 간단한 옷가지, 귀중품등을 캐리어에 넣고불이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동네 야산이긴 해도 큰 나무가 많다거나 한건 아니어서바짝 말라.. 2019. 6. 26.
산책 우리 동네엔 큰 호수공원이 하나 있다.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50분 정도 소요되는데,제법 운동도 되고 기분도 상쾌해져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집에서는 거리가 있지만아이 학교에서는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산책을 하곤 했다. 여러가지 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가장 몸에 맞는 것이 산책인듯 싶다.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아침마다 꾸준히 걸었다.그래봤자 아이 방학이 시작되면 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말이다. 운동을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나는 원체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져서인가그냥 내 스케쥴 대로 혼자 하는 게 편하다.어디서 몇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내 산책 여부에 큰 변수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그냥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혼자 걷는 것이 좋다. 내가 즐겨.. 2019. 6. 21.
미국병 유발자 약 2주 전에 남편 친구가 집에 다녀갔다. 대학동기인데, 회사일로 일주일 출장을 왔다가 그냥 가기는 뭐해서 하루정도 관광을 할 예정이라 했다. 그러면 괜한 돈 들이지 말고 우리집에서 하루 정도 묵으라 했다. 남편이 그렇게 권했지만, 숨은 권력자(?)인 나의 승인이 있었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대대적으로 청소를 해야하고, 다시 손님방을 재정비해야 하므로 좀 바빠진다. 약간 수고로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하루 정도는 남편과 방문자를 위해 허락해 줄 수 있는 나는 제법 아량이 넓은 여자. ㅋㅋㅋ 남편은 IT업계에 종사하는데, 실리콘 밸리가 있는 산호세엔 IT 관련 기업이 많다. 남편과 같은 전공을 한 대학동기들이나 전에 다니던 회사 사람들이 자주 출장을 온다. 어떻게 소문이 난건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남편과 친.. 2019. 6. 20.
미군전투식량 - MRE 이상한 일이다. 전쟁날 위험은 한국이 더 컸었는데 그땐 아무 생각도 없더니 왜 미국에 와서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는건지. 참 모를 일이다. 우리집 팬트리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물과 쌀, 한국식 식품들이 가득차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남편이 구축해놓은 군보급식사(?)인 MRE가 2박스나 있다. (MRE- Meal, Ready-to-Eat) 왜 두 박스나 샀냐고 물었더니 24개 종류의 맛이 있는데, 1박스에 12개씩 있기 때문에 모든 맛을 보고자 그랬단다. 난 그런게 있는지 존재여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체험하게 되었다. 사실상 MRE는 남편의 추억의 물품이라 할수 있다. 어린 시절, 의정부에 살았던 남편은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던 시아버님이 가져오셨던 MRE를 가끔 맛보곤 했던 것이다. 8,90년대 한국의.. 2019. 3. 29.
미국 오락실 Dave & Buster’s 우리는 가끔 Great Mall에서 옷을 사곤 한다.그곳은 여러가지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아울렛 같은 곳이다.한바퀴 걷는 것만해도 1시간은 걸리는데어느순간 문득 우리 눈에 띄었던 Dave & Buster’s 의 간판.저건 뭐지? 궁금해 들어갔었던 그곳은미국의 유명한 오락실 체인점이었다.첫날엔 너무 정신이 없어서 후딱 나와버렸었는데,그러다 어느 날엔가,아이가 서서히 게임에 관심을 가지길래(단순한 2차원적 오락실 게임을 좋아한다)마음 먹고 갔었던 곳이 이곳이다.그때 주말 오후에 가서 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찍 돌아왔었다.그러다가 엊그제, 작정하고 아침 일찍 다녀왔다. Dave & Buster’s의 개장은 10시이지만조금 일찍 도착해보니 이미 열려 있는 상태였다.이곳과 한국 오락실은 몇가.. 2019. 3. 26.
알뜰한 주부가 되자 지난 주, 드디어 남편의 보너스가 입금되었다.미국은 한국과 급여 체계가 달라서상여를 주는 날이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다.현금과 주식으로 나눠서 주는데,주식은 뭐, 당장 팔수도 없으니 현금으로 받은 것만 진짜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고대하던 상여였건만,대충 계산을 하고 보니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다.누군가는 아이들 봄방학에(3,4월) 하와이를 간다는 둥휴가를 으리으리하게 계획하던데,우리는 한국은 커녕 아무데도 못가게 생겼다.그래서 가계부를 한번 뒤적여 보았다.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하고.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급여 수준은한국 대기업의 2배에 달한다. (남편의 경우)그러나 생활물가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공산품은 조금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식품이나 농산물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싼 편이다... 2019.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