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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미국 독감

by 글쓰는 백곰 2017. 10. 26.

10월 초, 한국에서는 추석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나는 독감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시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집에서 나만 앓았다는 점이다.

아직도 독감의 감염경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이와 남편에게 약하게나마 감기가 지나갔는데,

면역력이 나빴던 나에게만 강하게 다가온건가?

다른데서 옮았다고 하기에는

내 생활반경이 너무나 빤하고 좁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점심먹고 몸이 나른해지더니만

갑자기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해열제를 먹어도 39도로 유지가 되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기 시작하고

걸어다닐수도,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의 힘이 풀려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죽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그놈의 돈이 뭣이라고...

특히 밤을 견디는게 가장 힘들엇다.

응급실 가야 할 상황인데 애드빌을 먹으며 버텼다.

그렇게 하루를 앓고선, 

일요일 아침에 병원에 갔다.


카이저 보험이 있었고,

주치의 선정까지 해놨었지만

막상 병원에 간것은 처음이었다.

주말 진료를 하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해서

8시부터 가서 기다렸다. 

10시에 의사가 출근한대서 기다렸는데

그 두시간 동안 춥고, 몸이 후들거리고,

자꾸만 눈 앞이 흐려져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쉴새 없이 다리를 떨어야 했다. (?)


의사를 만나기 전,

간호사에게 증세 설명을 해주고,

체온, 혈압,체중 등을 다 측정했다.

그리고나서 의사를 만났는데

너무나 간단히 '감기'라는 것이다.

물 많이 먹고, 푹 쉬고,

일주일동안은 고생할거야~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는 의사를 보고 있으니

진심, 강냉이 털고 싶었다... 

무엇이든 처방을 해주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그런 맥빠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라 잃은 심정이었다.

내게 남은 힘이 있었다면 의사 멱살이라도 잡았을 텐데,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렇게 끙끙대며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사 보기에 딱해보였는가, 

다시 나를 붙들더니 타미플루를 처방해주었다.

그 순간부터 그 의사는 내게 최고의 명의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몇번을 걷다 서고, 걷다 서고...

숨이 차고 오한이 와서 죽을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쓰러지면 누가 나를 데려갈까, 

(연약한 남편이? 5살 아들이?)

이를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틸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타미플루를 먹으니

몇시간이 지나 정신이 돌아왔다.

몸에 기운이 드는 느낌도 들고.


사랑한다, 타미플루!!!

뭐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 했지만

(위장장애, 구토, 설사...)

이틀째가 되니 열이 내려갔다.


한국에서도 몇번의 독감을 겪어봤지만,

미국산 독감은 그 강도가 땅크기만큼이나 컸다.

생과 사를 오가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랄까.

독감으로 사람이 죽을수도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익숙치 않은,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

응급 상황이 생기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뼛속깊이 체감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서야 독감 주사를 맞았다

역시나... 독감주사도 미국산은 쎈건가...

부어오른게 사흘은 지속되었다.

좌우지간 대단하다, 대단해!!!

대국은 대국이여!!! 스케일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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