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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10

엄마의 고독 며칠째 계속되는 아이의 기침,나의 걱정도 덩달아 길어진다.깊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기침이 잦아들길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면까맣던 밤은 더 까매지고,내 불면의 시간도 깊어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엄마란 참 고독한 존재라는.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 하는의무감과 사랑이 가득한 존재. 아이를 키우며 고독한 날들이 많았다.그것은 남편이 얼마나 육아를 도와주냐의 문제가 아니라엄마란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온전한 고독이었다.가장 가까운 곳에서수시로 외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는절대적인 양의 한숨과 고통…내 신체였던, 나의 일부였던 부분이 떨어져나와나의 전체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속에서사랑의 이유 따윈 아예 물을 생각도 하지 않은 .. 2019. 3. 9.
네가 울고 있을 때 가끔씩 네가 울곤 한다.못마땅한 일이 있어서,혹은 화가 나서,갑자기 놀랄 일이 있었거나,슬픈 일이 생겨서,때로는 그냥 울고 싶어져서. 어른이 된 나는아이인 너의 눈물을 이해할수가 없다.터무니 없는 요구를 모두 받아줄 수 없고,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어른의 삶이란아이의 즉흥적인 감정을 용납하기 힘드니까.그러므로 네 눈물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그렇다고 네가 우는게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때로는 미안하기도 하고,때로는 성가시기도 하며,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엄마가 겨우겨우 공들여 무언가를 준비했는데정작 주인공인 너는 시큰둥하며 무시해버릴때,어른이지만 나도 상처를 받는다.좋게 타이르던 말은 어느샌가 단호한 말이 되어버린다.그러나 끝까지 네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나는 그런 너를 이해할수 없어 화가.. 2018. 6. 26.
너와 걷는 길 최근 아이가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해서학교수업이 끝나면 일부러 걸어서 집에 돌아온다.아침에는 정신이 없어서 차로 데려다 주지만하교길은 어느정도 여유가 있고, 낮이니 햇볕도 따스하고 걷기도 좋은 온도다.어떤 점이 좋아서 걷자는 건지아이에게 물어도 별 대답이 없다.다만, 둘이 손을 잡고 걸어오는 그길에서아이는 누구보다 수다스러워지고,많이 웃을 뿐.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아니,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아이는 주택가로 빙 둘러가는 것보다차가 많은 대로 주변으로 걷는 걸 좋아한다.안전하기야 주택가가 더 훌륭하겠지만,간판도 없고, 차들도 없는 그런 한적한 곳이아이에게는 영 재미없는 모양이다. 그 대로를 걸으면서아이는 노래를 부른다.그날 하루 학교에서 배웠던 노래를.마치 주문을 외.. 2017. 12. 1.
엄마의 사랑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보고 있으면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뒤척이는 소리가 난다.간혹 엄마, 엄마 하고 부를 때도 있는데,어서 와서 깨워달라는 것이다.이미 깨어있는데도.그럼 나는 침대로 다가가 안아주면서아이의 뺨에 얼굴을 비빈다.-잘 잤어?-좋은 꿈 꿨어?-엄마는 네가 보고 싶었어.그러면 메아리처럼 대답한다-응, 잘잤어.-좋은 꿈 꿨어.-보고 싶었어.비록 내 말을 따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그마저도 행복해지는 우리의 아침인사. 난 엄마에게 이렇다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내 위로 한 살 터울의 오빠가 있었는데,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거기로만 가는듯 했다.머리 좋고, 넉살 좋은, 그러나 말썽쟁이 오빠와머리 나쁘고, 무뚝뚝하고, 별 문제 없이 지내는 나는서로 완전히 다른 성향이었는데,타고난 .. 2017. 7. 21.
느린 아이 지난 6월, 너는 만5세가 되었어.미국에서는 만5세가 되면 학교에 다니게 돼.오스틴에서는 9월에 개학을 하는데,9월 기준으로 만5세 이후의 어린이들이 입학하지.(각 주마다 입학하는 달이 다르다)한국 나이로는 아직 6세인데 초등학교를? 하겠지만1학년이 아니라 병설 유치원 개념으로 1년동안 킨더를 가는거래.진정한 학교생활 이전의 훈련기간 정도로 보면 될듯해. 한국에 있을 때, 나의 걱정은 태산이었어.맙소사. 6살에 학교라니.너는 아주 느린 아이인데.과연 적응을 해나갈 수 있을까.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고,남이 시키는 것은 하지 않으며,운동신경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4세 이전까지 너무 자주 아팠던 탓에 주로 집에만 있었으니 그만큼 자극이 덜하기도 했을 거야.그렇다고 억지로 사회생활을 시켜.. 2017. 7. 11.
4세 남아의 일상 오전 9시, 출근하는 아빠가 가만가만 이름을 부르며 깨우기를 시도하지만너는 지난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촐랑거리며 놀다가 잤으므로 눈이 떠지질 않는다.아빠의 다정한 목소리따윈 가볍게 무시하고 이불에 머리를 박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몇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엄마의 공격이다.뽀뽀를 하면서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그제서야 못 이긴 척 히히히 웃으며 몸을 꼬기 시작한다.그리고선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턱 몸을 걸친다.멍 때리기를 몇 분, 엄마의 화장실행 권유를 받고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변기앞까지 뛰어간다.엄마가 유아용 변기를 준비하는 동안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을 한다.그리고선 시원하게 일을 본 후,물을 내려주고, 변기뚜껑까지 닫아준다.나는 청결한 남자니까. 다시 소파에 앉아 있으면 엄마의 요거트가 온다... 2015. 6. 8.
어린이집, 다시 다니다 넌 지난 수요일부터 어린이집을 다시 다니게 되었다.지난 해, 5개월가량 어린이집을 다니기도 했었다.그러나 그 5개월동안 입원을 4번이나 할만큼 자주 아팠다.어린이집 적응이 힘들었는지 어쨌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온갖 최신 유행병을 다 달고 오는 데다가, 열이 나면 경련까지 하는 거였다. 게다가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았는지집에만 오면 걸신듯이 밥을 먹었는데도 살이 빠졌다.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작년 여름에 그만 두고 지금까지 집에서 지냈었다.그러다가... 다시 다니게 된 것은.무엇보다 엄마의 스트레스가 크다. 넌 좀 예민한 편이다.사람을 좋아한다거나, 쾌활하다거나 하지도 않는다.물론 나는 엄마니까, 네가 얼마나 시끄럽고 활발한지도 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낯가리는 성.. 2015. 5. 16.
기저귀 떼기 1일차. 5월의 연휴가 끝나고 기저귀 떼기를 시작했다. 원래는 수요일부터 시작했었는데, 네가 대변이 마려운지 안절부절 못해서 다시 기저귀를 채우고, 목요일 밤 대변을 보고나서 (넌 변비가 있다) 금요일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넌 이미 수요일부터 나름대로 배변훈련에 들어간 거였다.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채 팬티만 입혔었는데 계속 안절부절하던 모습이. 차지도 않은 기저귀를 자꾸 갈아달라며 보채는 모습 때문에 네가 또 변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구나 싶어서 포기했었는데. 기저귀를 채워주니 그제서야 소변을 보던 너. 변기의자에 앉기 싫고, 팬티를 입는 것이 어색해서 소변 마려운 것도 참고 있었던 거다. 그날 너는 소변을 2번 봤다. 그러나 어찌나 참았는지, 두번다 기저귀를 넘쳐 바지를 적셨다. 너는 .. 2015. 5. 9.
눈물이 날거야. 부서지는 바람을 타고 새어 나오는 바다의 탄식 흐르는 모래 사이로 울부짖는 꿈꾸듯 노래하는 바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침묵하는 바다 일체의 소리도 없고 정지된 죽은 듯한 바다. - 프레베르 (바다의 탄식) 너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아이패드를 보며 즐겁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 오늘이 어떤 날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시간이 지나서, 너도 네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알게 될거야. 눈물이 날거야. 오늘은 1년 전, 세월호로 많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죽은 날이란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마음이 우울해. 하늘은 왈칵 긴 울음을 토해낼 것처럼 어두워. 잠시 후면 천둥을 쏟아낼지도 몰라. 화가 많이 났거든. 메뉴얼의 부재.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할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가는 바다에서 운전하며 먹.. 2015. 4. 16.
2015. 4. 15. 너는 지금 곤하게 아침잠을 즐긴다. 나는 지금 굉장한 여유를 즐긴다. 6월이면 넌 만3세가 된다. 만 3세가 된다는 것이 뭔지 아니? 적어도 기저귀를 떼어야 한다는 것이고, 혼자서 밥상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 그때까지 그 과업들을 해내지 못하면 영유아 검진에서 '문제있는 아이'로 판명이 될테니까. 사실 그 두가지를 지금 시행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지. 그러나 엄마도 나름 사정이 있다. 넌 열이 나면 경기하는 체질. 그래서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엄마랑 하루종일 씨름하고 있지. 4월이지만 아직도 날이 쓸쓸하게 느껴져서 5월이 와서 하의실종되는 날씨가 되면 바로 기저귀 탈출 작전 시행이다. 옷에 조금만 액체가 묻어도 갈아입자고 하는 너의 성격으로 보았을때 두 세번의 시행착오후엔 완전히 졸업할거라 .. 201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