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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오늘 너는

네가 울고 있을 때

by 글쓰는 백곰 2018. 6. 26.

가끔씩 네가 울곤 한다.

못마땅한 일이 있어서,

혹은 화가 나서,

갑자기 놀랄 일이 있었거나,

슬픈 일이 생겨서,

때로는 그냥 울고 싶어져서.


어른이 된 나는

아이인 너의 눈물을 이해할수가 없다.

터무니 없는 요구를 모두 받아줄 수 없고,

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어른의 삶이란

아이의 즉흥적인 감정을 용납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네 눈물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네가 우는게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성가시기도 하며,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엄마가 겨우겨우 공들여 무언가를 준비했는데

정작 주인공인 너는 시큰둥하며 무시해버릴때,

어른이지만 나도 상처를 받는다.

좋게 타이르던 말은 어느샌가 단호한 말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끝까지 네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런 너를 이해할수 없어 화가 나고,

너는 너대로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다.


-이제 그만 울어! 뚝!

그러나 그칠 기미가 없다.

울음은 더욱 끈질기게 이어진다.

이제 아이의 얼굴이 미워지는 시간이 온다.

그러다 문득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어릴 적에 들었던 아빠의 말.

워낙 말도 못하고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할 줄 모르던 나는

싫은 일이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자주 울곤 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으니

분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울어대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긴 울음에 눈물범벅이던 나를 보면 아빠가 하던 말.

-기지배가 재수없게.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네게 상처될 말은 하지 않겠다,

울고 있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다.




미안해.

엄마가 자꾸 잊어버린다.

엄마가 어렸을 때 어떤 기분으로 울었었는지,

자꾸만 까먹어버리고 너한테 자꾸 이런다.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랬어.

엄마도 너한테 상처 받을 때가 있거든.

기분 안 좋을 때도 있고.

언제나 널 안아주고 이뻐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될 때가 있어.

그런 엄마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엄마라고 해서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네가 울 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 생겨나는 눈물이던간에,

엄마는 절대로 다그치지 않을게.

너도 억울한 게 있고, 슬픈 것도 있고, 화나는 일도 있겠지.

다 울 때까지 옆에 서 있을께.

그리고 마지막엔 안아줄께.

그동안 네 눈물에 화내서 미안해.


이리와.

우리 서로 안아주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이렇게 두근대는 심장을 맞대고 있으면

조금씩 이해할수 있게 될거야.

네가 우는 심정을,

그걸 보는 엄마의 마음을.

그러다보면 어느 샌가 네 울음은 잦아들거야.

그때까지 기다려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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