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들에게/오늘 너는

엄마의 고독

by 글쓰는 백곰 2019. 3. 9.

며칠째 계속되는 아이의 기침,

나의 걱정도 덩달아 길어진다.

깊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기침이 잦아들길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면

까맣던 밤은 더 까매지고,

내 불면의 시간도 깊어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란 참 고독한 존재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 하는

의무감과 사랑이 가득한 존재.



아이를 키우며 고독한 날들이 많았다.

그것은 남편이 얼마나 육아를 도와주냐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란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온전한 고독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시로 외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는

절대적인 양의 한숨과 고통…

내 신체였던,

나의 일부였던 부분이 떨어져나와

나의 전체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속에서

사랑의 이유 따윈 아예 물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부어야하는 운명.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모습의 엄마도 없다.

육아에 대한 여러 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불안하게 흔들렸던 수많은 날들...

이 모든 게 풍족하지 못한 나 자신으로부터라고,

자신의 모자람을

스스로 책망하고 원망했던 날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은

험난함이 예정된 지난한 여정이다.

그 속에서 무엇이 성공이며 행복인지

매번 선택해야 하며, 의심해야 한다.

끊임없이 최선의 것을 갈구하며

자신의 한계를 수시로 확인하게 되는

매 순간 순간들의 고독.


언젠가 아이가 내 손을 빠져나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될 나이가 되었을 때 역시

또다른 형태의 고독이 나를 찾아오겠지.

알게 될까, 

알수 있을까,

그런 엄마의 고독을 네가.



'아들에게 > 오늘 너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가 울고 있을 때  (0) 2018.06.26
너와 걷는 길  (4) 2017.12.01
엄마의 사랑  (2) 2017.07.21
느린 아이  (8) 2017.07.11
4세 남아의 일상  (0) 20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