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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그 곳6

Fort Ross 약 3년 전, 코로나 시절에 여행을 가장 많이 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고 이민생활도 뭔가 매끄러워진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나가긴 그랬는데, 그때 마침 남편의 회사 동료가 자연경관이 좋다며 Fort Ross를 소개해 주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한 그 곳은 Fremont에서 운전으로 2시간 거리에 있었다. Fort Ross는 1812년 러시아제국이 아메리카를 지배하기 위해 요새를 지은 곳이다. 점령에 실패하고 19세기에 철수를 했지만, 그들의 터전이었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빽빽한 나무와 드넓은 들판,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바다까지, 정말 전략적 요충지로써 딱이다 싶은 곳이었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절이라서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 2023. 9. 12.
Leaving Las Vegas -2 두번째 라스베가스는 올해 봄이었다. 아이의 봄방학이 적당히 짧았으므로 라스베가스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차가 아닌 비행기로 갔다. 물론 차로 가는 것보다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여행의 피로도를 급격하게 줄여줬기 때문에 돈이 가진 마력이란 얼마나 굉장한가를 또 한번 절감했다. 1시간 30분의 비행은, 흡사 집 근처 샌프란시스코를 잠깐 다녀오는 듯, 홀가분 했다. 물론 공항을 가야하고, 비행 대기를 해야 했지만 10시간이 넘는 척박한 운전환경보다는 나았다. 쉬러 놀러간다면서 첫날에 피곤하고, 마지막에 다시 피곤해지는 그런 악순환이 없다고 생각하니 세상 간편해진 느낌이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고 했던가, 공항을 어슬렁거리며 기념품도 사고, 공항라운지도 이용하고 (신용카드혜택), 아주.. 2023. 5. 13.
Leaving Las Vegas -1 미국에 와서 라스베가스를 2번 다녀왔다. 2년 전에 한번, 그리고 올해 한번. 기독교인인 네가 라스베가스를 무슨 재미로 가냐고 누군가는 물어볼 수도 있겠다. 재미로 하는 도박도 한번 안해볼거면서 왜 가냐고.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여행지가 라스베가스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차로는 약 10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이면 가는 곳인데다가, 근처에는 대자연의 대명사 그랜드캐년이 있고, 교육적인 요소를 원한다면 후버댐에 가볼 수도 있으니까. 처음 갔을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이던 2년 전 봄이었다. 코로나로 1년간을 바짝 앓았던 미국인들은 관광지인 라스베가스에서까지 마스크를 쓸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처음 라스베가스 대로를 걸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2023. 5. 13.
LA와의 날카로운 추억 지난 주, 아이의 봄방학을 맞아 LA에 다녀왔다. 목적지는 디즈니랜드였고, 2박3일의 여행이었다. 각 도시마다 풍기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 살 때만 하더라도 그런 느낌을 잘 몰랐는데 미국에 오고 보니 워낙 땅이 넓어서인가, 각각의 다름이 큼직하게 다가온다. LA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대부분의 한국인이 찾는 관광지이지만 솔직히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인가 하는데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 소견이다. 사람마다 도시에 대한 추억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까. 다만 나의 경우가 이렇다는 것이다. 이번이 LA의 처음은 아니었다. 텍사스에서 이사 오면서 하루 정도 머물렀던 곳이니까. 그 때도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그 원인을 정확히 알게 된듯 하다. 우선.. 2018. 4. 25.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 약 열흘 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미국의 각 지역에 유니버셜 관련 시설이 많은데, 우리가 갔던 곳은 L.A에 있는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다. 각종 영화를 제작했던 촬영장 세트도 있고, 많은 캐릭터들 관련 놀이기구도 있는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가 그것들을 즐길수 있을 만큼 어떤 경험치가 있어야만 100% 활용가능한 것이지 아직 만 6세도 안된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것이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애가 해리포터를 알겠나, 심슨을 알겠나. 기껏해야 미니언을 아는 정도랄까? 결국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 것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소원 풀이가 아니었나 싶다. (차에서 찍다보니 짤려버린 간판) 새벽 5시부터 헤롱대며 차를 끌고 출발했다. 5시간 30분의 거리를 남편과 교대하며.. 2018. 2. 28.
3박 4일 로드트립 본의 아니게 로드트립을 했었다. 이사를 하려고 보니 차 수송비가 너무 들어 차라리 우리가 끌고 가자고 해서 시작된 3박 4일의 여정이었다.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엔 뉴멕시코, 아리조나를 통과해야했다. 총 4개 주를 건넜다고 볼수 있는데, 약 30시간 정도가 걸렸다. 첫 날. 이삿짐을 다 보내고, 공과금 정리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난후 출발했다. 처음에는 텍사스의 시골길을 한참 달려 10번도로로 진입해야했다. 이제 저 멋진 텍사스 하늘도 끝이라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해가 질때까지 5시간을 운전했지만, 아직도 텍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서 하루 잤다. 그리고 두번째날, 그 날이야 말로 지루한 운전이 시작되었다. 오전내내 달렸더니 뉴멕시코에 들어섰다. 점심엔 엘파소에.. 2017.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