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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그 곳

Leaving Las Vegas -1

by 글쓰는 백곰 2023. 5. 13.

미국에 와서 라스베가스를 2번 다녀왔다.

2년 전에 한번, 그리고 올해 한번.

기독교인인 네가 라스베가스를 무슨 재미로 가냐고

누군가는 물어볼 수도 있겠다. 

재미로 하는 도박도 한번 안해볼거면서 왜 가냐고.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여행지가

라스베가스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차로는 약 10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이면 가는 곳인데다가,

근처에는 대자연의 대명사 그랜드캐년이 있고,

교육적인 요소를 원한다면 후버댐에 가볼 수도 있으니까.

 

처음 갔을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이던 2년 전 봄이었다.

코로나로 1년간을 바짝 앓았던 미국인들은

관광지인 라스베가스에서까지 마스크를 쓸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처음 라스베가스 대로를 걸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대형 간판, 화려한 구조물들이 즐비했고

마리화나 냄새는 몇걸음을 걸어도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은 한없이 화려한 차림새였으며,

인종도, 그 사람들의 언어도 무척이나 다양했다.

사람이 사람을 치면서 다녀야 하고,

명소라고 할수 있는 건물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1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화려함보다는 지루함이 앞서는 느낌이었다랄까.

게다가 아이와 함께 라스베가스 대로를 걷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해로운 종류의 경험이었다.

쇼걸로 분장한 여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고,

상품에 대한 호객을 하는 상인들이 즐비한…

여튼 복잡하고도 정신없는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아이를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곤 했다.

어휴, 어서 호텔로 들어가자.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
(호텔 내부에 있던 상가의 인테리어 수준)

그때 5성급 호텔을 처음 가보았다.

코스모폴리탄 호텔이었는데, 전망이 좋은 것은 물론,

고급스럽고 세련됨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코로나에 지쳐 있었고, 

장기간 운전에 지쳐 있었으며,

바깥의 매캐한 냄새에 이골이 나 있었기에

난생 처음 룸서비스를 신청해 보기로 했다.

TV에서만 볼수 있었던, 

돈 꽤나 있어뵈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주문하던

몹시도 호사스러워 보이던 그런 서비스를.

막상 그것을 이역만리 미국에서 시켜보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놀랐고,

음식의 퀄리티가 뛰어남에 또 다시 놀라고 말았다.

가격도 일반 레스토랑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던 어떤 세계의 문을 발칵 열어버린 기분이랄까.

이 좋은 것을 왜 늘 두려워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즐겁자고 여행까지 온 마당에 말이다.

 

(호텔룸에서 보이던 낮의 라스베가스)
(몇번이고 멍때리고 보게 되던 야경)

라스베가스는 밤에 좀 더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헐벗은 여인들이 가득한 밤거리로 직접 나가지 않고서도

가만히 호텔 룸에 앉아 있으면, 

그 유명하다는 분수쇼도 실컷 볼수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의 분주함도 관조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평화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소리가 차단된 풍경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적당한 거리감이,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각자 라스베가스를 즐기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내 첫번째 라스베가스는 그렇게 각인이 되었다.

 

아침에는 호텔 상가에 있는 에그슬럿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를 먹었고,

또 저녁에는 고민도 않고 룸서비스를 시켰다.

낮에는 어린이를 위해 후버댐 견학을 다녀왔다.

그렇게 2박의 호텔 생활을 하며,

우리는 라스베가스를 호캉스의 성지로 규정해버렸다.

그것이 우리의 첫번째 라스베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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