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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그 곳

Fort Ross

by 글쓰는 백곰 2023. 9. 12.

약 3년 전, 

코로나 시절에 여행을 가장 많이 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고

이민생활도 뭔가 매끄러워진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나가긴 그랬는데,

그때 마침 남편의 회사 동료가 자연경관이 좋다며

Fort Ross를 소개해 주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한 그 곳은

Fremont에서 운전으로 2시간 거리에 있었다.

 

Fort Ross는 1812년 러시아제국이 

아메리카를 지배하기 위해 요새를 지은 곳이다. 

점령에 실패하고 19세기에 철수를 했지만, 

그들의 터전이었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빽빽한 나무와 드넓은 들판,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바다까지,

정말 전략적 요충지로써 딱이다 싶은 곳이었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절이라서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 광활한 자연을 실컷 돌아다니며 만끽했다.

정말 눈이 시원하고 

코가 뻥 뚫리는 곳이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리는 그런 근사한.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다시 갈 계획이 없다. 

운전 때문이다.

우리가족이 새로운 여행지를 가게 되거나

새로운 차를 몰게 될 경우

운전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20살부터 운전을 한 경력도 있기도 하고,

길눈이 어두워 오로지 운전만(?) 할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옆에서 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운전을 즐기는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총대를 메고 전진하고 있는 중이랄까.

여튼, 그렇게 다녀온 Port Ross는

가는 길이 무척이나 험난한 편에 속했다.

절벽같은 구간이 무척이나 길게 이어졌는데

갈때는 산을 끼고 돌아서 별 생각이 없었다가

돌아올 때 보니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보였다.

(밑에는 바닷물이 사납게 파도치는)

문제는, 1차선의 그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

가드레일 하나 없었다는 거였다.

운전을 하는데 조금만이라도 삐딱하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기 딱 좋은 풍경이랄까.

와… 그렇게 한시간 정도 (길이 막히기까지 함)

곡예하듯 운전을 하고 있노라니 

너무 긴장되어 토할 지경이었다.

그때 별말 없이 의연해 보이던 남편도 집에 돌아와 말하길

자신 또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더 불안해 할까봐

티내지 않으려 참느라 이중고였노라고 고백했다.

와… 정말 살다살다 그렇게 아찔한 운전은…

나중에 이민온 지 얼마 안된 어떤 지인이

가까운 관광지를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우리는 Fort Ross의 자연경관이 아주 끝내준다고 추천했다.

다만 운전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아주 조그맣게 덧붙였다.

(우리만 당할수 없다는 못된 심보였을까.)

누가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만 준다면

또 한번 가고 싶은 곳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은, 그냥 사진으로 만족하는 게 낫겠다.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다시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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