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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그 곳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

by 글쓰는 백곰 2018. 2. 28.

약 열흘 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미국의 각 지역에 유니버셜 관련 시설이 많은데,

우리가 갔던 곳은 L.A에 있는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다.

각종 영화를 제작했던 촬영장 세트도 있고,

많은 캐릭터들 관련 놀이기구도 있는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가 그것들을 즐길수 있을 만큼

어떤 경험치가 있어야만 100% 활용가능한 것이지

아직 만 6세도 안된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것이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애가 해리포터를 알겠나, 심슨을 알겠나.

기껏해야 미니언을 아는 정도랄까?

결국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 것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소원 풀이가 아니었나 싶다.

 

 

(차에서 찍다보니 짤려버린 간판)

 

새벽 5시부터 헤롱대며 차를 끌고 출발했다.

5시간 30분의 거리를 남편과 교대하며 운전했다.

도착하니 평일이었는데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들어가자 마자 우리는 스튜디오 투어 버스를 탔다.

 

 

 

버스는 영화세트장을 돌면서

화면으로 영화 장면도 틀어주며

무엇이 여기서 촬영되었다는 설명을 주로 했다.

빽 투더 퓨처, 헤어스프레이, 그린치 등의 영화와

위기의 주부들 같은 드라마 세트장까지 돌았다.

 

 

('테드'가 촬영된 세트장을 지나가는 중)

 

그리고 약 4개의 가상현실 공간세트로 들어갔는데,

3D 안경을 착용하고 영화 액션 상황을 즐겼다.

바람이 불어대고, 물이 뿌려지고, 버스가 흔들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어린 아들은 그런 가상현실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인가

무척 무서워하고 겁에 질려해서

아이의 시선을 가려주거나 물과 바람을 막아줘야했다.

거참, 전혀 생각치 못한 복병이었다.

첨단이라고 할만큼 멋진 세트들이 많았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식칼을 들고 다니는 싸이코 역할의 백인 아저씨 뿐이었다.

시체(마네킹)을 들고 차 트렁크에 넣고선

식칼 하나를 들은 채, 그 옆을 지나가는 우리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달려들기라도 하면 어쩌나 겁이 덜컥 날정도로

어찌나 섬뜩하고 살기어린 눈으로 노려보던지.

아무리 근사하고 멋진 세트가 있다고 해도

사람 한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하나를 못따라가는구나 싶어

새삼 인류의 위대함(?)을 느끼고 왔다. ㅋㅋ

우리는 어차피 이 투어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했기에

그 이후로는 그저 야외를 돌아다니기만 기억이다.

 

 

(해리포터 촬영세트장)

 

 

(심슨네 가서 얼굴만한 도넛 하나 사먹고...

맛은... 호기심의 댓가를 혹독히 치를만큼의 딱, 그런 맛)

 

 

 

그래도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미니언즈들.

그렇게 활짝 웃는 얼굴이라니. 괜히 미안하게스리.

남편과 나는 바트와 리사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애정하는 캐릭터와의 기념촬영을 패스할 수는 없었기에.

(그러나 사진이 흉하므로 올리지 않기로 한다.ㅋ)

 

3시가 되어 겨우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맛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세계 놀이공원의 필수조건이었나?

허기를 위해 먹었건만,

먹으면서도 어째 그렇게 입맛이 뚝뚝 떨어지던지.

샌드위치와 멕시칸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정말 해괴했다.

 

 

(여기서만 판다는 버터비어. 알콜은 없다.

맛은... 버터스카치 사탕을 액체로 구현했다랄까?

기괴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그밖에 이것저것 쇼핑하고 싶은 굿즈도 많았고

귀여운 상품들도 많았지만

우리에겐 쉬지 않고 집에 가자 칭얼대는 어린이가 있었기에

4시경 집으로 출발해야했다.

약 5시간 정도 머무른 것이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데,

왕복 11시간의 거리를 당일치기로 갔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남편의 무리한 계획으로 인해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밤 10시에 집에 도착했다.

다음에는 그런 미친 짓을 하지 말아야 겠다.

남들은 근처 몬트레이 (1시간 30분 거리)도

2박 3일로 간다는데.

우리는 무슨 헝그리 정신으로 이렇게 쏘다니는 것일까.

로드트립으로 3박 4일 이사온 것부터가 시초였던 것일까?

그렇게 하루동안 고생을 하고 돌아와선

남은 연휴 3일동안 남편과 나는 기절해버렸다.

그래도,

기념으로 사온 미니언 팝콘통을 소중하게 모시는(?) 아이를 보니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나들이를 해야겠다고

 

새삼 미안해진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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