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들에게/오늘 너는

눈물이 날거야.

by 글쓰는 백곰 2015. 4. 16.

부서지는 바람을 타고

새어 나오는

바다의 탄식

흐르는 모래 사이로

울부짖는

꿈꾸듯 노래하는 바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침묵하는 바다

일체의 소리도 없고

정지된

죽은 듯한 바다.


      - 프레베르 (바다의 탄식)




너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아이패드를 보며 즐겁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 오늘이 어떤 날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시간이 지나서, 너도 네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알게 될거야. 눈물이 날거야.

오늘은 1년 전, 세월호로 많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죽은 날이란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마음이 우울해.

하늘은 왈칵 긴 울음을 토해낼 것처럼 어두워.

잠시 후면 천둥을 쏟아낼지도 몰라. 화가 많이 났거든.


메뉴얼의 부재.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할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가는

바다에서 운전하며 먹고 사는 자가 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거야.

그런데 화가 나게도, 그 사람만 살고 나머지는 죽었어.

그리고 우리의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선체에 머물렀고

그렇게 죽어갔어.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엄마는 말야. 무서워.

이런 세상에, 이런 나라에 너를 덜컥 내려놨다는 게.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나이가 되어도 불안감 속에서 뜬 눈으로 지새야 한다는 게.

네가 엄마 뱃속에서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마는 내심 안도했다. 

딸이 살아가야 하기엔 무서운 세상, 차별 심한 나라였으니까.

물론 남자도 가장이란 무게를 견뎌야 하겠지만.

그런데. 이제 보니 무서운 건 한두개가 아니야.

정말 아니었어.


나는 네가 거창한 인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

그냥 네 온전한 생명을 다 누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다가 인생을 마쳤으면 좋겠어.

이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이 무거운 생명의 책임에서 발 빼기 위해 급급하고

뒤로는 뇌물을 받아 챙기며, 아니라고 우기고,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저런 더러운 사람이 되지 마라. 여러사람에게 인정받고 명예롭고자 하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고,

사람은 자신에게 소중한 몇몇의 사람에게만 애정을 쏟으면 된단다.

나머지는 모두 낭비이고, 사치란다. 

그 많은 걸 감당하려면 네가 많이 소모될 거야.


엄마라고 해서 야망이 없고, 꿈이 없던 사람이 아니란다.

그런데 말야. 엄마가 되고 나니까.

그냥 네가 안전했으면 좋겠고,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사라진 아이들을 생각해보렴.

그 부모들은 생살이 찢겨나가는 아픔과,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속에서 오늘도 고통을 쏟아내고 있어.

엄만 무서워. 결코 남의 일이 아니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

각자 책임의 공을 돌리고, 또 돌리고... 그렇게 1년이 지나버린거야.


아들아. 네가 철이 들어서

그 시절에도 이 세월호 추모의 날이 오게 되면

억울하게 사라져간 생명들에 대해서 같이 기도해주자.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이 오게 해달라고.

 



'아들에게 > 오늘 너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린 아이  (8) 2017.07.11
4세 남아의 일상  (0) 2015.06.08
어린이집, 다시 다니다  (0) 2015.05.16
기저귀 떼기 1일차.  (0) 2015.05.09
2015. 4. 15.  (0)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