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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오늘 너는

기저귀 떼기 1일차.

by 글쓰는 백곰 2015. 5. 9.

5월의 연휴가 끝나고 기저귀 떼기를 시작했다.

원래는 수요일부터 시작했었는데,

네가 대변이 마려운지 안절부절 못해서 다시 기저귀를 채우고,

목요일 밤 대변을 보고나서 (넌 변비가 있다)

금요일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넌 이미 수요일부터 나름대로 배변훈련에 들어간 거였다.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채 팬티만 입혔었는데

계속 안절부절하던 모습이.

차지도 않은 기저귀를 자꾸 갈아달라며 보채는 모습 때문에

네가 또 변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구나 싶어서 포기했었는데.

기저귀를 채워주니 그제서야 소변을 보던 너.

변기의자에 앉기 싫고, 팬티를 입는 것이 어색해서

소변 마려운 것도 참고 있었던 거다.

그날 너는 소변을 2번 봤다.

그러나 어찌나 참았는지, 두번다 기저귀를 넘쳐 바지를 적셨다.

너는 불쾌감에 비명을 질러댔다.

엄마는 그냥 기저귀가 잘못 채워졌나 보군 그러고 말았는데.

 

목요일 밤. 네가 드디어 대변을 봤다.

일주에 한번 정도 보는 네가, 주기가 일주에 2번 정도로 바뀌는 듯 하다.

그래서인가, 변도 그다지 딱딱하지 않다.

이제 변도 봤으니, 내일은 또 배변훈련이다, 맘 먹었다.

그리고 금요일. 너는 하의 실종으로 다녔다.

팬티를 입자니까, 차라리 입지 않겠다며 도망다녔다.

겨우겨우 억지로 입혔다.

조금 후에 기저귀 갈아달라고 한다. (이게 신호)

그래서 변기에 앉자고 했더니 도망가고 울고 불고 난리다.

어쩔수 없이 억지로 데려와 싫다는 너를 강제로 앉혔다.

징징 짜며 울고 있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운다.

소변이 나온거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처음이라 너무 싫었던 거다.

우는 아들을 달래느라 초코렛을 입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룰루랄라 노래하며 다른 곳으로 간다.

그렇게 3회.

너는 팬티를 한번도 적시지도 않고 소변을 봤다.

그때마다 비명을 질러댔지만,

마지막에 변기에 앉을 때는 어느정도 체념이 되었는지

내가 강제로 앉히지 않아도 혼자 고독히 앉아있었다.

그래, 다 익숙해지기 마련인거야. 

언제나 똑같이 살수는 없어. 변수가 얼마나 많은게 세상인데.

좀더 편리해졌다고 생각하자.

혹시나 몰라 밤에 기저귀를 채우긴 했지만.

이것도 일주일만 그렇게 해보자.

 

엄마는 오늘 네가 사랑스러워 미치는 줄 알았다.

아... 엄마의 오랜 고민이었는데, 단번에 해결해 주는 구나.

네가 자랑스러워서 오늘 하루종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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