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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오늘 너는

2015. 4. 15.

by 글쓰는 백곰 2015. 4. 14.

너는 지금 곤하게 아침잠을 즐긴다.

나는 지금 굉장한 여유를 즐긴다.

6월이면 넌 만3세가 된다.

만 3세가 된다는 것이 뭔지 아니?

적어도 기저귀를 떼어야 한다는 것이고,

혼자서 밥상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

그때까지 그 과업들을 해내지 못하면 영유아 검진에서 '문제있는 아이'로 판명이 될테니까.

사실 그 두가지를 지금 시행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지.

그러나 엄마도 나름 사정이 있다.

 

넌 열이 나면 경기하는 체질.

그래서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엄마랑 하루종일 씨름하고 있지.

4월이지만 아직도 날이 쓸쓸하게 느껴져서

5월이 와서 하의실종되는 날씨가 되면 바로 기저귀 탈출 작전 시행이다.

옷에 조금만 액체가 묻어도 갈아입자고 하는 너의 성격으로 보았을때

두 세번의 시행착오후엔 완전히 졸업할거라 믿는다.

 

자. 혼자서 밥먹는 건 어쩔거냐.

너의 그 편식 습관.

질기거나 딱딱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입맛.

늘 먹던 것이 아니면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고정관념의 사나이.

한정된 메뉴에만 입을 벌리는 너.

나의 게으름과 인내심의 한계로 늘 떠먹여주었으나

이제 6월이 되면 식판의 것들을 네 스스로 비워야 할거야.

네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난 네 엄마이므로 설마 먹고 죽을걸 내놓진 않겠지.

지금도 그게 가능하다는 건 안다. 스스로 밥 떠먹는것 정도는. 맨밥이겠지만.

너를 엄청난 허기로 몰아가면 가능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보류해두자.

만3살이면 모든 말을 알아듣고, 모든 교육이 가능하다는

그런 말들을 믿어보자.

아기 입에 밥 넣어주는 아기짓은 딱 그때까지만 하도록 하자.

사실 엄마도 네가 너무 빨리 어린이가 되는건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진정한 룸메이트여.

서로 폐 끼치지 않고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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