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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크리스마스 분위기

by 글쓰는 백곰 2017. 12. 15.

난 참 재미없는 사람인게 분명하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떤 날,

즉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도

어떤 기대라던지 설렘이 없다.

분위기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된건

분위기 없는 부모님에게서 자란 탓도 크다.


그 중 서양 명절같은 크리스마스는

노는 날이 하나 더 추가된 정도의 느낌이었다.

유년기에 이렇다할 선물을 받아본 적도 없고,

애틋한 어떤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미국에 오고 보니 상황이 달라진다.

아주 거대한 명절같은 느낌이랄까.


추수감사절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들어섰다.

특히 마트나 상가들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소비해라, 소비해라, 크리스마스니까! 



타겟에 갔다가 여러가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여서

이것저것 찍어보았다.

트리장식, 포장용품, 조명등...

눈이 돌아갈만큼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아이템이 많았다.



내 맘에 꼭 들었던 귀여운 오너먼트들.

우리집에도 요다,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가 있다.

금액이 후덜덜해서 (한개에 8천원꼴) 많이 살순 없었다.

그래도 다음 년도에 한두개씩 사는 그런 기쁨도 있을테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리스가 종류별로 있었다.

만약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현관에 걸어놓으면 참 이쁘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빡빡한 월세집. 

오만년 후에나 가능하려나. ㅋㅋㅋ



다양한 크리스마스 스타킹도 보였다.

명칭은 스타킹인데, 늘어나는 재질은 아니다.

데코용이라고 보면 될듯 하다.

우리집은 벽난로도 없는데 왜 스타킹을 샀을까.

결국 아이의 스타킹은 벽장 문고리에 걸려있다. 



각종 전구들.



선물 포장 용품 코너도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틴케이스도 판다.

사람이 너무 붐벼서 다 찍을 수는 없었지만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오죽하면 나처럼 둔감한 사람도

이 코너들을 지나면서 어서 트리를 사야 한다고

남편을 들들 볶을 정도였으니. 

그것도 추수감사절 다음날에 말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산책을 하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집 자체를 전구로 둘러싼 집이 있는가 하면,

울타리마다 리본이나 조화로 꾸민 집도 있다.

밤이 되면 전구를 켜 놓는데, 

집 안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집 밖에서 보여지는 것이라는 게 좀 특이하다.

타인을 위한 서비스 같은 걸까?

그리고 저건 타이머가 있는 건가?

전기세... 걱정은 안드나? 

미국인들은 에너지를 씀에 있어서

한국인과는 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 한국에서는 업소에서나(?) 저렇게 치장을 하고, 번쩍 거리게 하지

일반 가정에서는 트리 하나 정도로 만족할 것이다.

그나마도 24시간 틀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어쨌건,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미국인,

그것도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절약도 절약이지만, 쓸 땐 써야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르니까.


크리스마스...

문득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꾸물대지 않는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것, 혹은 비싼 것,

그냥 내가 봐도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모아서

상자에 하나씩 담는다.

기뻐해 주길 바라, 내가 사랑하는 너.

작은 글씨로 써내려가는 크리스마스 카드.

이때가 아니면 또 어떤 구실로 편지를 쓸수 있을까.

미국에 오고 나니

왠지 낭만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선물을 받는 것보다 

선물을 하는게 더 기쁜 이유는... 무얼까?

어쨌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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