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남편의 미국취업 성공기

by 글쓰는 백곰 2017. 8. 5.

우리가 미국에 온지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남편은 직장을 얻지 못해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우리는 이미 영주권이 있었기에

신분문제는 크게 걱정될게 없었으나

미국에서 취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들처럼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취업하는게 아닌,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자마자 무작정 시도한 것이다.


처음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것도

여러가지 해야할일들이 많아서

한달동안은 거의 구직활동을 하지 못했다.

어느정도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졌을 때

지금 우리가 거주하는 텍사스 오스틴 위주로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손가락에 꼽을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지원한다고 해도 다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편의 눈이 까다로워서

대기업을 노린다거나 한건 아니었다.

물론 되면야 좋지만 말이다.


다른 직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IT 개발업자인 남편이 취업하는 것은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했다.

우선 리쿠르터와 전화인터뷰로 

지원한 포지션이 맞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그게 맞게 되면 

회사의 실무자(간부급이나 팀장급)가 연락해

간단한 코딩 시험을 본다.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간단히 파악하고

온사이트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전화로 두단계를 통과하면

직접 회사로 가서 면접을 보게 된다.

보통은 같이 일하게 될 부서의 간부나 팀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와 맞는지 아닌지를 시험하는 코딩시험을

약 3~4 차례 정도 보게 된다.

그리고 인사과에서 대략적인 연봉협상을 하는 걸로

면접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남편의 한국에서의 이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음에도

(한국 대기업에 11년간 재직)

그들은 그것이 별로 충분치가 않았는가

실제로 연락오는 곳은 그다지 없었다.

게다가 영어가 원활치 않은 남편이

전화인터뷰를 통과해야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몇번을 하고 나니 요령이 생겨

전화인터뷰까진 잘 마칠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포지션에 맞는 일이 별로 없었다.

온사이트 면접까지 간것은 두번밖에 되지 않았다.


첫번째 온사이트 면접은 아마존이었다.

대기업이었으므로 절차도 상당히 까다로웠고

첫 면접부터 마지막 온사이트까지 진행기간이

한달여가 될만큼 길었다.

게다가 무슨 직원마인드 교육강령같은 것도 있고...

그래도 처음으로 가본 온사이트 면접이었고

우리 부부는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때 오스틴에 일자리가 별로 없었는데,

아마존이 거의 마지막 일자리였다.

그러므로 사활을 건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역시나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온사이트까지 간 경험을 쌓아주었고

면접을 진행할때도 회사의 매너가 좋았으므로

입사는 실패했지만

아마존에 대한 기억은 좋게 간직하고 있다.


두번째 온사이트 면접은 산호세에서 이뤄졌다.

아마존에서 떨어지고 난후,

우리는 이제 오스틴에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또 이사를 하는게 번거롭고,

남편의 직종이 많은 산호세는 살기가 빡빡해서

그동안 기피해왔었다.

그러나 이제 찬밥 더운밥 가릴 시점이 아니었다.

우리가 선택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걸 깨달았다.

결국 산호세에 있는 작은 회사에 지원했는데,

전화면접을 모두 간단히 통과했고,

온사이트 면접을 보러 캘리포니아로 가게 된것이다.

회사에서 각종 경비를 다 지원해주었지만

자꾸만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남편은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면접을 본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캘리포니아로 간다...



(그리울거야, 텍사스의 하늘. 

살면서 저렇게 높은 하늘, 파란 하늘은 처음이었어)


그동안 말도 안통하는 이곳에서

취업을 하기 까지

남편이 겪었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싶었다.

미국에 오긴 왔지만 

뭔가가 확정된게 아니었으므로

막상 여기에 와서 맘처럼 되지 않는 상황에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을지...

스스로도 많이 힘들고 지칠 것만 같아

옆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라 위로하기도 조심스러운 시간들이었다.

나는 마트가서 물건 하나 사는 것도 무척 긴장되는데

여기서 취업까지 하다니 굉장하다...

남편은 실감이 안나는가, 덤덤한 표정이다.

그래서 사고 싶은 게임기를 어서 사서 놀라 했더니

그제서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남자들은 참 다루기(?) 쉽다.


3주안에 이사를 오라는데...

집도 구해야 하고, 이사도 알아봐야 하고

마음이 무척 급해졌다.

이제부터가 진짜,

진짜 정착이다. 

한동안 바빠질 듯 하다. 행복하게도. ^^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카로운 첫쇼핑의 추억  (0) 2017.08.08
오랜만의 산책  (2) 2017.08.07
미국마트에서 입지 말아야할 옷  (4) 2017.08.03
미국 주부의 위대함  (8) 2017.08.02
머리 자르는 날  (4) 201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