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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미국 주부의 위대함

by 글쓰는 백곰 2017. 8. 2.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지 싶었다.

그러므로 미국주부로 사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몇개월 살아본 결과

미국에서 주부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함을 깨달았다.


한국에 있을 때,

홈쇼핑 채널을 틀기만 하면 나오던 다이슨 청소기.

그것을 볼때마다

와, 저것은 혁명! 미국에 가면 꼭 사리라 맘 먹었다.

그래서 미국에 오자마자 다이슨 청소기를 질렀다.

문제는... 배송까지 며칠이 걸렸다는 점.

아파트에 입주청소가 되어 있었기에

며칠동안 손걸레질을 하며 버텼다.

그러나 방마다 카펫이 깔려 있어서 

그것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아이와 나는 호흡기가 약한 편이어서

먼지가 있으면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버티고 버티다가 아이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베스트 바이에 가서 

급한대로 카펫 청소기를 구입했다.


 


(카펫청소기의 위엄... 저 여인은 천하장사인가.

자세히 보면 팔뚝 근육이 갈라져있다)


박스를 열자 웅장한 크기의 카펫 청소기가 나왔다.

코드를 꼽고 카펫에서 밀려고 하는데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거다.

내 오른팔에 5살 아들을 얹은 느낌이랄까.

와... 정말 정말 정말 무거워서

방향을 틀기도 힘들었다.

결국 양손을 동원하여 낑낑대며 청소했다.

흡입력만큼은 좋았다. 오히려 다이슨보다 말이다.

우리집은 1층이라서 사진처럼 들고 갈 일은 없지만

일반 미국주부들은 다 저렇게 이동시킬것 아닌가.

어쩐지... 다이슨을 선전하는 미국주부의 몸을 보니

은근히 근육으로 다져져 있더만... 다 이유가...

나처럼 덩치만 크고 근력이 없는 여자는

청소하나도 만만치 않은 곳이 이곳이었다.

카펫 청소를 다 마치고 나면 땀범벅이 되곤 했으니.


또한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것이

미니밴을 구입한 것이었는데,

운전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난 20살부터 운전을 꾸준히 해왔고

무사고운전자로써 긍지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 미니밴을 운전하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우리가 구입한 혼다 오딧세이. 

한국의 카니발보다 훨씬 크다)


미국에선 대체로 각 가정마다 차가 2대는 있는데

보통 출퇴근용 차 한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미니밴 한대를 구입한다.

주부들은 주로 미니밴으로 아이들을 픽업하는데

저렇게 큰 차를 운전하고 다닌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차로만 쇼핑이 가능하므로

되도록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미니밴을 선호한다.

처음으로 오딧세이 운전석에 앉았을 때

조수석에 앉은 남편이 너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차량의 폭이 넓었고, 생각보다 차체가 무겁게 느껴졌다.

믈론 차 자체는 좋아서, 밟으면 무리없이 쑥 나간다.

차 내부 폭이 너무 넓어서

잠시만 방심해도 차선을 밟아버린다.

차가 쓸데없이 첨단이라, 밟았다고 삑삑삑 난리난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유턴을 하거나 회전을 하려고 할때

핸들이 너무 무거워 여간해선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에 힘을 준채(?) 턱턱턱 핸들을 잡아 꺾는다.

와... 이렇게 운전한다는 거 아닌가. 미국주부들은.

정말 존경한다, 존경해... ㅠ.ㅠ


또한 미국에 와서 보니

아이들이 킨더 가기 전까지

집에서만 양육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다.

킨더 가기 전에 교육기관에 보내게 되면

한달에 적어도 1500불 이상은 나가고,

(물론 지역마다 다르다)

그마저도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특별히 가정경제가 넉넉하거나

일하는 엄마가 아닌 경우에는

아이들을 집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 역시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말이다.

이래저래 미국에서 주부의 역할이란

한국보다 더욱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듯 싶다.

여기는 뭐... 양육수당 같은 것도 없고... 

아무리 제 자식이라고 해도

엄마도 엄마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음... 미국 주부, 대단하다, 대단해.


그리고 추가하자면...

지금은 씩씩하게 청소 잘하고 있다.

물론 다이슨으로 하고 있지만. ㅋㅋㅋ

(사실 다이슨도 그다지 가볍지는 않다.

그래도 카펫청소기에 비하면 솜털이다, 솜털)

가끔씩 운동이 필요할때 카펫 청소기를 돌린다.

이래저래 스케일이 다른 미국...

근육으로 다부진 주부로 다시 태어나리라! 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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