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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19번의 이사

by 글쓰는 백곰 2017. 7. 29.

다음주에 남편이 캘리포니아로 면접을 보러 간다.

내심 오스틴에 정착하기를 바랬던 우리지만,

생각보다 맞는 포지션이 없어 

지역을 바꿔 구직을 해야했다.

7월부터 산호세 및 전국구(?)로 구직을 했는데

휴가철이어서 그런가 딱히 연락이 없다가

이번주부터 면접이 줄줄이 잡히고 있다.

그중 다른 지역의 한국기업도 있다.

내내 연락이 없다가 면접스케쥴이 계속 잡히니

걱정스러워하던 남편의 얼굴이 좀 편해보인다.

그걸 보는 나 역시도 편해진다.


오스틴에 와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기도 하고,

그러므로 이것저것 시작한 것이 많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사를 할 경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꽤 많다.

렌트, 운전면허, 학교등록...

게다가 미국에서 타주 이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역시도 알아봐야 한다.

게다가 만약 캘리포니아로 가게 될 경우

(남편 직업군이 많은 곳이다)

생활물가가 어마어마하며

강남 8학군에 버금가는 교육열이 있다는 그 곳에서

과연 내가 균형을 잘 잡고 살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아끼고 사는 것은 잘 할수 있다.

문제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힘들었던 것이

아이 교육에 대한 주변인들의 참견이었다.

지금 누구네는 뭐 하고, 그거 안하면 안되고,

요즘은 다 그러는 추세고... 뭐 그런거 말이다.

남들 다 하는데 안하면 

우리 애만 처지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유난히 느린 아이를 가진 나로써는

한국에서 그 말들을 참아내는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좀 괜찮겠지 싶었는데,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세다는 곳에 간다니,

과연 내가 균형을 잘 잡고 서있을수 있을런지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나는 어릴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미국에 오기전, 내 주민등록초본을 떼보니

18번이나 주소가 바뀌어져 있었다.

여기 미국까지 왔으니 이제 19번이고.

어릴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녀서

우리 아이와 마찬가지로 느린 아이였던 나는

이래저래 적응이 더욱 힘들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 

이사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보인다.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여러번 이직을 하는 것이 

더욱 능력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한곳에 오래 다니면 성실하다고 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능력있는 자가 회사를 골라 다닌다고 본다.

이런 직업풍토로 봤을 때

몇번의 이사는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스틴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란하늘과 구름)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어디에 갈지, 여기 정착할지 모르겠지만

고집스럽게 이곳만 주장할 때는 아닌 듯 하다.

여기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닐 뿐더러,

이사를 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수도 없다.

왜, 가끔 그런 일이 있지 않나.

그 당시에 최고라고 바랐던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차선책으로 보였던 것을 감내해야 했을 때.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그 일을 떠올려 보면

오히려 차선책이었던 것이 자신에게 이로웠다는

그런 결론이 날때가.

그 당시에는 잘 모르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야만 

그 일의 전후관계가 정확히 보일때가 많다.

그러니 어떻게든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을 잡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무엇이 남편의 직장이 잘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거운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미국은 처음이다.

힘든건 당연한거니까.

그나저나... 남편이 캘리포니아로 면접가면

나는 아이와 단둘이... 피터지게 싸우겠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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