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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미국 학교의 필드 트립 (Elementary school Field Trip)

by 글쓰는 백곰 2018. 2. 15.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field trip를 간다는

News letter를 받았다.

며칠 전부터 담임선생님은

내가 자원봉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할 일이 너무 많아 피곤했지만,

아직도 학교 적응에 심드렁한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가 바로 그 날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가까운 지역으로 걸어서 field trip을 간다.

소풍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일종의 현장학습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작년 10월에 갔었던 field trip은 농장견학이었다.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직접 먹이도 주고,

농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농장주의 해설 시간도 있었다.

아마도 견학전용 농장이 아니었나 싶다.

학교에서 출발해서 약 30분간 걸어가는 거리였는데,

한반에 약 5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아마도 첫 field trip 이고 해서 부모들이 많이 참여한 듯 하다.

게다가 농장만 견학하고 바로 학교로 돌아왔었다.

그래서 그때는 그다지 피로한 것을 못느꼈었다.


어제는 가까운 초등학교로

피터팬 뮤지컬을 감상하기로 한 날이었다.

9시 45분에 출발해 1시 30분 도착 예정이었지만

9시 15분에 출발해 2시에 도착한 일정이었다.

약 5시간을 따라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했다.


이번에는 약 40분간을 걸어가는 일정이었는데,

점심까지 먹고 오는 것이었으므로

아이들이 각자 가방을 메고 걸어야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힘들어할까봐

일부러 런치백을 넣지 않고,

샌드위치 종류의 가벼운 점심과 스넥을 싸서 보냈다.

나 역시도 보온통이 무거울까봐

되도록 먹고 버리고 오는 음료수와 빵을 싸주었다.

이번에는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를 오지 않아서

애들은 20명인데 자원봉사 2명이 다 커버하느라

정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빴던 듯 하다.

좁은 인도에서는 한줄로 정렬해서 다니고,

횡단보도 등 빨리 건너야 하는 곳에서는 두줄로 걸어다닌다.

아이들이 행렬이 늦어지거나

인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원봉사자의 일이다.

킨더 아이들답게 아주 시끄럽고

호기심이 넘쳐나는 바람에

행렬이 뚝뚝 끊어질때가 많아서

그 아이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주고,

때로는 등을 살짝 밀어주기도 하면서 목적지로 갔다.

이번 field trip은 작년과는 달리 규모도 커서

프리킨더, 킨더, 1학년,

약 10개반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출발할 때는 경찰들이 교통지도까지 해줄 정도였다.

그렇게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자

공연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인가,

학교 앞 인도에 앉더니 간식시간을 가졌다.

길바닥에 앉아 간식먹는 애들을 보고 있노라니

여기는 또 이래도 되는 구나 싶어졌다.

쓰레기는 다시 주워가라는 선생님의 말에,

어떤 아이는 먹다가 땅에 흘린 스넥을 다시 입으로 넣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제지할 틈이 없었다. ㅋㅋ

아직도 스넥 봉투를 잘 뜯지 못하거나,

우유팩이나 빨대를 뜯지 못하는 애들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간식 타임이 지나자 근처 놀이터로 향하기 시작했다.

10개반의 아이들이 몰렸으니…

그 작은 놀이터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흙먼지가 뽀얗게 일었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시간이 되어 다시 줄을 서고,

공연장으로 들어가 순서대로 앉았다.

초등학생들이 하는 뮤지컬 공연이었는데,

어색하고 뻘쭘한 그런 분위기가 너무나 생생해서

아마추어 느낌이 오히려 정겨웠던, 그런 무대였다.

1시간의 공연이었는데,

대사가 많은 피터팬과 웬디 등은 2팀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해적, 요정, 구름, 별, 강아지등 약 70명 정도가 출연했다.

가장 돋보였던 후크 선장, 그 아이는 당장 연예계에 진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자 점심시간이 되었고,

밥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아수라장이라 불리는 놀이터로 뛰어갔다.

그렇게 1시간을 놀았다.

하교시간에 맞춰 출발할 예정이었나보다.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피곤하다고 중얼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참새처럼 짹짹이던 아이들은 급격히 과묵해졌다.

그렇게 몸이 피곤해지니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자꾸 넘어지고, 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렬을 계속 이어지니

(선생님은 맨앞에 서서 뒤를 보지 않는다)

그 우는 아이를 다시 달래서 걸려야 하는데,

제대로 위로도 못해준 채 길을 걷게 하는게

마음이 좀 아팠다.

생각 같아서는 업어주고 싶을만큼 안스러웠지만,

그러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가방도 들어줄 수 없었다.

미국은 정말 애들을 강하게 키우는구나,

얄짤없는 곳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보면서도 느낀 게,

부상자가 속출하면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서

괜찮냐고, 많이 아프냐고 위로해주던 것과

힘들어 인상쓰고 있는 친구에게 힘내라며,

도착하면 애플쥬스가 기다린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던 모습,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저 조그만 애들이 몸만 작을 뿐이지

비겁한 어른들보다는 따뜻하고 다정하구나 싶은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문제는 우리 아이. ㅋㅋ

힘들다며, 집엔 언제 가는 거냐며, 가기 싫다며,

징징징 대던 우리 아이… ㅋㅋㅋ

그러자 친구들이 기운내라며 손을 잡아주었는데,

저리가라며 손을 뿌리치던 우리 아이…. -.-;;

아오… 너 정말 사회생활 왜 그렇게 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간밤에 계속 끙끙대며 잠꼬대 하는걸 보니

정말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물론, 나역시도 무척 힘든 일이긴 마찬가지여서

아이과 똑같이 꿈에서도 계속 field trip을 인솔하고 있었다.

자고 있지만 피곤하다는 느낌이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계속 해서 내게 쫑알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고 있다.

유난히도 자연을 사랑하던 아이들,

어찌나 사랑하던지 꽃을 죄다 뜯고, 냄새를 맡고...ㅋㅋ

규칙은 또 얼마나 잘 지키던지,

손을 잡고 가던 애가 넘어져도 엎어진 채로 질질 끌고 가던 그 우정(?)의 현장…

그 아수라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론.

나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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