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같은 한국인이라고해서

by 글쓰는 백곰 2018. 2. 8.

오늘 아침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아이를 교실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데

왠지 한국인처럼 보이는 두 엄마가 보였고,

나는 혹시나 싶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그렇게 낯익은 한국어가 들리자 너무 반가운 나머지

“어머, 한국인이세요?”

라며 말을 걸었는데,

그 두사람은 곤란하다는 듯 쳐다보기만 했다.

거기서 그쳤어야 했는데...주책맞게도 오지랖이 발동,

“언제 한국에서 오셨어요?”

웃으며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서 그 두사람은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갔다.

순간 투명인간이 된 나는 무안함에 머쓱해졌다.

하필 가는 방향이 비슷해서

어색하게 같이 걸어가야 했던 그 때의 심정이란.


외국에서 살면서 가끔 한국인을 마주칠 때

남들은 보통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물론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해져야 할 필요는 없다.

미국까지 와서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는 것도

어쩌면 부적응의 한 단면처럼 느낄수도 있을테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한국인을 만난 그 자체로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어쩌면 무척 경솔한 짓임에 틀림 없다.

사람을 골라서 사귈수 있는 자유가 있듯,

한국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니까.

그래서 나도 한국인이 많은 코리아타운에 살아도

굳이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뭐 부끄럽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것 뿐.


그런데 오늘 나는 왜 주책맞게 굴었는가.

아마도 내 위주로 생각해서일 것이다.

나는 미국에 와서 가장 힘들게 생각했던 것이

아이 학교에 관한 여러가지 일들이었다.

수시로 주어지는 숙제와 각종 행사들에 대한 준비등

미국 초등학교는 엄마가 해야할 역할이 꽤 많은 편이다.

게다가 미국 문화 자체를 잘 알지 못하니

조언을 얻을 만한 사람이 있었으면 하게 되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아이의 같은 반에 한국인 엄마가 또 있었다.

산타클라라는 한국인이 별로 많이 거주하지 않는데

(아마도 학군이 별로 훌륭하지 않아서인듯)

같은 반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 엄마의 소개로 다른 한국인 엄마들도 알게 되었고,

고학년 엄마들의 조언과 경험은

아이를 학교를 보낸지 얼마 안된 나에게는 아주 고맙고 귀한 것이었다.

그렇게 5가정이 모여 가끔씩 모임도 갖고

플레이 데이트도 하며 지내고 있다.

이렇듯 학교의 한국인 가정이 다섯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두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그들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오지랖이다.

원하면 자연스럽게 될것을.

서로가 뻘쭘하게 참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각 나라 엄마들을 지켜보면

중국은 중국대로,

인도는 인도대로,

서로 알고 지내며 도움을 주고,

그렇게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인데

한국은 한국인끼리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협력하거나 인사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내참, 한국에서 하는 것을 고대로 하고 있네,

저렇게까지 극성맞게 굴 필요 있나 혀를 찼었다.

어쩌면 저게 우리의 민족성이라는 건가 싶기도 해서

씁쓸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설마, 오늘 마주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아니겠지.

우리 학교는 평점 5점의 일반 학교에 지나지 않으니

(한국인들은 평점 8점 이상을 좋은 학교로 쳐준다)

벌써부터 경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뭐… 인정해줘야지.

심하게 낯을 가릴수도 있는 것이고.

어쩌자고 무턱대고 말을 시킨 것인지 후회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의구심도 계속 든다.

내가 그냥 미국인이었어도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딱 그런 심정으로 나를 봤던 것 같기도.

에라, 모르겠다. 모르겠어. ㅋㅋㅋ

인연이라면 만나겠고, 아니면 말겠지. ^^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학교의 필드 트립 (Elementary school Field Trip)  (0) 2018.02.15
학부모는 괴로워  (0) 2018.02.10
비만의 원인  (0) 2018.02.06
격렬하게 집이 사고 싶다.  (14) 2018.02.02
순간을 아끼지 말아요  (0) 201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