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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격렬하게 집이 사고 싶다.

by 글쓰는 백곰 2018. 2. 2.

집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 계속 꺼내보는 생각이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인터넷정보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많은 매물들을 보면서

우리도 과연 집을 살 수 있는 걸까,

강한 의구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산호세.

이곳은 뉴욕 못지 않은 집값을 자랑한다.

땅값이 비싸서라고는 하는데,

정원이 거의 없는 콘도 역시 비싸기는 매한가지다.

처음부터 산호세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했다면

캘리포니아 집값을 수긍하기가 쉬웠을까?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2층 벽돌집에 마당도 어지간히 큰 하우스를

4-5억대면 살수 있었다.

차를 사랑하는 텍사스 사람들답게 차고도 무척 큰 그런집을.

그런데 여기는…

지진으로 인해 죄다 나무집이고,

기본 몇십년은 된 노후한 주택에,

거의 1층으로만 된 아주 작은 마당이 있는 그런 집이

약 12억 정도는 되어야 살수 있다.

물론 산호세에서도 가격대비 싼 집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곳은 범죄율이 높거나,

악취가 심한 환경이거나,

공립학교의 평가점수가 현격히 낮은 그런 곳이다.

콘도는 어떠한가 알아보니

8억 정도는 되어야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산책하며 찍은 산타클라라의 어느 집.

별거 아닌거 같지만, 12억은 거뜬히 넘는다.)


이렇게 집값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를 잔뜩 얻어서라도 사고 싶은 이유는

렌트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한달에 33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는게

여기에서는 일반적인 거라고 하지만…

대출을 많이 얻으면 월세 내나, 모기지 내나, 똑같다지만

오히려 세금혜택을 조금 더 받을수 있고,

몇십년 상환이던간에, 내집에 대한 경비를 지불하는 것이니

100% 월세로만 소비하는 것보다 집을 사는게 낫다 싶다.


처음에는 하우스를 사고 싶었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집,

크지는 않아도 마당이 있고, 큰 차고가 있는 그런 집을.

그러나 막상 현실을 떠올려보니

한국에서도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우리가

과연 단독주택 같은 하우스를 관리할 수 있을까 싶다.

집을 수리하며 살아야하는 점,

정원 관리도 해야하고 (더러는 벌금도 낸다)

무엇보다 보안문제가 무척 걸렸다.

며칠 전인가, 저녁 9시가 된 시각이었는데

왠 덩치큰 흑인남자가 집으로 찾아왔다.

자신이 무척 힘든 상황이니 도네이션을 하라며.

그 굵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데, 마치 협박처럼 느껴졌다.

늦은 시간에, 낯선 성인남자가 그렇게 우리집을 찾아온다는게

생각보다 꽤 무서웠던 기억이다.

다음날,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를 했고

(괜히 아파트에 사냐, 관리소에서 그런건 관리해야지)

아파트에서는 사과를 하며, 경비업체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하우스의 경우에는 이렇게 도네이션하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더욱 많다고 한다.

무작정 찾아와 도네이션을 하라는 것이 무서워

다들 초인종이 울려도 바로 나가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택배가 와도 집앞에만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콘도를 사기로 결정했다.

보안문제가 간편하다는 점(관리비가 들긴 하지만)과

가격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8월이면 렌트계약이 끝나는데,

적어도 5월부터는 집을 보고 다녀야하는건가 싶다.

게다가 미국은 집 매매계약이 한국과 좀 달라서

입찰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도 하고,

집상태에 대한 감정도 객관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

여러가지 절차가 있기 때문에

리얼터가 필수라고 한다.


집은 격렬하게 사고 싶은데,

저런 지식들을 완전히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격렬하게 귀찮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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