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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순간을 아끼지 말아요

by 글쓰는 백곰 2018. 1. 26.

내 아이는 하루에 한번씩,

자신의 돌잔치영상을 보곤 한다.

태어나 돌이 되기까지의 사진을 편집한 영상인데

배경음악도 곧잘 따라부르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지켜보는 것을 행복해한다.

자기애가 무척 크군, 싶으면서도

부럽다,라는 생각이 드는건

유치한 발상인걸까.


나는 어릴적 사진이 없다.

집에 사진기가 없기도 했지만,

사진만 찍어대면 울어댔다고 한다.

우는 사진을 몇장 본것도 같다.

이민을 오기 전에 사진을 모두 스캔해버리고

찍었던 사진을 다 폐기하고 왔는데

남편의 어린시절 사진이 2권의 앨범이었던데 비해

내 사진은 몇장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원체 사진도 없었지만,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은 자신의 추억이라며 오빠가 다 가져가 버렸고,

단독으로 찍은 사진만 몇장 남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자신의 사진들을 보며

이때는 이랬어, 저 표정은 그래서였지,

설명을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나는 그냥 듣고 있기만 했다.


이민을 오기 전, 막내이모를 만났다.

외가 친척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분이다.

푸근하고, 다정하며, 나와 허물이 없는 분.

조카가 이민을 간다고 하니 안쓰러우셨는지 만나자 하셨다.

같이 점심을 먹던 자리, 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자

이상하게 여기시길래 아이의 성향을 알려드렸다.

낯선 것을 싫어하고, 편식도 심하다고.

그러자 이모가 내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네가 그랬어, 옷도 새옷은 입질 않았어.

그래서 옷걸이에 걸어 며칠동안 낯을 익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옷을 입었지.

그말을 듣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내가 이해할수 없었던 아이의 성향이

나의 어린시절 기질과 똑같았다니.

뭔가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엄마는 손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늘 바쁜 삶이었고,

성격 역시 무뚝뚝하여 늘 말이 없으셨다.

섣불리 이런저런 말들로 실수하거나

일을 크게 만드느니 차라리 말을 말자는 주의였다.

그런 엄마를 아는 나였기에

함께 있는 시간에 주로 나혼자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결국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아직 나누지 못한 말들은 영원히 묻혀버렸다.


네가 아이였을 때 어떠했다

그래서 너를 키우는 기쁨은 이러했고

그 때문에 생기는 슬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나는 저 말들을 아끼지 않고 아이에게 해줄 것이다.

나 역시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만큼은 많이 표현하고 있고 생각한다.

아이가 그걸 알아주길 바라진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시간의 몫이니까.


순간을 아끼지 마,

그 행복한 찰나를 표현하는 것을 머뭇거리지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후회하게 하지마,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솔직해져,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해.


매일매일 나에게 다짐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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