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꿈꾸기 싫어

by 글쓰는 백곰 2015. 5. 8.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

대체로 내용이 하찮아 기억이 희미한 게 다수이지만,

때로는 그날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할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지금은 만날수 없는 사람을 본다던지(주로 고인)

아니면 내가 마음 속 깊이 미워하는 사람과 마주친다던지...

꿈 속의 나는 현실의 나와는 좀 다르다.

나를 상처 주었던 것에 대해서 격렬하게 덤비며 싸운다.

그러면 상대방은 주춤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깨고 난 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생각보다 대범하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 함부로 했던 이들에게 정면으로 부딪힐 생각은 없었다.

소위 말해 막돼먹은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그들을 아예 안 볼 수도 없으므로 그냥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다.

그것이 무의식 속에서 툭툭 튀어나와

그들에게 따지며 공격하는 나 자신을 본다.

깨어 나고 나서 느끼는 것 한가지는,

내가 아직도 그들을 끈질기게 미워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통쾌하기 보단 계속 찝찝하고 개운찮다.

 

게다가 그리운 사람이 꿈에라도 나타나는 날이면

왜 그렇게 맘이 쓰이고, 기억이 선명해지는지.

특히 엄마가 나온 꿈은 그렇다.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몇개월동안은 해골같은 몸이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꿈속의 엄마는 이제 제법 좋아보인다.

젊어 보이고, 아프지도 않아 보이고, 몸도 통통하게 보인다.

이제 다른 세상에서는 아프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이

가끔은 환한 어느 화원에서 나를 부르기도 했다.

자고 일어나서, 기뻤다.

내가 드디어 엄마를 좋게 추억하는구나 싶어서.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꿈만 연속으로 꾸다가, 그꿈을 꿨다.

그리고나서 며칠동안은 엄마가 그리웠다.

그냥... 그리웠다.

 

이렇게 파장이 심한 꿈들은

나의 하루를 망쳐놓기도, 감상에 젖게도 만든다.

대개는 쓰잘데 없는 그런, 말도 안되는 꿈들이 많다.

그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곤 했다. 잊어버리거나.

그러나 요즘은 '아, 이거 꿈이지' 하는 자각을 하면서

그냥 벌떡 일어나 버린다.

대충 생각해보건데, 꿈을 가장 많이 꾸는 시간은

해가 뜨는 시각 (우리집 베란다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 이다.

더 자면 뭣하나, 별 의미도 없는 꿈이나 꾸려고?

그래서 벌떡 일어난다.

애가 별로 잠이 없는 편이고, 내 개인생활을 존중해주지 않아서

나는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꿀같이 달고 소중하다.

 

오늘도 나는 별 대단치않은 꿈을 꾸다 일어났다.

꿈꾸기 싫다. 일어나 책이라도 읽고 싶다.

시간이 아깝다.

아... 내년에는 기필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리라.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업 구상  (0) 2015.05.16
영유아검진  (0) 2015.05.12
발 큰 여자  (0) 2015.05.08
납골당에 다녀와서  (0) 2015.04.23
커피와 함께.  (0)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