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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환상의 짝꿍

by 글쓰는 백곰 2017. 8. 31.

남편과 나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래서 연애초에 다소 문제도 있었지만

어쨌든 10년을 연애한 후 결혼했고,

현재는 10년째 무탈히 살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내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나는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외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외모마저 극과 극인데,

남편은 작고 왜소한 편이고

나는 크고 거대한 편이다.

심지어 내가 남편보다 크다.


이렇듯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난 것인데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니 

환상의 짝꿍이 되어

일심동체의 부부가 되어버렸다.

남편이 잘하는 것은 내가 못하고,

내가 잘하는 것은 남편이 못하니

서로가 부족한 면에 있어서는

각자 그 부분을 메꿔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난 소문난 길치인데,

운전은 20년동안 해온 베테랑이다.

그러나 남편은 살아있는 네비게이션이요,

운전은 장롱면허로 장 담근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둘이 있을 때

운전은 주로 내가 하고,

길 설명은 남편이 주로 해준다.

서로 각자의 상태를 알고 있으니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하고 싸우지 않는다.

아마 비슷한 실력이었으면

머리 터지게 싸웠을지도 모를일이다.


또 한가지 예를 들면... 

일본 여행을 갔을때...

나는 히라가나를 읽을줄 알고

남편은 가타가나를 읽을줄 안다.

즉, 나는 문장표현의 뜻을 대충 알고

남편은 외래어 표기, 간판을 읽을 줄 안다.

결국 우리는 일본여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각자의 적당한 일어실력 덕분에. 


또한 내향적인 남편은 

낯선 곳에서 이렇다 하게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그 때문에 가끔 답답한 상황이 오거나 한다.

주문을 한다거나, 뭘 부탁한다거나 할때.

그러면 오지랖대장인 내가 나서서

직접 물어보거나, 손을 번쩍 들어 해결한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곤 했었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 모자란 부분을

서로 보충해주는 부부인 것이다.

남편은 이 관계를 정의하기를

"맹인과 앉은뱅이의 조화"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런것도 같다.

둘이 있을 때 완벽하게 기능하는 듯 하니.


처음에는 정 반대의 성격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극과 극으로 치달았던 성격에서

조금씩 상대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극명했던 성격차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서로 닮아간다고 해야하나...

우리는 우리 대로 

극과 극의 성격에서

중간치의 지점을 찾아내어 

협상하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묘한 일이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닌듯 하다.

각각의 기관이 모여 한 몸이 되듯

부부 역시 그렇게 기능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