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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사랑하는 남편, 생일 축하!

by 글쓰는 백곰 2017. 9. 4.

어제가 남편 생일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미역국과 잡채정도는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오전에 조금 바빴다.


오스틴에 있을 때는 한식자체를 안하고

하더라도 한그릇 음식으로 때우곤 했는데

막상 한식당에서(물론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니

그렇게 기운이 나고 입맛에 맞을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이삿짐이 다 도착하면

앞으로 한식을 해먹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한식으로 먹고 살려고 보니

밑손질을 해야하는게 어찌나 많은지.

마늘을 까서 찧어놓고,

파도 다 손질해서 얼려놓고,

북어채도 가시를 골라 잘게 찢어놓고,

사놓은 고기들도 손질해서 용도별로 얼려놓고.

TV 보면서 쉬엄쉬엄한다고 했는데도

은근히 손이 많이갔다.

그래도... 한식에 40년간 길들여진

우리의 내장기관이 원하는 걸 어쩌나.

별거 없는 밑손질에 생일 전날부터 괜히 바빴다.



(오늘의 주인공도 아니면서

촛불만 보이면 무조건 불고 보는 아들)


생일 당일,

조금 일찍 일어나 제과점에서 케익을 샀다.

예전에 아들 생일때 뚜레주르에서 샀었는데

맛도 별로고, 가격은 더더욱 별로인지라

남편이 좋아하는 빵집인 85도씨에서 샀다.

짧은 영어로 케익을 주문하고

생일초도 달라고 요청했다.

빵집 직원은 신입인듯 허둥댔는데,

케이크 상자를 고정도 시켜주지 않았다.

흠, 그냥 내가 더 조심해서 들고가지 뭐,

그러면서 지켜보는데

갑자기 저기서 초를 한다발 들고 오는 거다.

"2, 4, 6, 8,.... 39"

39살이라는 나의 말에 초 39개를 주는...

그 광경을 라이브로 보고 있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나 사뭇 진지한 직원을 보고 있자니

제지할수도 없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결국 가져온 39개의 초. 촛불잔치를 벌려보자~)


여기에서는 긴 초, 짧은 초 등의 구분이 없나?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화 차이랄수도 있고... 

그렇다고 내가 영어가 유창해서

이 사태를 직원에게 설명할수도 없고 해서

그냥 껄껄 웃으며 빵집을 나왔다.

그리고 다른 곳에 들러 숫자 초를 사왔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미역국 끓이고,

잡채 만들고... 반찬 꺼내어 생일상을 차렸다.



(별거 없는 생일상. 정말 별거 없네... -ㅁ-;)


남편이 부담스럽다며,

무슨 잡채냐고, 너무 차리지 말라고 했다.

남편에게 잡채는, 명절에 먹는 음식인거다. ㅋㅋ

시부모님과 7년을 같이 살았었는데,

제사는 없었어도 명절이면 전과 잡채를 하곤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잡채란 잔치음식 같은 거다. ㅋㅋ

어쨌든, 잡채는 마누라 잡채라며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외국에 와서 살고 보니,

이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가족 뿐이라는 것을 항상 느끼곤 한다.

아직 어린 아들이 이런걸 알리는 없고...

남편이야말로 유일한 동지이자 친구인 것이다.

동갑내기인 남편과는 20년을 알고 지냈고,

서로에게 꽤 괜찮은 친구역할을 하고 있다.

참 다행이다 싶은게,

부부라고 해서 모두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남편과 나는 서로를 존중해주고

친구같이 잘 지내는 운 좋은 케이스다.


이런 우리부부라고 해도

서로에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이런 낯선 환경에서는 

서로의 신경이 곤두서 있으므로

각자 최대한의 배려를 해야한다.

누가 더 많이 배려하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신경이 이어져(?) 있으므로

한사람이 힘들어하면 나머지도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최대한 서로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외국생활에서의 필수사항이 아닐까.


앞으로도 우리 부부,

건강하게 사이좋게 늙어가기를,

그리고 남편의 인생목표가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또 한번,

사랑하는 남편, 생일 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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