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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작은 것들의 신 - 아룬다티 로이

by 글쓰는 백곰 2017. 11. 29.

31살이 된 라헬은, 

자신이 자랐던 고향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거기에 쌍둥이 오빠 에스타가 와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가 7살이었으니 무척 오랫동안 떨어져있었다.

언제나 분신 같았던 쌍둥이가 헤어지게 된 것은 

7살 어느 여름에 일어 났던 사건 때문이었다.

그들의 사촌이었던 어린 소피몰이 강가에서 시체로 떠올랐던 그 사건 때문에.

 

쌍둥이의 엄마인 암무는, 무척이나 폐쇄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모든 이들에겐 훌륭하지만, 집에서는 폭군으로 군림하던 아버지 파파치,

그의 매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사는 굴욕적인 어머니 맘마치.

암무에겐 오빠 차코도 있었지만, 그는 유학 중이어서 늘 가족으로부터 벗어나있었다

게다가 여자인 자신과는 달리 오빠는 극진한 대우를 받곤 했다.

아버지의 폭력이 자신에게도 이어지자, 그녀는 서둘러 낯선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쌍둥이를 낳게 되지만, 남편은 생각보다 질이 나쁜 남자였다

알콜중독에, 생활력도 없으며 아이를 때리는

결국 암무는 쌍둥이를 데리고 다시 친정집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돌아온 친정집에는 고모인 베이비 코참마어머니 맘마치

이혼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식품업을 전담하게 된 오빠 차코가 있었다

되도록이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려고 했던 암무는

말썽쟁이 쌍둥이를 단속하며 평온하게 지냈다

그렇게 잘 지낼수 있을 듯 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에는.

 

아이들이 7살이 되던 그 해, 차코의 딸 소피몰이 차코를 만나러 오게 된다.

이에 가족들이 모두 공항으로 달려가 극진한 환대를 하게 된다.

쌍둥이와 비슷한 나이또래인 소피몰은 사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쌍둥이는 낡은 보트를 발견하고는 모험을 하려는 계획을 하게 되는데

그를 따라가던 소피몰은 그만 물에 빠지고 만다

쌍둥이는 수영을 할줄 알았으나, 소피몰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나중에 시체로 발견된다.


쌍둥이중 오빠인 에스타는 예전에 자주가는 영화관에서 어떤 남자의 성추행을 받은 기억이 있다

게다가 자신의 미숙함으로 집주소까지 알려주는 실수를 하게 되고

언제고 그 사내가 쫓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결국 그렇게 집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이 내막은 모르나 어떤 정신적인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생 라헬은

에스타가 하는 모든 것엔 언제나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그런 사고가 난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엉뚱하게 흘러 소피몰의 죽음을 두고 소동이 일어난다.

그 당시 암무는 벨루타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둘은 계급 차이가 엄청났으며(벨루타가 하층민), 

심지어 벨루타 집안은 암무 집안의 하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벨루타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수 없었다

어느 날, 벨루타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사이를 알아채고,

암무의 어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빌게 된다

그러나 용납되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암무의 고모인 베이비 코참마는 암무가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소피몰이 죽는 사고가 일어나게 되자, 그 책임을 벨루타에게 씌우게 된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명목이기도 했지만, 벨루타가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런 베이비 코참마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경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며 하층민인 벨루타가 제거되어지는 것이 

가장 간편한 사고의 해결이었고,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결국 벨루타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암무는 경찰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은 그저 암무를 부도덕한 여자로 취급할 뿐이었다. 

결국 이로인해 쌍둥이 가족은 모두 헤어지게 된다

에스타는 친부에게로, 라헬은 기숙사 학교로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31살이 되었을 때에서야 쌍둥이들은 재회를 하게 된다.

31살. 암무가 혼자 죽음을 맞이했던 나이가 되어서야.

누구보다도 복잡한 심경으로.



제목이 근사해서, 무척이나 한스러운(?) 사연이 있을것만 같아 선택한 책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책이었다.

인도를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카스트 제도와

인도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책이었다.

인도 작가의 책은 전에 키플링의 책을 접해보았지만,

이처럼 선명하고 자세하게 인도를 그린 책은 처음이다.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는 듯한 인도어의 운율, (비록 해석본이지만)

장난스럽게, 혹은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하는 방식.

정말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접한 기분이다.

존 업다이크는 이 소설로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했다고까지 평했다.

그 말엔 이의를 달고 싶지 않을 정도다.


사회의 구조와 통념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수 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망가뜨릴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소설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했던 벨루타도,

그로 인한 평생의 회환을 짊어져야 했던 암무도,

거짓진술로 평생을 속죄하며 지내야했던 에스타도,

사고일 뿐인데도 가족과 헤어져야했던 라헬도.

도대체 몇명이 망가져야 사회가 바뀔수 있는 것인지...


사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은 정말 아름답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번째 소설을 집필중이라고 하던데, 그건 도대체 언제 볼수 있는 건가.


내가 사는 동네에는 인도인이 많다.

특히 아이들을 하교 시킬때 인도엄마를 많이 보는데,

그들을 보며 사실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들도 아마 나를 보며 그렇겠지만.)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여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환기되었고

오히려 그들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생겼다.

아룬다티 로이가 내게 안겨준 선물이 바로 그것이지 싶다.

그 모든 어려움과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잊지 않던

순간순간 눈이 빛나던 암무.

그 암무들 사이에서 나는 살고 있다. 

참 애틋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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