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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 아모스 오즈

by 글쓰는 백곰 2017. 12. 30.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아모스 오즈

 

1940년대의 예루살렘.

소년이던 아모스는 사춘기까지 그곳에서 성장한다.

유대인인 아모스 집안은 언제나처럼 이스라엘의 독립을 추구하는 가족과 친지들로 둘러싸여 있다.

학자가 되고 싶으나 그런 소양도 운도 갖추지 못한 아버지와

똑똑하고 능력 있으나 그런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어머니,

그밖에도 친가와 외가 사람들 모두 유대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모스는 언제나 논쟁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랐고, 자신의 위치라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의심해본적이 없다

그의 주변에는 박식한 이론가들이 넘쳐났고, 아모스 역시 그 안에서 자신의 신념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돌연 자살을 하게 된다.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해버렸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아모스는 예루살렘을 떠나 키부츠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사춘기를 보낸 아모스는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이 소설의 내용을 설명하기란 무척 힘든 게 사실이다.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순전히 이스라엘유대인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로써 독립하기 위한 과도기의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주로 주인공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외가, 친가 사람들, 학교선생님, 그가 만났던 이론가와 정치가들

그가 소년이었을 때부터 사춘기가 끝나갈 무렵까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거의 자전적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알아듣지 못할 말들(유대인들의 언어)가 아주 다양하게 반복되고 

(심지어 각주가 없는 경우도 많다) 어떤 문장은 2페이지에 걸쳐 연결된다.

문단도 아니고 문장에 2페이지 넘어간다는 것은 도대체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워낙에 내용자체가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부분이 많아서, 초반부에서는 정말 읽기 힘들었다.

유대인이라는 뿌리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도 힘들었고 

(그들은 지식욕이 왕성하고, 일상생활에서 엄격함과 절약을 추구한다

문장자체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음에 있어서 가장 값진 부분은 

작가가 사람들을 표현하는 세심하고도 아름다운 표현들에 있다

과거의 사람들을 추억함에 있어서 절대로 대충이라는 게 없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그런 점에서 묻어나는데,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백미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자살로 인해 새로운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사춘기의 주인공이

그제서야 근시안적 시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주인공이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의 독립이 당연하기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땅에서 돌연 쫓겨나게 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던지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새로운 경험과 터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공간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글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그런 깨달음 말이다.

이 책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에게 선물했다는 작가. “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우리가 당신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를 이해하기 바랍니다. 바깥세상에서 평화롭고 자유롭게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런 인사말을 썼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특히 유대인) 이해를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권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앞부분에서 정신을 잃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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