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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요즘 부쩍 공부하는 양이 많아져서 마트에 자주 가진 못하지만 간단히 픽업만 해오려고 Target에 가곤 한다. 주차를 한 후 매장까지 걸어가다보면 여봐란 듯이 불법 주차해 있는(?) 경찰차를 볼수 있다. 주차장이 아닌 매장 바로 앞에, 여봐란 듯이, 차종이 바뀔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목격한 기간만 해도 대략 1년은 넘은 것 같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매장 안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출동한 걸까? 이미 그 안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냥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한참 망설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늘 아무 일도 없었고, 사람들은 유유히 걸어다녔다. 나중에는 그 경찰차가 건물의 일부로 보일 지경이 되었다. 왜 경찰차가 서있는 걸까? 가끔씩 무인계산대에서 계산도 하지 않고 음료..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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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중독자의 삶
남편과 함께 뉴스를 보고 있던 어느 날,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같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남편은 뉴스 앵커가 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화면에 작게 지나가는 자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남편은 이내 불편하다는 듯 내게 지적했다. “누가 문자 중독자 아니랄까봐…” 처음에는 좀 비약이 심한거 아닌가 생각했다. 남자는 원래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그와는 달리 여자는 멀티가 가능하다던 어떤 썰을 떠올리면서. 네가 단순한거야 라고 즉각 쏘아붙이려다가 잠시 내 행동을 되짚어 보니 남편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문자 중독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씨 자체를 쓰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내 눈에 펼쳐진 활자는 모두 내 눈에 담겨야..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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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 Ross
약 3년 전, 코로나 시절에 여행을 가장 많이 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고 이민생활도 뭔가 매끄러워진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나가긴 그랬는데, 그때 마침 남편의 회사 동료가 자연경관이 좋다며 Fort Ross를 소개해 주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한 그 곳은 Fremont에서 운전으로 2시간 거리에 있었다. Fort Ross는 1812년 러시아제국이 아메리카를 지배하기 위해 요새를 지은 곳이다. 점령에 실패하고 19세기에 철수를 했지만, 그들의 터전이었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빽빽한 나무와 드넓은 들판,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바다까지, 정말 전략적 요충지로써 딱이다 싶은 곳이었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절이라서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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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꾸미기
저번에 거실 인테리어에서 예고했듯,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기백이 넘치는 우리 부부는 있으나 마나한 뒷마당을 한번 꾸며보자고 결의했다. 보통 뒷마당엔 타일을 깔거나 예쁘게 시멘트를 하고 모양을 내거나 하는데, 이 집의 전주인은 재력과 미적센스가 동시에 고갈되었는지 다만 울퉁불퉁하게 시멘트를 부어 놓은 수준이었다. 뭐, 돈이야 없을 수 있지 싶으면서도 대충 마감해 버려, 곳곳에 금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미관상으로도, 기능상으로도 한숨이 나오던 그곳. 거실 인테리어를 마치자 이제 세상 모든 것이 두려울 게 없는 우리 부부는 뒷마당을 해치우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의 겨울엔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가 거의 그친 2월부터 타일을 깔기로 했다. 원체 작고 소중한(?) 뒷마당이기에 금세 끝날 줄 알았으나 타일 공..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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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교육이 이래
나는 아이의 사회공부를 도와주기 위해서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회교과서를 구입했다. 한학년 높은 다른 아이에게 정보를 얻어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에서 사용한다는 교과서를 찾아내 아마존으로 주문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알기론, 미국은 교과서를 학생에게 주지 않는다. 이게 캘리포니아만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나 과학교과서는 교실에 비치해놓고 워크북만 학생이 따로 쓰는 식이다. 즉, 학교에서 한번 구입한 책은 몇년이고 그 학년이 물려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나 과학교과서는 꽤 연식이 있었고, 무슨 어린이 백과사전처럼 크고 무거웠다. 가끔 숙제를 하라며 집에 가져 가게 해줄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책들의 상태가 너무나 메롱이었다. 우리 아이는 교과서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줄을 긋는 것도, 메모..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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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주지 그랬어
이번 여름에 한국에 다녀왔다. 약 20일동안 머물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 가족이 다함께 한국에 간 건 6년만이었다. 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나한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았고, 떠난다는 것에 별 느낌이 없었다. 게다가 시대가 시대인만큼 꼭 만나는 게 아니어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으니까 떨어져 있어도, 직접 보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녀 오면서 사람들에겐 서로 얼굴을 봐야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살고 있으니 좀 편했다. 의무적인 그런 관계들로부터 거리감이 생기니 그 크기만큼 나의 부담감들도 사그러든듯 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관계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그 편안함 때문에 내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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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인테리어 -3
바닥에 언더레이먼트 작업을 한 후, 대망의 마루바닥 깔기가 시작되었다.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으나 우리가 선택한 것은 엔지니어 하드우드였다. 하드우드를 하자니 너무 가격이 부담이 되었고 라미네이트를 하자니 너무 싸보이고(?) 결국 절충안으로 엔지니어 하드우드를 선택했다. 합판에 목재를 얇게 붙여서 만든 자재인데 나무 느낌이 나면서, 관리도 편한 게 마음에 들었다. 색은 월넛으로 조금 어둡게 했는데 우리집 가구들이 대체로 월넛 계열이라 바닥이 밝으면 가구들이 동동 떠있는 느낌이 들것 같아서였다. 시공은 하드우드와 같은 방식으로 자재를 서로 맞물려서 톡톡 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무척 고된 작업이었다. 방이 아니라 거실을 시공하는 것인데 바닥 모양이 사각형 반듯한 게 아니라 어느 부분은 길고,..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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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인테리어 -2
바닥재와 베이스보드(몰딩)을 다 뜯어낸 후, 바닥에 있는 못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공사 전, 거실을 다니다 보면 종종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계속 신경이 거슬리곤 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제대로 박혀 있지 않은 못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못을 뽑아냈다. 그 위에 매끄럽게 퍼티를 발라 공간을 채워넣었다. 퍼티가 마르는 동안, 우리는 거실벽면을 페인트하기로 했다. 전에 우리집 거실벽면은 베이지색이었는데 이게 은근 우중충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어 푸른빛이 도는 회색으로 칠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Lowe’s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색을 골랐고, 주문한 페인트의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 집 공사를 시작하면서 Lowe’s를 밥 먹듯이 가곤 했는데 아무리 자주 갔어도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었다.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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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쮸쮸에게
우리가 프리몬트로 이사를 온지 만5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쮸쮸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들어가거나, 때때로 쓰레기를 버리러 앞마당에 나올 때마다 마주치던, 샴고양이 한마리. 아주 멀찌감치서 우리를 관찰하던 그 고양이에게 나는 쮸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내 아이에게도 쮸쮸라고 부르곤 한다. 은연 중에 내 입에 붙어 있는, 나름대로 귀여운 것에 대한 명명이랄까. 샴고양이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녀석이었다. 1년을 넘게 마주치곤 했지만 얼마나 신중하고, 어찌나 겁쟁이인지, 자신을 향해 한발짝이라도 다가오면 황급히 자리를 떠나 버리는 야속한 길고양이. 우리는 쮸쮸와 친해지고 싶었기에 언젠가부터 습식사료를 사서 차고 앞에 두기 시작했다. 물론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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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2
생두를 잘 선별한 후, 로스팅이 이어진다. 가정용 로스팅기인 베네카페(한국산)는 미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편이어서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보통 한번 로스팅하는 양은 반 파운드 기준이다 (약 225그램). 미국의 모든 식품의 계량 단위가 파운드, 온스라서 그런가. 여튼… 생두를 판매하는 기본양도 파운드 기준이다. 우선 로스팅기에 로스팅 온도를 설정해놓고 예열이 되도록 기다린다. 마치 오븐처럼. 나는 400도가 넘는 온도에서 로스팅을 하는데 그날의 온도, 원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뜻) 5분 정도 예열을 하면 기준 온도에 다다르는데 그때 선별한 생두를 넣고 볶아지는 것을 관찰한다. 원두는 보통 2번의 탈피 과정을 거치는데 그 팝핑되는 것을 기점으로 원두의 로스팅기준..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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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하는 날
우리집에는 아주 작은 뒷마당이 있다. 미국에 살면서 뒷마당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베큐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5년동안 회오리치듯 몰려 대는 일상 때문에 차마 시도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초부터 바베큐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우리만 먹자고 하는 거였으면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마치 감기와 같다는 인식이 퍼질 때쯤 그동안 미국으로 이민오려던 이들이 한꺼번에 승인을 받아 우리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었다. 주로 남편의 지인들이었는데, 그들이 이민을 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궁금한 것들을 남편이 알려주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리고서 우리는 드디어 손님을 받아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때마침 거실인테리..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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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아, 글쓰는 거.
제목을 저렇게 써보고 한껏 변명해 보는 글이다. 한때는 열심히 쓰다가 요즘 왜 이렇게 게을러졌는지 자신에 대한 관찰기이기도 하면서, 근황에 대해 정리이기도 하다. 첫번째. 몸의 노화. 코로나 시기에 많이 앓았다. 모르긴 해도 코로나를 세번 이상 걸린듯 하다. 미국에서 검사 받아봤자 어떤 치료도 없으니 그냥 타이레놀 먹고 버텼다. 코로나에 걸리면 적어도 몇개월 이상씩은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다. 게다가 시력이 자꾸만 안 좋아지면서 컴퓨터를 1시간만 쳐다보고 있어도 눈이 너무 피곤해졌다.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글이겠지만, 나름대로 수정도 하고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화면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면서, 글쓰는 것도 이제 시간 제한이 생겼다는 현실을 깨닫..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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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다. 연세 있으신 분들이니, 어떤 면에선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와 너무나 가까운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있던 분들이라 그들의 영원한 부재라는 사실은 단순히 ‘슬픔'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시아버지, 그리고 나의 할머니. 두분은 거의 90세까지 사셨고, 거의 일년 간격으로 돌아가셨다. 나의 복잡한 가정사를 구체적으로 써내려 가자면 쓰는 나도, 보는 당신도 홧병이 치밀 것이 분명하므로 나는 그분들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왜, 그런 말이 있다. 죽어서야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거. 우리는 어떤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할때 철저히 자신의 해석에 바탕을 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가 다른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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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기억
어제는 아이의 태권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태권도 도장이 있는 곳은 다른 작은 상가들도 함께 위치해있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자리, 지정된 곳에만 주차하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그 상가들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다. 태권도가 끝나길 기다리는 약 40분간의 시간동안 음식을 사먹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딱히 시간을 보낼만한 볼거리도 없는, 그냥 여러 식당들과 가게들이 섞여 있는 공간이었을 뿐이니까. 그런 그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진 건 일상에 찾아온 약간의 틈 때문이었다. 어제는 늘 주차하는 곳에 아스팔트를 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장에서 백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야 했다. 아이와 함께 갈때만 하더라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도장에 데려다 주고 혼자 다시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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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1
언제부터인가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게 무척 복잡해졌다. 믹스커피에서 원두 커피로 눈을 뜨게 된것은 수원 인계동에 있었던 Beans Bins 라는 커피 체인점에서였다. 그곳이 특별했던 것은 수많은 원산지의 커피콩이 전시되어 있고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10종이 넘는 커피가 있었는데, 남편과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번갈아 시켜보았고 그 결과 로스팅이 된지 얼마 안된 커피는 정말로 충격적인 맛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각자가 선호하는 맛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곳의 커피콩들은 신선했고 (로스팅한지 2주내의 커피만 팔았다) 거기에다가 과일와플까지 곁들이면 그렇게 호사스러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서 후식을 즐기고 했는..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