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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by 글쓰는 백곰 2015. 4. 14.

예전에도 블로그를 했었다. 똑같은 공간에서.

하지만 그때와 현재의 나는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고.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므로

기존의 것들을 다 지우고,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나는 사실 글을 쓰며 살고 싶었다.

사춘기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다.

사춘기는 감수성이 풍부할 때여서

시란 장르의 미적이고도 운율적인 부분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그러나 그걸로 먹고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갑자기 몰아친 20대의 변화무쌍한 변화때문에 자연스레 시들해졌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글로 써서 먹고 살수 있는 가장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나는 시청자가 원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드라마라는 특성상 좀더 세게, 좀더 자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걸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화해하는 것이 작가의 공력이겠지만.

입문하는 것조차 기형적인 방송의 시스템 앞에서 굴복했고

나는 결혼을 해야했다.

뭐... 인생 과업이라는 것도 꽤 영향을 미치곤 한다.

 

글을 쓰며 그걸 봐주기 바라고, 공감하기 바라는 것.

그것이 나의 세상에 대한 소통이다.

비록 그것이 비뚤어지고 어긋난 모양으로 비틀거려도

그것은 어쩔수 없다.

나의 빈약함과 어리석음이 반영된 것뿐.

글은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천성이 좀 그렇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여러 사람을 겪고 보니 예전 보단 손을 먼저 내밀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

삶의 어떤 순간에,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슬프거나 힘들때, 내가 위로를 기대하던 어떤 사람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도 못한 어떤 사람이 툭 던지는 한 두 마디 말에

쓱 눈물을 닦고, 희망을 얻게 된다는 것.

그들은 객관적이면서도 용건만 간단히 짚어주는

그런 친절함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 안의 감정들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랄까.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쓰고 싶다는 의지와, 공감하는 누군가가 있어줬으면 하는 것과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그런 은밀한 것들을 나누고 싶어졌으므로.

 

하지만 나는 글도 사실 잘쓰는 편도 아니고.

미사여구가 화려한 사람도 아니며.

포장을 하는데 능숙한 사람도 아니다.

보통 자신의 글을 홍보하려면 사진 한두장 정도는 걸어줘야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은거 보니 나는 참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마지막까지 읽은 당신은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걸로 간주하겠다. ㅋㅋ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적어도 일주일에 5회 정도는 사소한 이런 저런 것들을 여기서 나누고 싶다.

아직까지는 소재도 풍성하다. 출발점이라서.

그럼. 다음에도 찾아주시오. 친절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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