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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

by 글쓰는 백곰 2017. 7. 15.


가족도 하나 없는 늙은 노인은 

언제나처럼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에 몰두하려 바다에 나가지만

물고기를 잡은 지 84일이나 지났다. 

그를 보살피는 건 동네 아이 하나뿐. 

늘 고독 속에서 낚시줄을 내려야 하는 그의 인생은 

보기와는 달리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다. 

그 넓은 바다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물고기를 기다리면서도

노인은 작은 배 옆을 지나치는 바다거북, 바닷새들에게 인사를 건네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인생을 길게 걸어온 노인. 

그가 잘 아는 바다. 

그리고 바다의 생물들.

그 모든 것엔 의미가 있다고 읊조리는 노인은, 

정작 자신의 상황에는 자신이 없다.

말을 듣지 않는 노쇠한 육체, 허름한 배...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정신력 하나로 극복되어 진다.

고대하던 적수, 큰 물고기를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흥분도 잠시

그에게는 장비도, 동료도 없었기에

다만 낚시줄을 자신의 몸에 감아

큰 물고기와의 승부를 온전히 맨몸으로 감내내야 했다.

이틀동안 물고기에 끌려 넓은 바다로 나아가면서

둘 다 생존을 건 싸움을 놓지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노인과 물고기는

투쟁하는 삶,

그 여정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결국 노인은 승리하고, 

그렇게 힘들게 얻은 물고기이건만, 

작은 배에 실을수 없어 배에 나란히 묶어 가져가다가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들을 만나게 되고, 

어떻게든 물고기를 지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머리와 뼈만 남은 물고기와 육지에 도착할수밖에 없었던

그 허망함. 

남은 인생을 걸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목표, 

그의 큰 물고기,

그의 삶.

그러나 그것을 지키지 못했던 노년의 무능.

늙어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안타까운 것.

인생의 운도 소진해버리고, 

물질마저 남아있지 않을 때

어렵게 얻은 결실마저도 지키지 못한다.

다만 이제 편히 쉴수 있음에 안도해야 하는

인생이란 참으로 고단한 것...


나는 헤밍웨이의 글은 이 소설로 처음 접했는데,

그의 사실적이고도 군더더기 없는 표현력에 놀랐고,

자연에 대한 그의 경외심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가의 글은 노년이 될수록 진가가 나타난다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수 있는 '노인과 바다'는 

소설의 짧은 분량과 간단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강한 몰입감과 임팩트를 주기에 그의 인생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는 소설의 느낌을 전달할수 있는 단락을 적어보았다.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큰 호의를 베풀어주거나 거절하는 어떤 존재로 생각했다. 만약 바다가 사납고 악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다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노인은 지금 낚싯바늘에 걸려 있는 큰 물고기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놈은 놀랍고 괴상한 녀석이야. 도대체 나이를 얼마나 먹은 녀석일까, 노인은 생각했다. 내 평생 이렇게 힘센 고기를 잡아본 적도 없고, 또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 놈도 처음이야. 너무 영리해서 날뛰지도 않는 것 같아. 격렬하게 날뛰거나 달려들어서 날 결딴내버릴 수도 있는데 말이야.......

미끼를 무는 기세나 줄을 끄는 모양이 꼭 수놈 같아. 싸우면서도 공포에 질린 기색이 전혀 없고 말이야. 놈에게 나름대로 무슨 계획이 있는 건지, 아니면 나처럼 그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을 뿐인지 궁금하군.


놈이 선택한 것은 그 어떤 덫과 함정과 속임수도 미치지 못하는 먼 바다의 깜깜하고 깊은 물속에 머무르자는 것이었지.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은 그 누구도 미치지 못하는 그곳까지 가서 놈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그 누구도 미치지 못하는 그곳까지 가서 말이야. 이제 우린 서로 연결된 거야. 어제 정오부터. 게다가 우린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물고기의 일부가 뜯겨나가자 노인은 물고기를 더는 쳐다보기 싫었다. 물고기가 물어 뜯겼을 때 노인은 마치 자기 자신이 물어 뜯긴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나는 내 물고기를 물어뜯은 상어 놈을 죽였어. 노인은 생각했다. 게다가 놈은 내가 여태껏 본 덴투소 중에서 제일 큰 놈이었어. 하느님도 아시겠지만 난 큰 놈들을 많이 봤어. 오래가기에는 너무나 좋은 일이었어, 노인은 생각했다. 차라리 모든 게 다 꿈이라면, 내가 저 물고기를 낚은 일이 없던 일이고 그저 혼자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있는 거라면 좋을텐데.


바람은 어찌 되었든 우리의 친구야,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항상은 아니지만 말이야.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는 저 드넓은 바다도 그렇지. 그리고 침대도,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침대는 내 친구야. 그저 침대면 돼, 그는 생각했다. 침대에 눕는다면 참 좋을 거야. 침대는 바로 네가 패배 했을 때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이지,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널 패배시킨 것은 누구지?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도 아냐."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