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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181

이니셜 K에 대하여 요즘 들어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는 듯 하다. 한국의 부모님이 걱정된다는 나에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걱정 마. 한국엔 K 방역이 있잖아.뭐, 처음엔 K 방역이 없었냐며 여전히 회의적인 내게,한국은 이러나저러나 다른 나라보단 나을거라고Korea가 왜 강한 줄 아냐고다 사람을 갈아 넣기 때문이라고 남편이 대꾸했다. 요즘 들어 미국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이니셜 K.Made in Korea 의 표식 같은 거다.K-Pop, K-Food, K-Drama, 심지어 K-방역까지.미국의 저명한 음악 상들은 BTS가 다 휩쓸고 있고,그로서리 가판대엔 한국 식품들이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게다가 코로나상황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한국드라마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생겼다.남편 회사 동료 역시 한국드라마.. 2020. 12. 31.
그땐, 이렇게 될줄 몰랐지. 요즘들어 내가 자주 중얼거리는 말이다.-그땐,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나는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입학할 당시만 해도 타자기를 사용했었다. 1학년이 되자마자 배운 것은 영문타자였다.상업영어 문서들을 서식에 맞게 치는 거였다.그렇게 영문타자 3급을 겨우 따고2학년이 되어서는 한글타자 3급을 땄다.그랬더니 갑자기 시대가 바뀌어서는(?)워드 자격증을 또 따야 한다는 것이다.힘들게 딴 타자 자격증은 종이조각이 되었다.결국 나는 취업하는데 별 소용도 없는 영문타자를 배우느라1년을 꼬박 애만 쓴 결과가 되었다.영어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영어가 필요한 직업군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물론, 마지막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수입업무를 담당하면서영어 타자를 칠줄 아는게 조금 도움이 되었지만그걸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 2020. 11. 12.
3학년 10반 36번에게 고등학교 3학년에 반장을 했었다.학기 초에 어쩌다가 임시반장을 하게 되었는데그게 계기가 되어 반장으로 굳어버린 케이스였다.게다가 고3 반장을 기피하는 것은 인문계나 실업계나 다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한다.어쨌거나 그 1년은 내 인생에 많은 것들을 남긴 귀중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단체생활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상황 속에서인생의 다양한 면을 맛본 듯한 느낌이었다.비록 50명 남짓한 작은 규모였지만그들을 대표하는 것 역시 좋았다.그들은 나를 좋아했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지만나는 매일매일 아이들의 이름과 번호를 외우고,그들이 어디에 취업했는지를 애정을 담아 기억하곤 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3학년부터 취업 실습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그렇게 날이 갈수록 교실에 빈자리가 생겨났고그 아이들의 출석부 번호 옆엔 회.. 2020. 6. 29.
그 시절의 소녀들에게 며칠 간 몸이 아팠다.그래서 되도록 의식적으로 몸을 쓰지 않으려고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어제는 한국단편 소설을 읽었는데,낯익은 듯한 상황과 인물들이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주인공은 고아로 수녀님이 돌보는 보육원에서 자랐다.이제 그녀는 스스로의 밥벌이를 하는 성인이 되었지만유년기의 상실은 두고두고 그녀의 일상을 맴돈다.그래, 나에게도 그녀와 같은 소녀들이 있었다.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만나본 적은 없는, 그런 사이였다. 20대 중반에 시작한 방통대 공부는나에게 여러가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는데,그 중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배움이란 단순히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그것을 실천하는 순간 완성된다는 것이었다.단순히 어떤 것이 좋다에서 그치지 않고그것을 실행할 내 능력이 조.. 2020. 6. 19.
불청객들 요즘 들어 우리집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불청객이 둘이나 생겼다.그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집은 타운하우스의 끝자락인데,바로 옆엔 아직 건물이 없는 공터가 남아있다.안내문을 읽어보니 타운하우스를 지을거라고 했다.그러나 공사하는 시늉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나날이 잡초만 정글처럼 우거지고 있다랄까.그 공터에 때때로 노숙자들이 찾아온다.우리가 사는 타운하우스를 경계 지어주는 벽면 뒤에노숙자가 지내는 모양이다.자신의 쓰레기를 담장 너머로 던진 흔적이 쌓여간다.사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존재는 비호감인데,밤이 되면 그의 꼴통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집 옆으로 기찻길이 있는데갈 때마다 큰 경적을 울리고 간다.그때마다 노숙자가 고래고래 욕을 하는 것이다.그리고 밤마다 술에 취한 것.. 2020. 5. 25.
Mother's day (그 남자의 사랑법) 지난 주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었다.미국에서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그 중에서도 어머니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편이다. 보통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 카드를 쓰거나작은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듯 하다.아이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럴싸한 카드를 받았을지도 모르나지금처럼 하루종일 24시간 붙어 있는 입장에서깜짝 선물을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한 설정이긴 하다.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니아이들이 엄마에게 써준 편지와 선물들이 보였다.비록 단어의 철자가 틀리고, 맥락도 엉망이지만그 삐뚤한 맛이 진짜 참맛이 아닌가 싶었다.있는 그대로, 날것의 효도랄까.누가 옆에서 멘트를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노력의 흔적. (2년 전,.. 2020. 5. 15.
선생님 감사주간 (Teacher Appreciation Week) 이번주는 선생님 감사 주간이었다.한국엔 일년에 하루, 스승의 날이 있지만미국에서는 일주일 내내 기념한다.학교마다 지침이 조금씩 다르겠지만어느 정도 감사표현 방식이 정해져 있는 듯 하다.지난 주에 학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선생님 감사 주간을 맞이하여 매일매일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에 대한구체적인 방법이 쓰여 있었다.월요일엔 카드나 포스터,화요일엔 꽃,수요일엔 선생님의 초상화,목요일엔 그림이나 시,금요일엔 선물을 선생님께 보내라고 한다. 지금처럼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그냥 넘어가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저렇게 이메일까지 보내오는데 말이다.결국 나는 아마존에서 E-gift card와선생님께 쓴 카드를 들고 있는 아이 사진을 동봉해서이메일로 보내드렸다.참으로 좋은 세상 아닌가.몰라서 못했다는 것은 .. 2020. 5. 9.
엄마 선생님 요즘 들어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사는 느낌이 든다.뜻하지 않게 아이의 선생님이 된 것이 그렇고,갑자기 남편의 점심도시락을 싸게 된 것이 그렇다. 등교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식탁 앞에 앉는다.무얼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오늘 하루 할당된 학습량을 어서 해치우자는 뜻이다.학교도 8시 30분에 수업시작했으니우리도 그 시간에 시작하자고 했으나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서 하자고 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우리 아이는 해야할 일을 어서 해치우자는 스타일이다.덕분에 나는 눈꼽도 떼지 못한 채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우리는 Google Class 에서 그날의 학습과제를 받는다.봄방학즈음 선생님이 다양한 교재를 우편으로 보내줬고,그것과 별개로 다른 수업들에 대한 지침들을 그때마다 보내준다.하루에 해야.. 2020. 5. 5.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한지 벌써 만3년이 되었습니다.그리고 최근 구글에서 광고비도 입금되었어요.총 101.97 달러였습니다.그동안 쓴 글의 양에 비하면적다면 적을 수도, 그동안 쓴 글의 질에 비하면많다면 많다고도 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기를 늘 바라고 바랐습니다.30대에 드라마 공부하던 때가 그랬고요,이 블로그를 시작하던 3년 전에도 그랬습니다.미국에 오고 보니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아이는 어리고, 어차피 언어도 안되니,이렇게라도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였습니다. 블로그를 3년 운영해 왔지만3년을 온전하게 써왔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면이 다소 있습니다.특히 지난 1년 동안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일들이 있어서무언가를 써내려간다는 것 .. 2020. 4. 26.
우리집 겜돌이들 남편은 나와 연애하던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말했었다.자신은 아들에게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그때마다 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농구를 하거나사이좋게 캐치볼을 하는 풍경을 상상했었다.그런데 이게 웬걸,지금 두 사람의 겜돌이가 서로에게 소리치며 게임 중이다.-아, 거기로 가지 말라고!-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그래… 친구같긴 하다. 그래 뵌다… 남편은 비교적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게임들을 접해 왔다.그래서 나름대로 게임에 대한 철학도 가지고 있다.남편 왈, 무슨 게임이든지 100시간 정도는 해봐야 그 게임에 대해서 안다고 할수 있다고 한다.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 (수긍하는 순간, 게임시간을 허락해줘야 할것 같은...)그 말을 들었던 동네 고등학교 남학생은 그 철학에 큰 감명을 받았다나 뭐라나… 여튼….. 2020. 4. 18.
그럼에도 꽃은 피고 집에서만 생활한 지 어언 4주가 되었다.처음에는 낯설고 답답하고 그러더니만적응이 된건지, 포기를 하게 된건지,그럭저럭 하루하루가 무던하게 지나가고 그렇게 또 감사하고 뭐, 그렇다. 뉴스를 봐도 미국은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을뿐.동부, 특히 뉴욕이 심한 상황인데나중에라도 동부가 진정된다고 해도서부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이래저래 낙관적인 기대에서 반포기상태(?)에 들어섰다.남편은 아직도 재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5월엔 출근할지도 모르겠다. 장기간으로 가는 코로나 사태를 대비해서한국에서 쌀도 많이 주문하고,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색종이, 그림그리기 책도 주문하고,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소설책들도 잔뜩 주문했다. 모두 다 선박이라서 6주 가량 시간이 걸리겠지만그 정도야 뭐… 급한 것도.. 2020. 4. 12.
휴지, 마스크, 그리고 남편 나날이 뉴스 보기가 두려워진다.공포는 사람을 불안으로 치닫게 하고조용한 일상마저 거칠게 흔들어 놓는다.미국 뉴스를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한국 역시 미국 소식이 많이 나오므로어느 순간부터는 뉴스 보기를 아예 포기해버렸다. 캘리포니아는 3월 중순부터 집에 머물라는 행정 명령이 떨어졌고그로 인해 학교와 회사들이 폐쇄되고각기 가정에서 학업과 일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우선 5월 4일까지 집에 머물라고 했는데,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듯 싶더니만어제 밤, 여름방학까지 학교를 폐쇄하기로 했다는지역교육청의 메일까지 받았다.즉, 이번 학년은 등교 자체를 할 수 없으니방학을 포함한 8월 하순까지 나는 꼼짝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이렇게 되면 이 현상이 8월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을 세우고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다시 계획을.. 2020.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