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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181

너를 생각해 밖에는 봄비가 추적이고 있다.사흘째 오락가락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나는 내 친구를 생각한다.월말에 이사한다고 했는데, 이 혼란한 시기에 잘 했는지 궁금하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우는 친구를 남겨 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 와야 했을 때나의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시간이, 언제나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그러다 며칠 후, 사정이 생겨 열흘간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며그동안 우리집에 와도 되겠냐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나는 너무나 기뻤다.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게 기뻤다.물론 친구는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에게서 잠시 벗어나마음 편한 친구가 있는 곳에 오는 것이겠지만,그런 안식처로서 나를 떠올려 줬다는 것만으로도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늦은 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친구를 기다리며왠지 모를 설렘도 들었.. 2020. 3. 29.
친구들의 사랑 지금 미국은 생필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그럼에도 내가 여유 있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첫째, 나의 ‘쟁겨 놓는 버릇' 때문이며둘째, ‘친구들이 보내준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게 식량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다.그들이 보내준 비상식량은 대개 이렇다. 주로 건어물 (새우,멸치,김,미역,북어)과각종 식자재(선식, 누룽지, 참기름 등)이다.각자 나름대로 미국에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두 사람이 보내주는 물건들은 간혹 아이템이 겹치기도 하는데그 속에서도 또 묘한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내가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한 친구는 누룽지 3키로, 미역, 김, 선식 등을 보냈다.이 친구는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고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인지주로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을 고급 품질로 .. 2020. 3. 24.
강제격리생활 4일차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우리집은 강제격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현재 미국은 정부에서 되도록 외출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데그마저도 지역마다 강제하는 정도가 좀 다른 편이다.우리가 사는 Bay 지역은 3월 17일부터 4월 7일까지,3주간의 외출금지명령이 떨어졌다.그 때문에 모든 근무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물론 가장 중요한 업종 관계자는 출퇴근 가능)학교는 당연히 폐쇄되었으며,외출하는 사람들에겐 경찰의 단속이 있을 거라 했다.물론 예외사항도 있긴 한데,식료품이나 생활용품등의 쇼핑을 하는 경우는 허락된다. 뭐… 이렇다보니 집에서만 생활한지 4일째이다.우리집엔 비상식량이 그럭저럭 넉넉한 편이었지만남편은 기호식품이 필요하다며 (인간다움의 척도라며)스스로 쇼핑을 가겠다고 했다.내가 갈까도 했는.. 2020. 3. 20.
흰개미의 습격 약 한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아이 방에서 쉬고 있던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벽에 이런 구멍이 있었다. 게다가 이 구멍 밑에는 모래같은 톱밥이 쌓여있었다.우리는 순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부리나케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Termite… 흰개미였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들은 지진이 많이 나기 때문에나무로 집을 만들게 되어 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그래서 가끔씩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나고벽을 두드려 보면 텅텅 빈 소리도 난다.처음엔 그 소음이 무척 크게 들리는 듯 했다. 나의 육중한 몸 때문에 유난히 큰 소리가 나는 건가,그 땐 무척 신경 쓰이더니이제는 적응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다.뭐, 이젠 밤에 울리는 기차 경적 소리도 안 들리는걸,.. 2020. 3. 16.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세상 태평하던 미국 대통령도 이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했는지(뭐, 자신도 검사 받을 정도이니)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고,그로인해 미국 현지 사람들은 한껏 긴장된 상태이다.코스트코는 오픈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몇백미터씩 대기줄을 서있고그밖에도 유명한 마트들은 생필품들이 다 나간 상태라고 한다.그동안 소모품을 쟁기는 버릇이 있었던 나의 습관이 드디어 쓸모가 있게 되는, 뜻하지 않은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사는 카운티에서는 특별한 징후가 없었다.물론 옆에 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난리가 났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등교를 했고, 남편은 출근을 했다.우리 한국인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미국인들은 모두 ‘쿨병'이 걸려 있는게 틀림없다고.물론 우리 동양인들처럼 사태의 심각.. 2020. 3. 15.
적응 안되는 미국은행 오늘, 남편 계좌에서 35불의 수수료가 빠져나갔다.체크 어쩌구 저쩌구 써있길래나는 며칠 전 학교에 냈었던 필드트립 비용인 줄 알았다.그러나 알고보니 그것은 overdraft item fee였다.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가계부를 쓰려고은행 계좌 내역을 보고 있는데난데없이 체크계좌에 마이너스가 뜬 게 아닌가?이게 뭔 상황이지 싶어 열어보니며칠 전 작성했던 수표(태권도 1년치 수업료)가 결제된 거였다.허겁지겁 세이빙 계좌에서 체크 계좌로 이체시키고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더니 35불이 추가로 인출된 걸 확인했다.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도대체 정신을 어떻게 두길래 마이너스가 될 지경까지 두나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지만,나도 할말은 있다. 우선… 태권도 체크 수표는 3/14일에 작성한 걸로 되어 있다.그 날부터.. 2020. 3. 12.
오늘은 초코소라빵 며칠 전부터 남편이 노래를 불렀던 초코소라빵을주말을 맞이하여 만들어 보았다.한국에 있었으면 동네빵집에서 사 먹으면 될 일이건만미국에 사니 뭐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그동안 만들어 먹었던 빵들…우유식빵, 옥수수식빵, 밤식빵, 크랜베리 호두식빵, 소보루빵, 단팥빵, 치아바타, 생크림빵, 스콘, 와플 등…나는 주로 식사가 될만한 것들을 주로 만들어냉동고에 가득 쌓아놓곤 한다.종류별로 채워 놓으면 밥하기 싫을 때 내키는 것을 골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도 하다.언젠가 화장실이 급해서 뚜레쥬르(미국)에 들어갔는데빈손으로 나오기가 뭣해서 작은 식빵 한 통을 샀었다.그 손바닥만한 식빵 사이즈가 5불이 넘었다.남편은 *값이라 생각하며 넘기라고 했지만,양이 많은 것도 아니요, 맛이.. 2020. 3. 11.
짧은 귀국 - 다섯째 날 친정집에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곤히 자고 일어났다.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었지만,남편에게 줄 여러가지 간식들을 사려고 홈플러스에 갔다.미국에 있다보니 한국의 최신 식료품들이 너무 먹고 싶었다.내가 사는 곳에도 한국마트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적이고도 대중적인 식품들만 팔기에(아마도 한국에서의 유행이 돌려면 2,3년은 필요한듯)어쩌다 유튜브에서 편의점 신상품들이라도 보는 날엔어찌나 먹고 싶고 궁금하던지,한국에 가면 내가 꼭 구해오리라 남편에게 호언장담했었다.여기 홈플러스는 내가 회사 다닐 때 주로 가던 곳이었다.주차장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통로,다 눈에 익고 발길이 익숙하던 곳이었다.별거 아닌 마트임에도 불구하고왜 그렇게 친숙한 느낌에 울컥이던지.저기 푸드코트에서 엄마와 냉면을 먹었었지,.. 2020. 3. 8.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나의 일상 그동안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마음이 늘 조급했다.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약속한 일들이 많아서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자연스럽게 시간적 여유가 생겨버렸다.그래서 그동안 미뤄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치우고 있는 중이다. 외식이나 야외산책 등활동이 자유롭지 않으니 집안일을 주로 하고 있다.월요일엔 아침 일찍 한국마트에 가서 한국 채소들을 사왔다.보통 쌀, 물, 휴지, 세정제 등을 사재기하듯 쓸어 담던데다행히도 우리집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쌀은 큰 포대를 산지 며칠 되지 않았고, 한국에서 배송시킨 현미쌀도 넉넉했으며,집에 정수기가 있는 탓에 물을 살 필요도 없었고,손세정제보다는 그냥 손을 열심히 닦는게 낫다 생각하므로사람들이 술렁거리며 서두르는.. 2020. 3. 8.
짧은 귀국 - 넷째 날 잠을 잔 건지 어쩐건지 모르게 날이 밝았다.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는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고남은 친구와 나는 호텔 체크 아웃을 하기 전에이곳 저곳을 돌면서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했다.오래간만에 걷는 서울길이었다.지독한 겨울공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걸어 다닐만 했다.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고,교보 문고에 가서 문구류를 사고 보니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졌다.허겁지겁 짐을 챙겨 친정으로 향하려는데친구가 보내주기 아쉬웠는지 데려다 줄테니 천천히 가라 했다.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길래두꺼운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용산쪽에 있는 아는 가게로 나를 데려갔다.그렇게 점심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고,가까운 커피숍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의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는 계속되었다.그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있자니문득 ‘.. 2020. 2. 14.
짧은 귀국 - 셋째 날 셋째 날의 일정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그걸 여기에 쓰는 게 과연 잘하는 것인지 며칠을 고민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겪었던 것들이 전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 없듯,이마저도 나의 삶 하나이기에 써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친구는 며칠 전, 아들을 잃었다.나는 한국에 와야만 했다.그러나 친구는 나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카톡 메세지에도 대답이 없었다.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나는 그 얼굴을 봐야만 안심이 될 것만 같았다.그래서 결심한 한국행이었다.비록 내가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친구와 연락이 되었.. 2020. 2. 4.
짧은 귀국 - 둘째 날 새벽에도 몇 번씩 깨어 시계를 보았다.해야 할 일들이 많은 날이어서 그런지긴장감에 몸이 수시로 깨어나려고 했다.결국 7시쯤 일어나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남편이 그렇게나 신신당부 했던,미국에는 없는 한국의 핫한 신상 간식을 탐색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내가 머물렀던 곳이 수원의 최고 환락가인 탓에숙취음료들과 일회용 세면용품들만 눈에 띄었다.결국 미처 챙겨오지 못한 빗 하나만 사들고 돌아왔다. 수원에 오면 하고 싶은 일이 꽤 있었다.예전에 살았던 동네이다 보니내가 익숙하게 아는 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꽤 있었다.머리도 하고 싶었고,언제나 눈엣가시 같았던 얼굴의 사마귀도 없애고 싶었으며,팬시점에서 신상 펜들을 쓸어담고 싶었다.그러나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고,오전 10시가 넘어야 가게들이 오픈했기에 이.. 2020.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