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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7년의 밤 - 정유정

by 글쓰는 백곰 2018. 3. 6.

서원은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7년전, 서원이 12살이었을 때

그의 아버지 현수는

이웃집 소녀 세령와 그 아버지 영제,

또한 자신의 아내 은주를 살해했다.

결국 현수는 사형을 구형 받았고,

서원은 살인마의 아들이란 주홍글씨에 쫓겨 살았다.

친척집에 맡겨졌지만, 그나마도 몇 개월씩이었고

서원을 기꺼워하지 않는 친적들은 모두 잠적해 버리고 만다.

결국 혼자 남은 서원은 한 때 같이 살았던 아저씨 승환을 찾아갔고,

그는 아무 조건없이 아이의 보호자가 되었다.

서원은 과거를 잊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알수 없는

선데이 매거진이 학교에 도착해

그가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전학을 가도 따라오는 선데이 매거진,

결국 서원은 학교를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림자같이 따라붙는 선데이 매거진.

결국 승환은 서원을 데리고 외진 등대마을로 이사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살 생각이었지만,

마을에 놀러온 손님들의 인명사고로 인해

서원과 승환은 언론에 노출되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원에게 택배가 온다.

승환의 취재수첩, USB, 편지묶음과 종이 묶음이었다.

아마도 소설을 쓰는 승환의 글인 것 같았다.

조금 읽다보니 아버지의 사건 이야기라는 걸 알수 있었다.

서원은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른 택배가 오는데,

작은 사이즈의 나이키 운동화 였다.

12살의 서원이 신었던 것과 같은 그 운동화.

서원은 결국 다시 종이뭉치를 읽어내려 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사건이 있었던 그날이 있기 까지의 내용이었다.

세령호 근처에 살고 있었던 세령의 아버지 영제는

마을의 실질적인 지주이며, 권력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비위가 맞지 않는 것을 못견뎌하며

그런 행동을 보이는 아내와 딸을 교정한다며 폭행을 일삼곤 했다.

결국 아내인 하영은 유산을 하게 되고,

되려 영제는 자신의 자식을 잃었다며 하영을 교정하려 한다.

이에 하영은 집을 나가게 된다.

이전에도 몇번의 가출이 있었지만, 귀신같이 찾아낸 영제였건만

이번엔 찾을 수가 없었다.

딸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오겠거려니 했으나,

그를 찾아온 건 이혼소송서류였다.

그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에 임했으나,

그의 폭행기록 등 자세한 증거들 때문에 재판에서 지고 만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영제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옷을 입고 화장한 세령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아이를 교정하려 했다.

그러나 세령은 거칠게 반항을 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아이를 찾아 동네를 헤집고 다녔지만, 도무지 찾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가정 하나. 서원이네.

서원의 아빠 현수는 주목 받던 야구선수 였다.

그러나 가끔씩 잦아드는 왼손 마비로 인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고

겨우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의 아내 은주는 생활력 강한 여자로

가리지 않고 일하며 실제적인 가장 역할을 한다.

드센 성격의 은주는 남편 현수가 매일 술에 쩔어있는 것이 불만이었고,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짜증나는 일이었다.

성격이 정반대인 이 부부가 서로를 지탱하는 힘은

아들 서원 뿐이었다.

어느 날, 현수는 세령호 근처로 발령을 받게 된다.

은주는 현수에게 그 집에 먼저 방문하여

사원 주택에 같이 살아야하는 승환을 미리 만나보라고 한다.

앞으로 돈관계를 어떻게 할것인지 등을 정확히 하고 오라며.

현수가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가 된 것 을 은주가 알리 없었다.

그러나 현수는 그날 밤도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했고,

세령호 근처로 가는 길에 그만

아빠를 피해 도망가던 세령을 치고 만다.

당황한 현수는 세령을 안아올렸는데,

아이는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현수는 계속 아빠라고 중얼대는 세령의 입을 막다가 그만 질식사 시키고 만다.

그리고 호수에 던져버리고 도망치고 만다.

아무일도 없이 태연한척 하려 했지만,

결국 아이는 세령호에서 발견되고

영제는 살인을 확신하고 스스로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옆집의 승환이라고 생각했다.

세령호에서 승환의 잠수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환은 자신이 아이를 폭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늘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승환,

그렇기에 더더욱 의심이 가던 차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것들은 새로 이사 온 현수가 범인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사건 당일 자신이 추월했던 작은 소형차,

그리고 그 차에 매달려 있던 해골모양의 열쇠고리.

맞다, 영제가 수상히 여기던 그 차 주인이 현수였다.

영제는 치밀한 복수를 위해  

은주를 자기집의 관리인으로 고용하고,

그 가족을 몰살시킬 계획을 세운다.

한편, 현수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

죄값을 혼자 감당하기 위해 은주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은주.

뒤늦게 그 사건에 남편이 관련되어 있음을 눈치챈다.

그리고 문제의 그날.

영제는 세령호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보육원 아이들을 초청해 세령호 관리소를 돌며 시설 설명을 듣는다.

또한 아이들을 집에 초대하여 파티를 열어주고

집을 관리하는 임노인을 출장보낸다.

그렇게 은주가 영제의 집을 지키게 한 후에,

서원을 납치해 댐에 묶어놓는다.

그리고 관리소에서 야근하고 있던 현수를 기절시킨후,

세령호 수문을 열어 서원이 물에 잠기는 것을 목격하게 한다.

그러나 현수는 필사적으로 빠져나와 영제를 제압하고

현수를 구하려고 하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하고 만다.

아이의 목까지 물이 들어찼음에도 불구하고 멈출수가 없었다.

그 순간, 현수의 부하직원 승환도 묶여있던 상태였다.

다행히도 이 모든 상황을 눈치챈 승환이

가까스로 현수를 구해냈다.

은주도 뒤늦게 남편을 구하고자 달려가지만

거기서 마주친 영제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만다.

뒤늦게 닥친 경찰은 이 모든 것이 현수의 범행이라고 잠정짓고

그렇게 7년전의 날이 끝나버렸다.


승환의 소설을 읽고 있는 사이에 전보가 도착했다.

아버지 현수의 사형이 집행되었으며

내일 시신을 인수해가라는 내용이었다.

그제서야 서원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승환의 소설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는 영제의 아내 하영과도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여러 사람들의 증언들을 모아 구체적인 자료들로

사건에 대한 소설을 쓴 것이었다.

서원을 괴롭히던 선데이 매거진은 오영제임이 분명했다.

서원은 승환에게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도 영제가 미리 작업을 한 것 같았다.

일 년동안이나마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영제가 복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복수의 마지막인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이었다.

아버지의 시신과, 아들이 같이 만나는 그 순간을.

그 날에야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서원은 자신이 먼저 이 악연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서를 쓰고, 가방을 챙겨 등대로 향했다.

거기에서 목을 매려고 하는순간,

그를 덮치는 손길들이 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얼마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묶여있었고, 그 앞에 영제가 있었다.

자신의 복수가 끝나기 전에는 서원의 자살을 허용할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기 전까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서원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승환이 기절한채 묶여 들려온다.

서원은 승환이 기절한 척 하는 것을 눈치채고,

시간을 벌기 위해 하영의 편지를 들먹이며

연락처를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것에 솔깃해진 영제는 빈틈을 보이게 되고,

서원은 자신이 미리 준비한 면도칼로 줄을 끊고, 승환을 구한다.

승환이 영제를 제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승환이 미리 연락해두었던 경찰이 닥친다.


이 모든 것은 서원의 아버지 현수의 시나리오였다.

자신의 침묵으로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랬으며

그렇기에 아내의 살인도 부정하지 않은 그였지만

교도소에 의료봉사온 영제를 본 순간,

그가 서원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을 위한 마지막 공을 준비한다.

면회를 거부했던 현수를 만나, 사실을 털어놓고

자신이 영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한때 귀신까지 꿰뚫어보았던 포수의 시선으로

아들을 위한 자신의 최선을 고민한다.

결국 그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사행 집행 후에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이 모든 사실을 아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가짜 나이키 신발을 위조해서 승환의 소설을 읽게 한것이다.

그가 교도소에서 지새웠을 7년의 밤,

그것은 아들에 대한 마지막 사랑의 시간들이었다.




최근들어 이렇게 재밌는 한국소설을 본적이 있나 싶다.

사람마다 문학에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다르겠지만

나에게 흥미로운 재미란

얼마나 주인공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가 이다.

대개 작가의 글에서는 어떤 분위기라는 것이 풍긴다.

그것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색채가 되곤 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렇게 단정할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

자세히 말하자면,

분위기를 규정할수 없는 인물들의 특별함이 강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의 내용 자체가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도 안 되어 다 읽을 만큼 재미를 느꼈던 것은

주인공의 말투, 그 날 것 그대로의 자연스러움과

그들의 마음 속을 헤집는 여러 사건들의 재조명이

우리 현실속의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종종 마주치던 옆집 아저씨가 당했을 법한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글의 힘은,

그로 인해 사건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할만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조도 주목할만 하다.

현재에서 과거로 진입했다가

다시 현재의 일로 이어지는 사건의 연속성은

독자들이 책의 마지막을 궁금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마력이 있었지만

막상 인물 대면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맥이 빠진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최근에 이렇게 즐거움을 안겨준 한국작가는 없었는데,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드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영화화가 되었다고 하는데,

캐릭터의 힘이 강한 이 이야기를

캐릭터로 죽이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