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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로드 - 코맥 매카시 (The Road - Cormac MaCarthy)

by 글쓰는 백곰 2018. 6. 30.

로드 - 코맥 매카시 (The Road - Cormac MaCarthy)


모든 것이 타버린 재가 되어버린 땅,

생물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황폐한 그곳을 거니는

남자와 소년이 있다.

식량과 행존용품이 담긴 카트를 끌고 정처없이 직진하는 삶.

살기 위해 걷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를 그런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지구는 더 이상 생물의 삶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마실만한 물도, 포획할 만한 짐승도 남겨두지 않았다.

남자와 소년은 단지 먹을 것을 찾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걸을 뿐이다.

아무리 아껴 먹어도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식량,

그것은 목숨이 끊어질 듯 굶주렸을 때 기적처럼 발견되곤 했다.

주로 비어있는 집에서 찾을 수 있는 깡통식품이 전부였지만,

그것이 가장 안전한 식품이기도 했다.

가끔 남자와 소년은 길에서 사람을 마주치기도 했다.

그러나 살기 위해 자식을 먹는 무법의 세상에서

가족이 아닌 타인이란 적 그 자체로 간주될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소년을 지키기 위해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의 룰을 소년에게 가르쳤지만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란 너무나 가혹한 것이어서

소년을 그때마다 매번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고,

때때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소년은 슬퍼하며 삶에 회의를 느꼈지만

남자는 소년에게 아무런 위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정히 외면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런 삶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알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의 기침소리는 거세지고,
하루를 이어가는 것이 너무 고된 일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고,
그 빛의 존재를 지켜야 하기에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병이 깊어진 남자는 죽음을 맞이하고,

소년은 그 옆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을 뿐이다.

그때 한 낯선 남자가 다가와 자신과 함께 갈 것을 제안한다.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를 따라가기로 한다.

소년은 아무도 믿지 말라고 배웠지만

혼자라면 자신이 죽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년은 낯선 남자와의 여정을 시작한다.




세상이 모두 파괴된 다음,

그 안에서 생존하려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이다.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황량한 풍경과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때마다 느껴지는 극도의 불안감.

그것은 부모의 자녀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 황량한 길에서

남자는 소년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년이 경험하지 못했던 시절,

즉 세상이 멸망하기 전의 평온했던 일상에 대해서.

그것은 소년에게 동화처럼 환상적인 이야기가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그 마음이 소중하게 쓰일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 희망을 두어야 하나,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가,

남자는 소년에게 어느 하나 대답해줄 수 없다.

본인도 알 수 없으므로.

그러나 자식을 향한 엄하고도 고독한 사투는 끝이 없고

그것이 끝난다는 것은 아들과의 이별임을 알고 있었기에

단지 고통만이 정확하게 예기될 뿐이다.

남자가 죽자 소년은 불확실한 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아무도 믿지 말라고 남자는 소년에게 가르쳤다.

그러나 소년이 기억하는 것은

남자가 들려준 따뜻했던 햇살 속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에 대한 신뢰였다.

그렇게 소년은 낯선 남자와의 동행을 새롭게 시작할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부모가 자식에게 온전히 줄 수 있는 것이란

어떤 극단적인 금지가 아닌

따뜻했던 어느 순간의 기억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