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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165

냄새의 기억 어제는 아이의 태권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태권도 도장이 있는 곳은 다른 작은 상가들도 함께 위치해있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자리, 지정된 곳에만 주차하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그 상가들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다. 태권도가 끝나길 기다리는 약 40분간의 시간동안 음식을 사먹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딱히 시간을 보낼만한 볼거리도 없는, 그냥 여러 식당들과 가게들이 섞여 있는 공간이었을 뿐이니까. 그런 그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진 건 일상에 찾아온 약간의 틈 때문이었다. 어제는 늘 주차하는 곳에 아스팔트를 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장에서 백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야 했다. 아이와 함께 갈때만 하더라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도장에 데려다 주고 혼자 다시 .. 2023. 8. 25.
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1 언제부터인가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게 무척 복잡해졌다. 믹스커피에서 원두 커피로 눈을 뜨게 된것은 수원 인계동에 있었던 Beans Bins 라는 커피 체인점에서였다. 그곳이 특별했던 것은 수많은 원산지의 커피콩이 전시되어 있고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10종이 넘는 커피가 있었는데, 남편과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번갈아 시켜보았고 그 결과 로스팅이 된지 얼마 안된 커피는 정말로 충격적인 맛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각자가 선호하는 맛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곳의 커피콩들은 신선했고 (로스팅한지 2주내의 커피만 팔았다) 거기에다가 과일와플까지 곁들이면 그렇게 호사스러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서 후식을 즐기고 했는.. 2023. 5. 21.
Fitness+와 함께 댄스를 이번 여름에 우리 가족은 한국에 갈 예정이다. 가족이 모두 한국에 가는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에 가서 할 일도, 만날 사람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용건은 ‘건강검진’이다 그동안 몸이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를 생각하면 겁부터 덜컥 나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미룰 수도 없으니. 한국행을 결심하고 나서 운동도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다. 스포츠센타에 가는 것도 솔직히 마음이 땡기지 않았고 매일 거닐던 공원 산책은 생각보다 운동효과가 없었다. 물론 걷는 것 자체가 안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한번 야외에 나갔다 오면 컨디션이 들쑥날쑥해졌다. 게다가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캘리포니아엔 비가 많이 왔고 날이 화창해지자 알레르기가 극성을 부렸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집에.. 2023. 5. 14.
거실 인테리어 -1 사람눈이란 참 간사하기도 하지, 제일 볼품 없었던 차고가 촤라락 변신을 하고 나니 차고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면 구리구리한 거실 풍경 때문에 다시 한숨이 났다. 뭐… 집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긴 하지만 사람이 가장 많이 머무곳이 거실 아닌가. 작년 11월 초에 차고 페인트를 하고 나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12월 연말 휴가를 이용하여 거실 바닥과 벽면 페인트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열흘동안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참 좋은 시대여서, 유튜브만 검색해도 좋은 작업 팁들이 많다. 며칠간 열심히 공부했던 남편의 지휘 아래 우리는 또 며칠간을 Lowe’s를 출퇴근하며 작업했다. 우선 작업 순서는 이랬다. 1. 기존 타일과 장판, 마루, 베이스보드를 다 철거한다. 2. 못 자국이나 손상된 부분.. 2022. 4. 4.
차고 수리 우리집은 처음 이사할 때부터 구리구리했다. 캘리포니아의 목조 주택 자체가 한국에서처럼 광택나는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없는 노릇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싶을 정도로 다 낡아 있었다.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도 나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방이 3개라는 점을 빼곤 (그나마 1개는 천장을 막아 만든것)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전 주인은 차고도 보여주지 않았다. (동물들이 많다나) 그래서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으로 집을 샀는데, 아니나 다를까, 막상 살아보니 더더욱 형편없게 느껴졌다. 전 주인은 아주 집을 더럽게 쓴 사람이었고, 싱크대와 찬장에선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그렇다고 새로 주방을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돈도 없었고,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 .. 2022. 4. 3.
고양이를 기다린다는 것 작년 가을 즈음에 난데없이 군식구가 몰려들었다. 우리집 뒷마당에 고양이 가족이 이사를 온 것이었다. 까만 어미 고양이, 줄무늬 새끼 고양이, 카오스 새끼 고양이었는데, 뒷마당에 있는 문의 틈새 사이로 들어온 듯 했다. 실로 황당한 등장이었다. 아직도 젖을 빠는 새끼 고양이들을 놔두고 어미 고양이는 직접 먹이를 찾아 외출을 하곤 했고 실제로 쥐를 물고 와, 우드득우드득 씹어 먹기도 했다. 우리는 어미 고양이를 에이미, 줄무늬 새끼를 쭐쭐이, 삼색 새끼를 석탄이라고 불렀다. 경계가 많은 녀석들 때문에 뒷마당엔 거의 나가지 않고 습식 사료를 가끔씩 내놓곤 했는데 그때마다 에이미는 걸신 들린 듯이 먹곤 했다. 젖을 먹이면 얼마나 배가 고픈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릇이 동날때마다 채워주곤 했는데 얼마나 자주 비워지.. 2022. 4. 3.
아줌마 파마를 이해하는 나이 작년부터 유튜브를 열심히 보기 시작한 듯 하다. 덕분에 생활이 좀 엉망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 내 구미에 맞는 여러가지 정보를 취사 선택 가능하다는 게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요즘은 가전제품 유튜버를 알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다이슨 에어랩. 헤어 드라이기이면서 고데기 기능까지 갖췄다지. 예전 같았으면 아예 흥미도 없었을 것을, 왜 40대가 넘어서 혹하는지 생각해봤다. 정작 젊고 이쁘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데 왜 이제와서 외모에 신경을 쓰려고 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내가 이제 아줌마 파마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도 머리 숱이 많지 않았지만 애를 낳고 나서 머리가 꾸준히 빠지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더더욱 탈모에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 사.. 2021. 5. 13.
가계부를 쓰면서 내가 가계부를 쓴다고 하면다들 의외라고 놀란다.누군가는 머리 아프게 그런 걸 왜 쓰냐고어차피 나가는 돈은 뻔하고사치를 하는 편도 아닌데 굳이 왜 쓰냐고 했다.글쎄… 이건 결혼과 동시에 생긴 습관 같은 거라서내겐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또한 내 원래 직업이 그거였고 (경영관리),서류상의 잔고와 실재 잔고가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이란...15년동안 경리로 일한 직업병 같은 건가? 누가 믿어줄까마는… 나도 나름 계획 있는 여자다.한 해에 어떤 돈이 나가는가를 작년에 기준해 예산을 짠다.물론 예산보다 적게 쓴 적은 한 번도 없다.인생이란 변수가, 소비를 조장하게 되어 있지 않은가.2020년엔 예산보다 5,000불 가량을 더 지출했다.저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구체적으로 뭘 그렇게 많.. 2021. 1. 4.
다정한 사람 작년에 교회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있다.직접 만난 것은 두번 밖에 안 되지만,몇번 보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쉽게 알아보기 마련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다정한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사람을 사귄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는 듯 하다.미국인들과 친구가 되는 건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이고,나와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 뿐이다.그러나 한국인이 한국인을 사귀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어서오히려 더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상처를 받고, 오해를 하며,뭐... 기타 여러가지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그러다보니 굳이 사람을 사귀고 싶은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게다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면서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그러니, 교회 모임도 그랬다. 사실 내키지 않았다.그러나 생각외로 그 소모.. 2021. 1. 3.
이니셜 K에 대하여 요즘 들어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는 듯 하다. 한국의 부모님이 걱정된다는 나에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걱정 마. 한국엔 K 방역이 있잖아.뭐, 처음엔 K 방역이 없었냐며 여전히 회의적인 내게,한국은 이러나저러나 다른 나라보단 나을거라고Korea가 왜 강한 줄 아냐고다 사람을 갈아 넣기 때문이라고 남편이 대꾸했다. 요즘 들어 미국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이니셜 K.Made in Korea 의 표식 같은 거다.K-Pop, K-Food, K-Drama, 심지어 K-방역까지.미국의 저명한 음악 상들은 BTS가 다 휩쓸고 있고,그로서리 가판대엔 한국 식품들이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게다가 코로나상황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한국드라마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생겼다.남편 회사 동료 역시 한국드라마.. 2020. 12. 31.
그땐, 이렇게 될줄 몰랐지. 요즘들어 내가 자주 중얼거리는 말이다.-그땐,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나는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입학할 당시만 해도 타자기를 사용했었다. 1학년이 되자마자 배운 것은 영문타자였다.상업영어 문서들을 서식에 맞게 치는 거였다.그렇게 영문타자 3급을 겨우 따고2학년이 되어서는 한글타자 3급을 땄다.그랬더니 갑자기 시대가 바뀌어서는(?)워드 자격증을 또 따야 한다는 것이다.힘들게 딴 타자 자격증은 종이조각이 되었다.결국 나는 취업하는데 별 소용도 없는 영문타자를 배우느라1년을 꼬박 애만 쓴 결과가 되었다.영어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영어가 필요한 직업군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물론, 마지막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수입업무를 담당하면서영어 타자를 칠줄 아는게 조금 도움이 되었지만그걸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 2020. 11. 12.
불청객들 요즘 들어 우리집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불청객이 둘이나 생겼다.그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집은 타운하우스의 끝자락인데,바로 옆엔 아직 건물이 없는 공터가 남아있다.안내문을 읽어보니 타운하우스를 지을거라고 했다.그러나 공사하는 시늉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나날이 잡초만 정글처럼 우거지고 있다랄까.그 공터에 때때로 노숙자들이 찾아온다.우리가 사는 타운하우스를 경계 지어주는 벽면 뒤에노숙자가 지내는 모양이다.자신의 쓰레기를 담장 너머로 던진 흔적이 쌓여간다.사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존재는 비호감인데,밤이 되면 그의 꼴통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집 옆으로 기찻길이 있는데갈 때마다 큰 경적을 울리고 간다.그때마다 노숙자가 고래고래 욕을 하는 것이다.그리고 밤마다 술에 취한 것.. 2020.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