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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165

우리 동네에 불난 날 우리집은 Mission Blvd에 자리 잡고 있다.Fremont에서 나름 유명한 출퇴근 도로이다.잠을 자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그 도로가 훤히 보이는데많은 이들이 지나가서인가,하루에 한번 이상은 경찰차나 앰뷸런스, 소방차가 지나간다.그 소리에 이골이 나서 웬만해선 신경쓰지 않는데어제는 이상하리 만큼 소방차 소리가 많이 나는게 아닌가.뭐지 싶어 커튼을 열어보았더니, 동네 야산에 불이 나 있었다. 우리집에서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다행히도 길 하나가 있어서 우리집까지 번질 위험은 없었지만남편은 혹시 모르니 어서 대피할 준비를 하라 했다.나는 간단한 옷가지, 귀중품등을 캐리어에 넣고불이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동네 야산이긴 해도 큰 나무가 많다거나 한건 아니어서바짝 말라.. 2019. 6. 26.
산책 우리 동네엔 큰 호수공원이 하나 있다.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50분 정도 소요되는데,제법 운동도 되고 기분도 상쾌해져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집에서는 거리가 있지만아이 학교에서는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산책을 하곤 했다. 여러가지 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가장 몸에 맞는 것이 산책인듯 싶다.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아침마다 꾸준히 걸었다.그래봤자 아이 방학이 시작되면 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말이다. 운동을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나는 원체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져서인가그냥 내 스케쥴 대로 혼자 하는 게 편하다.어디서 몇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내 산책 여부에 큰 변수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그냥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혼자 걷는 것이 좋다. 내가 즐겨.. 2019. 6. 21.
미국병 유발자 약 2주 전에 남편 친구가 집에 다녀갔다. 대학동기인데, 회사일로 일주일 출장을 왔다가 그냥 가기는 뭐해서 하루정도 관광을 할 예정이라 했다. 그러면 괜한 돈 들이지 말고 우리집에서 하루 정도 묵으라 했다. 남편이 그렇게 권했지만, 숨은 권력자(?)인 나의 승인이 있었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대대적으로 청소를 해야하고, 다시 손님방을 재정비해야 하므로 좀 바빠진다. 약간 수고로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하루 정도는 남편과 방문자를 위해 허락해 줄 수 있는 나는 제법 아량이 넓은 여자. ㅋㅋㅋ 남편은 IT업계에 종사하는데, 실리콘 밸리가 있는 산호세엔 IT 관련 기업이 많다. 남편과 같은 전공을 한 대학동기들이나 전에 다니던 회사 사람들이 자주 출장을 온다. 어떻게 소문이 난건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남편과 친.. 2019. 6. 20.
미군전투식량 - MRE 이상한 일이다. 전쟁날 위험은 한국이 더 컸었는데 그땐 아무 생각도 없더니 왜 미국에 와서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는건지. 참 모를 일이다. 우리집 팬트리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물과 쌀, 한국식 식품들이 가득차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남편이 구축해놓은 군보급식사(?)인 MRE가 2박스나 있다. (MRE- Meal, Ready-to-Eat) 왜 두 박스나 샀냐고 물었더니 24개 종류의 맛이 있는데, 1박스에 12개씩 있기 때문에 모든 맛을 보고자 그랬단다. 난 그런게 있는지 존재여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체험하게 되었다. 사실상 MRE는 남편의 추억의 물품이라 할수 있다. 어린 시절, 의정부에 살았던 남편은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던 시아버님이 가져오셨던 MRE를 가끔 맛보곤 했던 것이다. 8,90년대 한국의.. 2019. 3. 29.
미국 오락실 Dave & Buster’s 우리는 가끔 Great Mall에서 옷을 사곤 한다.그곳은 여러가지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아울렛 같은 곳이다.한바퀴 걷는 것만해도 1시간은 걸리는데어느순간 문득 우리 눈에 띄었던 Dave & Buster’s 의 간판.저건 뭐지? 궁금해 들어갔었던 그곳은미국의 유명한 오락실 체인점이었다.첫날엔 너무 정신이 없어서 후딱 나와버렸었는데,그러다 어느 날엔가,아이가 서서히 게임에 관심을 가지길래(단순한 2차원적 오락실 게임을 좋아한다)마음 먹고 갔었던 곳이 이곳이다.그때 주말 오후에 가서 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찍 돌아왔었다.그러다가 엊그제, 작정하고 아침 일찍 다녀왔다. Dave & Buster’s의 개장은 10시이지만조금 일찍 도착해보니 이미 열려 있는 상태였다.이곳과 한국 오락실은 몇가.. 2019. 3. 26.
알뜰한 주부가 되자 지난 주, 드디어 남편의 보너스가 입금되었다.미국은 한국과 급여 체계가 달라서상여를 주는 날이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다.현금과 주식으로 나눠서 주는데,주식은 뭐, 당장 팔수도 없으니 현금으로 받은 것만 진짜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고대하던 상여였건만,대충 계산을 하고 보니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다.누군가는 아이들 봄방학에(3,4월) 하와이를 간다는 둥휴가를 으리으리하게 계획하던데,우리는 한국은 커녕 아무데도 못가게 생겼다.그래서 가계부를 한번 뒤적여 보았다.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하고.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급여 수준은한국 대기업의 2배에 달한다. (남편의 경우)그러나 생활물가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공산품은 조금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식품이나 농산물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싼 편이다... 2019. 3. 23.
누가 우리집을 엿보는가 아파트에 살때만 해도 보안걱정이 없었다.그 곳은 출입통제가 비교적 엄격했기 때문이다.그러다 현재의 우리집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보안에 있어서 뭔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타운하우스에 살고 있지만,별도의 보안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누가 맘 먹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면그대로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나 할까. 물론 이사 오자 마자 현관에 도어벨은 달았다.우리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Ring 인데,꼭 벨을 울리지 않아도 카메라 센서로 누가 현관에 접근하는지 알려준다.요즘은 워낙 세상이 좋아지다보니,내 핸드폰으로 누가 왔는지 실시간중계까지 해준다.녹화된 영상도 다시 찾아볼수 있었다.그래서 그거 하나면 충분하겠지 싶었다. 그러다 어느날,우리집 차고의 비밀번호 입력장치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2019. 3. 20.
해외에서 자식노릇하기 며칠 전, 어머니의 환갑이 있었다.나는 해외에 나와 있기도 하고,어머니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잘 모르므로(아버지는 8년에 새어머니와 재혼하셨다)약 4개월 전에 어머니 딸에게 연락을 해보았다.넌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말에시어머님 환갑때 어느 정도 현금을 드렸으니똑같은 수준으로 할 거라고 했다.그래서 나도 그 정도로 해야겠다는 합의를 봤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머님 생신에어머니 계좌로 용돈을 송금해 드렸다.그리고 생신이 지난 다음날,아버지에게서 카톡 사진이 왔다.무심코 사진을 봤는데, 그 속에선 환갑잔치가 열리고 있었다.나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아버지랑 통화를 했다.어머니 딸이 잔치를 준비했다는 것이다.나는 이 상황에서 뭔가 씁쓸함을 느꼈다.뭐, 내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것이 아니니뭐라고 할 입장은 못.. 2019. 3. 1.
학교에서 날아온 경고장 2월 중순, 아이의 학교에서 편지가 왔다.뭔가 기분이 싸한 것이, 겁이 났다. 첫번째 편지는 2월 13일 수요일에 받았다.내용인즉슨, 그동안 결석을 6번이나 했다,잦은 결석은 아이의 학습에 지장을 준다,그러므로 더이상 결석이 없도록 주의하고아이에게도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에 대한 확인서에 싸인을 해서학교 오피스에 보내면 되는 거였다. 그동안 학교를 자주 빠지기는 했다.여기 기후에 적응을 못해서인가, 감기에 자주 걸렸기 때문이다.어릴 적에 아이가 아프면 열성경련을 했었고그로인해 우리집은 감기만 걸리면 비상이 걸렸었다.아이가 나이가 들어 뇌기능이 안정되면열성경련을 없어질거란 말은 알고 있었지만낯선 땅 미국에 와서는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한국처럼 아무때나 응급실을 갈수 있는 상황도 아니.. 2019. 2. 27.
미국 쇼핑은 고단해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소모품 쟁겨 놓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화장지, 세제 등은 늘 여분이 있어야 한다.그래서 세일 전단지를 확인하거나 하면득달같이 달려가 넉넉히 사놓는 편이다. 의류 쪽은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미국의 국경일 등 세일 시즌 때온라인으로 조금씩 산다.그러므로 내가 주로 쇼핑하러 가는 곳은 식료품과 소모품을 파는Target, Costco, Whole foods 한국마트 이다. 코스트코는 주로 비품과 소모품을 사러 간다.주로 대용량 제품을 파는데아주 고급도, 아주 저질도 아닌대중적인 물건들을 많이 파는 편이다.과일은 신선하고 맛이 보장되어 있지만이마저도 대용량이기 때문에아주 좋아하는 과일이 아닌 이상 사지 않는다.올가닉 달걀, 티슈, 세제, 물 등을 사러 간다.냉동음식이나 기타 음식은 되.. 2019. 2. 23.
빵이 빵빵 한국에서 온 손님들도 다시 돌아갔고,집정리가 어느정도 끝나자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일을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식빵 만들기. 미국에 와서 가장 적응 안 되었던 입맛 중 하나가식빵이었다.만만하게 샌드위치 해먹기에 좋은 식재료이건만,어찌된게 미국 식빵들은 묘하게 비위가 맞지 않았다.방부제가 많이 들어서인지선호하는 향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다.어떤 빵은 찰떡 같은 질감에 퀴퀴한 냄새가 났고,또 어떤 빵은 뻣뻣하며 느끼한 냄새가 났다.대량생산하는 식빵은 대개가 그런 식이었다.그렇다고 파리바게뜨에 가서 사먹기도 그렇고.또한 거기 빵은 먹고나면 속이 불편해진다. 이상하게도. 쫄깃하고 결대로 찢어지는 식빵,구수하고 폭신한 그런 식빵이 먹고 싶었다.예전부터 추앙해왔던 블로거 ‘고주부'님의 레시피를 토대로나는 식빵 만들기에 .. 2019. 2. 16.
한국에서 온 손님 외국에서 살면서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다.지인들이 우리집에 찾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며칠씩 집에서 머무는 것도 좋겠고,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노는 건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하며.그러나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온다는 것 자체가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긴 비행시간, 상당한 경제적 부담...그래서 누군가가 온다면,성심성의껏 챙겨줘야 한다는 의무가 생긴다. 지난 2년간 우리집에 찾아온 손님은딱 두 팀이었다.시부모님께서 2주간 계셨고,지인의 자녀들 두명이 열흘 간 머물렀다.지금 생각해보니 외국에서의 첫 손님들이무난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시부모님은 작년 여름, 한창 더울 때 오셨는데한국은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였으나,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25도 내외였다.한마디로 휴양하러 오시기 좋은 날씨.. 2019.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