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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165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4 결과를 알려주기로 한 날이 밝았다.오전에는 애가 타게 걱정되더니만,연락주기로 했던 오후가 되니 오히려 무념무상이 되었다.뭐, 되려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솔직히 첫 시도에 성공할리가 없을거란 생각을 하니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 집이 우리집이라는 운명을 느끼기도 했었다.집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 먹기 전에도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부동산 매물들을 눈으로 훑곤 했는데,그때마다 계속 눈에 밟히던 그 집이었다.게다가 부동산가격의 상향조정으로 인해과연 우리가 집을 살수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오히려 가격을 내린 집이었다.여러모로 우리 형편에 맞는, 우리가 원하는 곳이었다.게다가 능력있는 리얼터가 하루속히 작업을 끝냈으니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리얼터에게 전화가.. 2018. 7. 12.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3 우리는 문득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였다.저렇게 근사한 집인데 왜 안팔리지?가격은 왜 또 내리지?뭐가 문제지? 싶었다. 리얼터가 이야기했다.원래는 방 2개짜리 집이네요.그런데 방 3개로 개조했네요.우리는 겁이 덜컥 났다.불법 개조인건가?아, 그럼 어쩌지? 집주인들이 원상복구해줄까?근데 사실 지금 방 3개인 게 좋긴 한데…우리의 심난한 얼굴을 읽은 리얼터가 재빨리 알아보았다.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그런 일(집공사)에 종사하는 사람이고,계단으로 뚫려있어야 하는 부분을 막아 직접 만든거란다.그러나 그게 법적인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HOA (관리사무소?)에서도 건물 내부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고.우리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나 집들이 많은데, 왜 우리 집은 없는 걸까...?) 그렇게 일요일에 .. 2018. 7. 1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2 처음으로 오픈하우스를 보고 온 저녁,우리부부는 서로 말이 없었다.이렇게 미국 주택시장의 현실을 직접 보고 나니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왜 정가에 집을 내놓지 않느냐고 남편은 분개했고,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에 나 역시 당황했다.결국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우리가 원하는 집이 아닌,맘에 안드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건가 싶어그동안 우리가 허망한 꿈을 꾸었구나 생각하니한숨이 나고, 짜증이 솟구쳤다.하지만 현실이 그러한걸 어쩌하겠는가,받아들여야지. 토요일과 일요일만 오픈하우스를 열기 때문에내일 당장 구경갈 집들을 또 검색해야했다.그러자 하루만에 또 다른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조금 눈을 낮추었더니 또 다른 집들이 보였다.결국 우리는 3군데 집을 보러 가기로 리얼터와 약속하고답답한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2018. 7. 10.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물론 예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소망하던 일이었지만어디 한번 알아볼까 하고 구체적으로 움직이자8일만에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모든 시스템이 느리고 까다로운 미국에서이런 큰 일을 삽시간에 했다는게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정 들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나를 지도해 주시는 권사님의 소개로리얼터 한분을 소개 받았다.그분께 모기지 담당자를 두군데 소개받고(미국은 집을 사기전 돈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그들이 원하는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했다.그렇게 목요일에 모기지 승인이 났다.미국에 온 지 2년이 안 되었고,미국 회사에 온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남편의 이전 근무내역이 많은 점(한국포함)과영주권 소유,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건전성등이 고려되어나쁘지 않은 대출금리로 모기.. 2018. 7. 9.
윙크하는 남자 미국에 와서 내게 윙크하는 남자를 두명 만났다.설마 내게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을 거라는그런 어이없는 오해는 마시라. 첫번째 남자. 아주아주 어린 그 남자, 이름도 알고 있다.그에게 나는 ‘조니의 엄마'라고 불리운다.그렇다. 그는 내 아들의 같은 반 친구이다.지금쯤 만 6세가 되었을 그 남자는어찌나 넉살이 좋은지.게다가 가끔씩 보이는 그 미소는 얼마나 또 근사한지.우리는 학교 필드트립에서 처음 만났다.피곤한 여정,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이제 거의 다 왔어, 애플쥬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하며 친구들 등을 밀어주던 스윗가이.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무조건 헬로부터 외치던,그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목 터져라 불러대던,집념과 사교성을 겸비한 남자.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내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지만.. 2018. 6. 27.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약 두 달간 글을 쓰지 못했다.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블로그를 쓰곤 했는데그마저도 시간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바빴다.5월엔 남편의 해외출장이 있었는데미국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라뭔가 긴장되던 탓에 글을 쓸 여유가 없었고,그 이후로는 아이 학교 행사가 줄줄이 계획되어그것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6월이 되자 학교 방학이 시작되었고,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글쓰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쓰길래 그러냐고 한다면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겠지만,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동반하는 작업이라아이가 옆에 있다거나주변이 산만해질 여지가 있다거나 하면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집중해서 쓰게 되어도 종종 발견되는 오타가 있고미처 생각지 못한 오류들이 발생하는데아이와.. 2018. 6. 25.
영어 이름을 지어보자 미국에 오기 전부터 고민했던 것이다.영어 이름을 지어야겠다고.딱히 마음에 꽂히는 이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내 이름이 발음하기 힘든 편이라부르기 편한 이름이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상 서류 상의 이름은 한국이름 그대로지만가끔 물건을 주문할 때 이름을 묻곤 하기 때문에쉬운 영어 이름이 있어야 했다.가장 흔한 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다.어제도 이름이 무어냐 묻길래“Lucy”라 대답했다.그리고 나서 커피가 나온 것 같아 찾으러 가보니내 것이 아닌, 내 것 같은 커피가 있었다. 컵에는 “Chrisy” 로 써 있었다.설마 다른 사람 건가 싶어 유심히 살펴보니톨사이즈의 카페라테 디카페인을 먹는 사람은흔치 않을 거란 확신이 들어 말없이 들고 왔다.그리고 나의 후진 발음을 뉘우쳤다.그런데 그것도 .. 2018. 4. 10.
나는 꽃동네에 산다. 나는 Flora Vista Ave에 산다.말 그대로 꽃동네에 살고 있다.작년 8월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꽃이 참 많은 동네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그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한창 더울 시기였고, 꽃들을 위해 계속해서 뿌려지는 물줄기들 때문에고인 물들이 풍기는 냄새는 쾌쾌하기까지 했다.전에 살던 텍사스에서는 꽃 자체를 보기가 힘들었다.워낙 햇살이 강하고 더운 지역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산타클라라의 온후한 기온은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곳이고꽃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정서 답게,거리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넘쳐나고 있다.예전에는 그냥 별 감흥이 없었는데,3월부터 봄이 시작되자 아주 근사한 향기가 공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굳이 꽃 가까이 가지 않아도,거리는 꽃내음으로 가득했다.그렇게 한달이 지나도록 향긋한 .. 2018. 4. 5.
남편의 방송출연, 그리고 벌써 1년 남편이 방송출연을 했었다.써놓고 나니 다소 거창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내 블로그를 통해 남편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을 보았을 때나는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었기 때문에.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의외였다.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 하는 거였다.그래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남편의 방송은 에피소드 48-50) 남편이 출연한 방송은Lite Haus 4job 이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주로 해외취업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이미 해외에 취업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여러가지 정보를 전하는 방송이다.그다지 어려울 것 없어보이지만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던 기억이다.방송 운영자와 의견을 수시로 주고 받고,질문을 다시 수정하거나 첨가.. 2018. 4. 2.
옛날 사람, 옛날 TV 가끔씩 유튜브를 통해 옛날 TV 방송을 본다.도대체 이런 영상들은 어디서 구해서 만드는지세상 참 편해졌다 생각한다.그 추억의 영상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어느샌가 남편이 다가와너는 ‘옛날 사람"이라며 놀리곤 한다. 옛날이라…그 단어가 주는 아득한 시간의 느낌이어느샌가 나에게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그렇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문득 그리운 음악이나 영화를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그것들의 처음이 언제였던가를 떠올리는 것이10년, 20년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내 삶의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가고 있구나 싶어져섬뜩하고도 아쉽게 느껴진다.게다가, 가장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절이 10대이니앞으로 더더욱 그것들에게서 멀어질 일만 남았다. (가요프로의 조상, 별 다섯개의 위엄.아유, 범수오빠.. 2018. 3. 27.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어제 아침,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뒤 타겟에 들렀다.내 옷을 사러 가기 위해서였다.이제 미국에서의 생활이 1년이 되고 보니이곳의 4계절을 다 파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4계절이 뚜렷해서 계절마다 옷이 필요했던 한국과는 달리내가 사는 곳인 캘리포니아는 봄과 여름의 날씨만 있는 듯 하다.그러니 한계절 옷을 계속 입는 경우가 많아서닳거나 떨어진 옷들을 정리해야했고,혹시 몰라 보관하고 있던 두꺼운 겨울 옷도 처분해야했다.그러고보니 입을 옷이 별로 없어 쇼핑을 한 것이다. 옷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그러나 나같은 빅사이즈 체형은 한국에서의 옷 쇼핑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온라인 쇼핑이 발전되어 있다고는 하나,사이즈도, 핏도, 제 각기여서 맘에 쏙 드는 옷은 별.. 2018. 3. 21.
오랜만의 데이트 오래간만에 남편과 데이트를 했다.늘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어디를 가든 용건만 간단히 해결해야 했는데어제는 남편과 단둘이 시간이 보낼 수 있었다.물론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동안만. 약 5시간 내로 움직여야했으므로산책할 겸 스탠퍼드 대학교를 가보기로 했다.차로 30분 거리인데도 불구하고아이의 흥미가 될 요소가 하나도 없기에 갈 일이 없을 것만 같던 곳이었다.스탠퍼드 대학교 근처에 쇼핑몰도 있다 하니학교 산책 후, 점심을 먹고 돌아오기로 했다. (드넓은 잔디밭. 잔디는 밟는게 아니라고 배웠는데,여기서는 마구 밟고 다니고 있다.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미국문화에 관심 하나 없던 나도스탠퍼드 대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것은 안다.남편이나 나나 아들이나(?) 공부할 목적으로 올일은 전혀 없어 뵈는 곳이지만동네 명.. 201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