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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165

Mother's day (그 남자의 사랑법) 지난 주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었다.미국에서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그 중에서도 어머니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편이다. 보통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 카드를 쓰거나작은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듯 하다.아이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럴싸한 카드를 받았을지도 모르나지금처럼 하루종일 24시간 붙어 있는 입장에서깜짝 선물을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한 설정이긴 하다.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니아이들이 엄마에게 써준 편지와 선물들이 보였다.비록 단어의 철자가 틀리고, 맥락도 엉망이지만그 삐뚤한 맛이 진짜 참맛이 아닌가 싶었다.있는 그대로, 날것의 효도랄까.누가 옆에서 멘트를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노력의 흔적. (2년 전,.. 2020. 5. 15.
선생님 감사주간 (Teacher Appreciation Week) 이번주는 선생님 감사 주간이었다.한국엔 일년에 하루, 스승의 날이 있지만미국에서는 일주일 내내 기념한다.학교마다 지침이 조금씩 다르겠지만어느 정도 감사표현 방식이 정해져 있는 듯 하다.지난 주에 학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선생님 감사 주간을 맞이하여 매일매일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에 대한구체적인 방법이 쓰여 있었다.월요일엔 카드나 포스터,화요일엔 꽃,수요일엔 선생님의 초상화,목요일엔 그림이나 시,금요일엔 선물을 선생님께 보내라고 한다. 지금처럼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그냥 넘어가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저렇게 이메일까지 보내오는데 말이다.결국 나는 아마존에서 E-gift card와선생님께 쓴 카드를 들고 있는 아이 사진을 동봉해서이메일로 보내드렸다.참으로 좋은 세상 아닌가.몰라서 못했다는 것은 .. 2020. 5. 9.
엄마 선생님 요즘 들어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사는 느낌이 든다.뜻하지 않게 아이의 선생님이 된 것이 그렇고,갑자기 남편의 점심도시락을 싸게 된 것이 그렇다. 등교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식탁 앞에 앉는다.무얼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오늘 하루 할당된 학습량을 어서 해치우자는 뜻이다.학교도 8시 30분에 수업시작했으니우리도 그 시간에 시작하자고 했으나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서 하자고 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우리 아이는 해야할 일을 어서 해치우자는 스타일이다.덕분에 나는 눈꼽도 떼지 못한 채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우리는 Google Class 에서 그날의 학습과제를 받는다.봄방학즈음 선생님이 다양한 교재를 우편으로 보내줬고,그것과 별개로 다른 수업들에 대한 지침들을 그때마다 보내준다.하루에 해야.. 2020. 5. 5.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한지 벌써 만3년이 되었습니다.그리고 최근 구글에서 광고비도 입금되었어요.총 101.97 달러였습니다.그동안 쓴 글의 양에 비하면적다면 적을 수도, 그동안 쓴 글의 질에 비하면많다면 많다고도 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기를 늘 바라고 바랐습니다.30대에 드라마 공부하던 때가 그랬고요,이 블로그를 시작하던 3년 전에도 그랬습니다.미국에 오고 보니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아이는 어리고, 어차피 언어도 안되니,이렇게라도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였습니다. 블로그를 3년 운영해 왔지만3년을 온전하게 써왔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면이 다소 있습니다.특히 지난 1년 동안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일들이 있어서무언가를 써내려간다는 것 .. 2020. 4. 26.
우리집 겜돌이들 남편은 나와 연애하던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말했었다.자신은 아들에게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그때마다 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농구를 하거나사이좋게 캐치볼을 하는 풍경을 상상했었다.그런데 이게 웬걸,지금 두 사람의 겜돌이가 서로에게 소리치며 게임 중이다.-아, 거기로 가지 말라고!-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그래… 친구같긴 하다. 그래 뵌다… 남편은 비교적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게임들을 접해 왔다.그래서 나름대로 게임에 대한 철학도 가지고 있다.남편 왈, 무슨 게임이든지 100시간 정도는 해봐야 그 게임에 대해서 안다고 할수 있다고 한다.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 (수긍하는 순간, 게임시간을 허락해줘야 할것 같은...)그 말을 들었던 동네 고등학교 남학생은 그 철학에 큰 감명을 받았다나 뭐라나… 여튼….. 2020. 4. 18.
그럼에도 꽃은 피고 집에서만 생활한 지 어언 4주가 되었다.처음에는 낯설고 답답하고 그러더니만적응이 된건지, 포기를 하게 된건지,그럭저럭 하루하루가 무던하게 지나가고 그렇게 또 감사하고 뭐, 그렇다. 뉴스를 봐도 미국은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을뿐.동부, 특히 뉴욕이 심한 상황인데나중에라도 동부가 진정된다고 해도서부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이래저래 낙관적인 기대에서 반포기상태(?)에 들어섰다.남편은 아직도 재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5월엔 출근할지도 모르겠다. 장기간으로 가는 코로나 사태를 대비해서한국에서 쌀도 많이 주문하고,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색종이, 그림그리기 책도 주문하고,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소설책들도 잔뜩 주문했다. 모두 다 선박이라서 6주 가량 시간이 걸리겠지만그 정도야 뭐… 급한 것도.. 2020. 4. 12.
휴지, 마스크, 그리고 남편 나날이 뉴스 보기가 두려워진다.공포는 사람을 불안으로 치닫게 하고조용한 일상마저 거칠게 흔들어 놓는다.미국 뉴스를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한국 역시 미국 소식이 많이 나오므로어느 순간부터는 뉴스 보기를 아예 포기해버렸다. 캘리포니아는 3월 중순부터 집에 머물라는 행정 명령이 떨어졌고그로 인해 학교와 회사들이 폐쇄되고각기 가정에서 학업과 일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우선 5월 4일까지 집에 머물라고 했는데,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듯 싶더니만어제 밤, 여름방학까지 학교를 폐쇄하기로 했다는지역교육청의 메일까지 받았다.즉, 이번 학년은 등교 자체를 할 수 없으니방학을 포함한 8월 하순까지 나는 꼼짝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이렇게 되면 이 현상이 8월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을 세우고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다시 계획을.. 2020. 4. 4.
너를 생각해 밖에는 봄비가 추적이고 있다.사흘째 오락가락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나는 내 친구를 생각한다.월말에 이사한다고 했는데, 이 혼란한 시기에 잘 했는지 궁금하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우는 친구를 남겨 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 와야 했을 때나의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시간이, 언제나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그러다 며칠 후, 사정이 생겨 열흘간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며그동안 우리집에 와도 되겠냐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나는 너무나 기뻤다.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게 기뻤다.물론 친구는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에게서 잠시 벗어나마음 편한 친구가 있는 곳에 오는 것이겠지만,그런 안식처로서 나를 떠올려 줬다는 것만으로도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늦은 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친구를 기다리며왠지 모를 설렘도 들었.. 2020. 3. 29.
친구들의 사랑 지금 미국은 생필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그럼에도 내가 여유 있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첫째, 나의 ‘쟁겨 놓는 버릇' 때문이며둘째, ‘친구들이 보내준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게 식량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다.그들이 보내준 비상식량은 대개 이렇다. 주로 건어물 (새우,멸치,김,미역,북어)과각종 식자재(선식, 누룽지, 참기름 등)이다.각자 나름대로 미국에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두 사람이 보내주는 물건들은 간혹 아이템이 겹치기도 하는데그 속에서도 또 묘한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내가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한 친구는 누룽지 3키로, 미역, 김, 선식 등을 보냈다.이 친구는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고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인지주로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을 고급 품질로 .. 2020. 3. 24.
강제격리생활 4일차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우리집은 강제격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현재 미국은 정부에서 되도록 외출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데그마저도 지역마다 강제하는 정도가 좀 다른 편이다.우리가 사는 Bay 지역은 3월 17일부터 4월 7일까지,3주간의 외출금지명령이 떨어졌다.그 때문에 모든 근무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물론 가장 중요한 업종 관계자는 출퇴근 가능)학교는 당연히 폐쇄되었으며,외출하는 사람들에겐 경찰의 단속이 있을 거라 했다.물론 예외사항도 있긴 한데,식료품이나 생활용품등의 쇼핑을 하는 경우는 허락된다. 뭐… 이렇다보니 집에서만 생활한지 4일째이다.우리집엔 비상식량이 그럭저럭 넉넉한 편이었지만남편은 기호식품이 필요하다며 (인간다움의 척도라며)스스로 쇼핑을 가겠다고 했다.내가 갈까도 했는.. 2020. 3. 20.
흰개미의 습격 약 한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아이 방에서 쉬고 있던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벽에 이런 구멍이 있었다. 게다가 이 구멍 밑에는 모래같은 톱밥이 쌓여있었다.우리는 순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부리나케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Termite… 흰개미였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들은 지진이 많이 나기 때문에나무로 집을 만들게 되어 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그래서 가끔씩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나고벽을 두드려 보면 텅텅 빈 소리도 난다.처음엔 그 소음이 무척 크게 들리는 듯 했다. 나의 육중한 몸 때문에 유난히 큰 소리가 나는 건가,그 땐 무척 신경 쓰이더니이제는 적응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다.뭐, 이젠 밤에 울리는 기차 경적 소리도 안 들리는걸,.. 2020. 3. 16.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세상 태평하던 미국 대통령도 이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했는지(뭐, 자신도 검사 받을 정도이니)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고,그로인해 미국 현지 사람들은 한껏 긴장된 상태이다.코스트코는 오픈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몇백미터씩 대기줄을 서있고그밖에도 유명한 마트들은 생필품들이 다 나간 상태라고 한다.그동안 소모품을 쟁기는 버릇이 있었던 나의 습관이 드디어 쓸모가 있게 되는, 뜻하지 않은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사는 카운티에서는 특별한 징후가 없었다.물론 옆에 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난리가 났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등교를 했고, 남편은 출근을 했다.우리 한국인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미국인들은 모두 ‘쿨병'이 걸려 있는게 틀림없다고.물론 우리 동양인들처럼 사태의 심각.. 2020. 3. 15.